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속한 집단을 함부로 낮추지는 않으세요?

인간관계 극복하기

by 보이저

어느 교회 목사님이 은퇴하시고 새로운 담임 목사님이 부임하셨다. 이 분은 40대 중반의 젊은 목사님이셨다. 그 교회에는 나이 80세가 넘은 원로 장로님들도 여럿 계셨다. 그분들 눈에는 자기 아들, 딸 보다도 어린 40대 중반 장로님이 너무나 어리게만 보였던 모양이다.


한 번은 예배시간에 대표기도를 하는데 80대 원로 장로님께서 기도 중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어리디 어린 목사님을 불쌍히 여겨 주시고 목회의 능력을 부어 주시옵소서"


순간 예배당 분위기는 얼어붙은 듯 조용해졌다. 담임목사님은 물론이고 예배드리던 성도님들도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했다고 한다. 말을 한건 장로님인데 부끄러움은 듣고 있던 성도들의 몫이 되고 만 것이다.




상대방을 함부로 낮춰서 부르지는 않으신가요?


때로는 상대방에 대해 본의 아니게 낮추는 경우가 있다. 악의가 있어서는 아니다. 내 겸손함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말인데 그 말에 상대방이 같이 끼어서 들어가는 경우이다.


교회에 할머니 권사님들로 이루어진 성가대가 있었다. 그때 그 예배에서 한 장로님이 이렇게 기도하셨다.


"성가대에서 찬양하는 분들을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비록 저들의 목소리는 늙어 아름답지 않으나 그 열정만은 참 아릅답습니다"


그 권사님들이 이 기도를 들으시면 어떤 생각이 들까? "오! 그렇지. 우리는 나이가 많아서 목소리가 안 예쁘지" 이렇게 공감하실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목소리가 안 예쁘다고 한 것에 실망과 분노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겸손의 표현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케이스이다. 차라리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1절만 했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나쁜 의도가 있어서는 아니다. 내가 속한 집단을 낮춤으로써 겸손함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어서이다. 문제는 도매금으로 다른 사람들까지 부족한 사람이 되는 데 있다.


예전에 영어로 싱가포르에 있는 IT 담당자와 회상회의를 한 적이 있었다. 팀장이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 영어를 잘못해서 소통에 어려움을 드려 죄송합니다"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물론 영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모자란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본인만 낮췄으면 딱 좋았을 텐데 내가 속한 집단 전체를 낮춤으로써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바람직한 방법


표현은 참 어렵다. 상대방을 위한다고 하는 말이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하기도 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말하는 것은 신중해야만 한다.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1. 내가 속한 집단을 낮추지 말자


나 한 명만 낮추는 것은 괜찮다. 다른 사람들까지 휩쓸릴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함부로 깎아내리지는 말자.


"이 동네가 시골이다 보니 우리가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는 사람들이에요"

"우린 이런 거 할 줄 몰라요. 손도 느리고 머리도 안 돌아가고"

"우리 같은 나이 많은 직원들은 회사 나갈 날만 기다리는 거지"


나는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그럴까? 분명히 '나는 아닌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쉽게 다른 사람까지 포함해서 말하지 말자.




2. 지나치게 나를 낮추지 말자


겸손은 미덕이다. 그러나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마음에도 없이 입으로만 하는 겸손의 표현은 독이 된다. 낯 간지러울 정도로 자기를 낮추는데 그게 진실처럼 들리겠는가? 축구의 신 메시가 난 아직 멀었다고 말하거나, 우샤인 볼트가 나는 제대로 뛸 줄 아직 모른다고 하면 그게 겸손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도 없는 겸손의 표현이라면 안 하는 것이 낫다. 그냥 이렇게 말하고 끝내면 된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포도송이에 포도알이 너무 주렁주렁 달리면 탐스러움을 넘어서게 된다. 결국 무게 때문에 줄기에서 떨어져 나가게 되고 그 순간 상품으로써의 가치가 상실된다. 지나침은 부족함과 같다.




3. 적절하게 나와 내가 속한 집단의 성과를 드러내자


사람은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내가 뭘 잘하는지 내 입으로 직접 말해야 사람들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된다. 한 전문강사가 있다. 이 강사가 교육생 앞에서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아직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X)

"저는 작년에 올해의 우수강사 상을 수상하였고, 영업의 신이라는 제 책은 국내에서 6주 간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습니다" (O)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사람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강의를 듣는 것은 전문성을 보유한 강사에게서 노하우를 배우기 위함이다. 그런데 겸손이 좋다고 저렇게 나를 지나치게 낮춰버리게 되면 사람들은 그 강의를 듣지 않게 된다.


과감하게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해 어필하자. 잘난 척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진 강점,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캐릭터에 대해 알리고 사람들이 나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들라는 뜻이다.




마무리하며


겸손이 미덕이라는 생각 때문에 지나치게 나를 낮추려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까지는 봐줄 만하다. 그러나 이게 더 심해져서 내가 속한 집단까지 낮춰버리는 경우가 있다.

내가 사는 지역, 내가 다니는 회사, 출신 학교, 심지어 애인, 가족들을 같이 까내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 표현들은 얼마든지 있다.


"이 동네는 사람들 수준이 떨어져서 살기가 싫어",

"내가 나온 대학교는 듣보잡이라 그 동네 사람 아니면 그런 학교가 있는지조차 몰라"

"한국 사람들은 때려야 말을 알아듣는다니까"

"이 놈의 집구석, 확 내가 나가버려야지"


이런 말들은 누워서 침 뱉는 행동들이다. 이게 겸손이던 아니든 간에 이런 표현은 절대로 쓰지 말자. 결국 나라는 브랜드를 깎아먹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나의 가치는 내가 세워야지, 남이 세워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외모도 중요하지만 실력이 더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