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고 무너지는 단계가 온다
진로와 관련해 판단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변화'와 '유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계속 시도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오랜 시간 한 것 같은데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할 때 등 삶은 길어졌는데 그 삶을 함께할 일을 결정하는 건 더욱 어려워진다.
어떤 사람들은 안 되는 일을 붙잡고 있는 것은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어떤 사람은 아직 시기가 오지 않았을 뿐 더 노력하다 보면 빛을 볼 날이 올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은 틀렸다고 할 수 없다.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낸 사람과 그 과도기에 있는지 판단조치 명확히 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르며, 대부분은 할지 말지 명확히 판단조차 하기 힘들다.
나 또한 더 해야 할지 그만해야 할지와 같은 고민을 많이 한다. 얼마 전까지는 '이런 고민을 4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하는 게 맞을까?'란 생각도 했지만 이제는 덜 하고 있다. 이런 의문은 '나의 생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경험과 공부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겠지만 그걸 납득하지도 못하는 내가 맞다고 생각하니, 현재에 집중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답을 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생각을 차용했을 뿐이다.
이제는 고민에 빠르게 답을 내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안다. 적어도 반복되는 고민이라면 그냥 빠르고 명확한 답은 없다고 느낀다.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건 대개 내 생각이 아니다.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나만의 생각을 갖는 건 책 몇 권 읽고 조금 공부했다고 생기는 건 아닌 것 같다. 깨우치고 안다고 생각해도 내 것이 아닌 일은 진짜 문제 앞에서 무너지기 마련이다.
인생을 두고 쉽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내 삶인데 내가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지 모르고 내 생각이 뭔지 모르는 것, 그리고 이런 혼란스러움이 먹고사는 문제와 결부되어 현실이 되었을 때 고통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시간이 가도 인생은 쉬워지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