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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상인 Jul 17. 2024

경계에 있다는 건 불편하다

행정사로 일하며

나는 책을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행정사 사무소를 운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행정사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과거 공무원 경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서술형인 2차 시험까지 보아야 하지만 인지도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간혹 사석에서 알게 된 어떤 분들은 내게 "그걸로 먹고살 수 있나요?"라고 묻는 경우도 있다. 과거와 달리 어떤 일이든 자신이 하는 만큼 가져간다고 생각하지만, 위와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의 의도는 '투자(공부 시간)를 할 만한 기댓값이 있는 자격인가?'라는 걸 묻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건 사람마다 차이가 크니 답하기 어렵다. 


어쨌거나 나는 이 일을 몇 년간 해오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 속 행정심판>이라는 책도 썼고 나름대로 업무를 하며 계속 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이 딱 맞다'까진 아니더라도 내가 기대한 것보다 잘해나가고 있다곤 생각한다. 


그런 이 일의 어려운 점 하나는 명확하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일을 만난다는 것이다. 주로 행정심판과 관련된 사건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데, 문의하는 분들은 100% 확답을 얻고 싶어 한다. 하지만 행정심판도 재판과 유사하게 모두가 이길 수 없다. 사회적으로 볼 때 이기는 일이 많이 생겨서도 안 된다. 다수의 행정심판 청구가 영업정지나 자격취소와 같은 '제재적 행정처분'을 두고 다툰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행정심판의 인용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행정청의 위법한 혹은 부당한 행정처분이 많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2021년 기준 행정심판 인용률은 19.7%로 문의하는 입장에서 볼 때 크게 높지 않은 편이다. 


경험과 과거 판례, 행정심판 재결례를 토대로 어느 정도 될 것이다라는 설명은 드릴 수 있지만, 그게 다 맞는 건 아니다. 실제로 심적으로 이건 된다는 확신을 가졌던 사건에 대해 진적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원하는 방향으로 답변을 원하는 문의자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지 못할 때도 많다.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당연한 결과라 생각된다. 누구든 손님으로 온 사람에게 좋은 결과를 주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나는 이런 상황이 시간이 가면 자연히 해결될 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대신 왜 불편한지에 대한 답은 조금씩 알게 됐다. 그 답이 '경계'에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확실한 걸 원하는데 이 일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요즘도 이런 순간을 마주할 때면 홀로 있을 때 잠시 정신이 가출했다가 돌아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무슨 일이든 어려움이 없겠냐만은 익숙해지지 않는 이 불편함이 주는 고민은 가벼워지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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