당신은 역지사지를 아는가

우리를 지배하는 학습심리!

by 하성식

전남대 김문수 교수가 은퇴를 즈음하여 쓴 "쉽게 풀어 쓴 학습심리"를 소개한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 아는 것이 피상적인 수준에 그쳐서 모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 꽤 많다. 파블로프의 조건형성도 그렇다. 뇌, 진화, 인간,.. 이런 것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책의 중반부터는 살짝 집중이 필요하다.


(아래는 알라딘에 쓴 리뷰)


당신은 역지사지를 아는가?


역지사지의 맞는 한자를 시험 답안에서 고를 수 있고, 또는 그 대강의 뜻을 답안에서 고를 수 있다면, 우리는 거리낌없이 역지사지를 안다고 말한다. 반대로 역지사지를 한자로 쓰지 못한다면 당신은 역지사지를 모르는 사람으로 쉽게 치부되어 버릴 것이다.


그런데 그게 맞나? 사회 생활을 하면서 상대의 입장에서 현재의 상황을 보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적어도 역지사지를 안다고 할 수 있다. 한자만 맞게 쓴다고 해서 역지사지를 아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실제로는 잘 알지 못하면서 섣부르게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참 많은데, 파블로프의 조건형성도 그 중 하나이다.


개에게 종소리와 함께 먹이를 주면, 나중에 그 개는 종소리만 울려도 침을 흘린다. 조건형성을 광고에 이용한 것이 모터쇼에 등장하는 여성 모델이다... 등이 우리가 파블로프의 이론에 대해 알고 있는 정도의 내용이다.


파블로프와 그 뒤를 이은 스키너의 조건형성 이론이 실은 그 정도의 피상적인 내용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형성된 "나"라는 인격이 어떻게 지금의 "나"가 되어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는 탁월한 이론이라는 것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은, "나는 왜 이렇게 살아 가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그동안 관심도 두지 않았던 사주명리학 책을 들여다 보기 시작한다. 뭔가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했던 것이다. 심리학을 전공한 모녀가 성격 분류를 위해 고안한 방법인 MBTI 에 젊은이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것도 다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불확실한 현실을 제거할(것으로 보이는) 확실히 손에 쥘 수 있는 무엇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쉽게 풀어 쓴 학습심리"에는 이러한 의문을 품은 중년과 젊은이들이 무릎을 칠 만한 내용들이 너무도 간결한 표현과 친절한 설명과 함께 제시되어 있다. 왜 나는 이러저러하게 생긴 이성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을까? 왜 딸은 엄마에게 진저리를 치면서 대들까? 왜 중2 아들은 말을 안들을까? 라는 의문에서 부터 샤워를 하면서 소변을 보는 습관이 어떻게 중년의 나에게 급박뇨로 보복(?)을 하는지에 이르기까지 조금의 의문도 없이 깔끔하게 설명이 되고 있다.


이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혹은 피상적인 지식으로 섣부르게 현상을 단정하지 말고, 정확한 지식으로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불확실성에 불확실을 더 보태는 사주명리학이나 MBTI 가 아니라, 파블로프와 스키너 그리고 손다이크의 이론을 통해 중년은 나와 내 인생을 좀 더 따뜻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젊은이는 새털같이 많이 남은 미래를 '조건형성'이라는 내밀한 열쇠를 손에 쥐고 인생을 멋있게 설계해 나갈 수 있게 되며, 노심초사하는 수험생 학부모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수험생 자녀를 능숙하게 요리조리 조종할 수 있는 비법을 전수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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