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되면 안 되는 사람 (1편: 명나라 만력제)

업무에는 관심이 없는 리더

by 보이저

회사 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좋은 리더를 만나는 것이다. 나에게 늘 칭찬만 해주는 리더가 좋은 리더인 것은 결코 아니다. 팀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며 먼저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고, 팀원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기꺼이 책임지는 리더가 훌륭한 리더이다.


혼낼 때는 따끔하게 혼내되, 둘이 있을 때 지적하여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하고, 팀원이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사람이 좋은 것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훌륭한 리더도 많았지만, 함량 미달인 리더들도 많았다. 이들은 리더의 덕목을 갖추지 못한 채 자기 멋대로 통치하다가 결국 국가를 속된 말로 말아먹고 말았다. 이들을 살펴보는 이유는 직장에도 이런 리더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형에 따른 대처방법을 알면 일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역사상으로 과연 어떤 유형들이 있었을까? 앞으로 매주 화요일, 금요일마다 나쁜 리더 유형을 소개하고 대처방안을 소개해 드리려고 한다.



- 첫 번째는 통치에는 관심 없고 흥청망청 놀기 바빴던 리더이다 (명나라 만력제)

- 두 번째는 리더 자리를 자기 경력 쌓기에만 활용하던 리더이다 (고려 충선왕)

- 세 번째는 개인 숭배를 추구했던 리더이다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

- 네 번째는 자기 권위 세우기에만 집착했던 리더이다 (프랑스의 루이 14세)

- 다섯 번째는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리더이다 (영국의 헨리 8세)

- 여섯 번째는 자기보다 뛰어난 신하를 제거하려고 하는 리더이다 (이스라엘의 사울왕)

- 일곱 번째는 사적인 복수를 위해 리더 자리를 활용하는 경우이다 (영국의 메리여왕)

- 여덟 번째는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들이 교육받지 못하게 했던 리더이다 (포르투갈의 살라자르)

- 아홉 번째는 내가 불리해지면 배신도 마다하지 않는 리더이다 (청나라 서태후)

- 열 번째는 자기 마음대로 부하들을 착취하는 리더이다 (진나라 진시황)

- 열한 번째는 부하들을 이간질하면서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리더이다 (태평천국운동 홍수전)

- 열두 번째는 외부와는 담을 쌓은, 폐쇄적인 유형의 리더이다 (알바니아의 엔베르 호자)

- 열세 번째는 자기 인기를 위해 국민들이 좋아할 만한 정책만 펼치는 리더이다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




국정 운영을 거부했던 황제 (첫 번째 이야기) : 명나라 만력제


첫 번째 이야기로 통치에는 관심 없고 흥청망청 놀기 바빴던 황제에 대해 소개드리고자 한다. 그 황제는 16세기 명나라 13대 황제였던 만력제였다. 만력제는 통치를 거부했던 보기 드문 왕이었다. 노조가 파업할 때, 단체행동을 통해 근로를 거부하는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한 나라의 군주가 통치를 거부하는 사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찾아보기 힘들다. 더 이상 왕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왕위를 양도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만력제는 황제 자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통치를 거부했을 뿐이다. 도대체 그가 통치를 거부한 데는 무슨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과도하고 엄격한 교육의 폐해


명나라 황제가 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해야만 했다. 9세의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된 만력제 역시 장거정이라는 신하에게서 스파르타식 힘든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전날 배웠던 내용은 통째로 다 암기해야 했고, 만일 제대로 암기하지 못한 경우에는 반성문을 제출해야만 했다. 심한 경우 황제에게 궁 밖에서 무릎 꿇고 빌게 하는 석고대죄를 시키기도 했다. 황제의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장거정은 명나라의 실세였다. 엄격한 통치와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강직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그의 이런 성품 덕에 명나라는 재정이 튼튼해지고, 법 체계가 바로 섰지만 어린 만력제에게 장거정은 그저 무섭고 깐깐하기만 한 스승일 뿐이었다. 조정을 틀어쥔 실세이다 보니 아무리 황제라고 해도 그를 함부로 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당연히 장거정의 이런 스타일은 주변에 수많은 적을 만들게 되었다.


장거정 외에 만력제를 괴롭혔던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다. 그는 전 황제였던 융정제의 환관이었던 풍모였다. 과거 중국에서 환관의 권력은 엄청났다. 풍부 역시 엄청난 권세를 누리고 있었다. 어린 만력제가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를 황태후에게 고자질했다. 그러면 황태후는 만력제를 불러 아예 대놓고 "내가 황상을 황제로 선택했던 게 내 실수였다보오" 이런 말을 할 정도였다. 그때부터 만력제는 신하들과 왕실 어른들에 대한 불만이 층층이 쌓여만 갔다.


나중에 성인이 된 만력제가 장거정과 환관 풍보를 뒷조사했을 때, 장거정은 자신이 황제인양 모든 보고를 직접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풍조의 경우 뇌물을 통해 엄청난 부를 챙겼음이 드러났다. 겉으로는 청렴한 척하면서 뒤로는 비리를 저지르는 두 사람을 보며 그는 권력에 대한 환멸, 신하들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갖게 되었다.

명나라 만력제


국정 수행을 거부하다


만력제는 장거정과 풍보가 숙청되고 성인이 된 27살, 본격적으로 국정 수행 거부를 선언했다. 황제 자리에는 계속 앉아 있으면서 국정 수행을 거부한 것이다. 기업으로 치자면 사장이 일 못하겠다고 태업을 선언한 것이다.


하루에 수 천 건씩 전국 각지에서 날아오는 상소문들을 보기는커녕 상소문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채 엎어져 자버렸다. 신하들은 전대미문의 이 사건을 보며 그러면 안 된다고 궁궐 밖에서 무릎을 꿇고 사정하였지만 만력제는 신하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신하들과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에는 코뺴기도 비추지 않았다.


메뚜기 두 마리 간에 씨름을 시켜거나 후궁들, 궁녀들과 더불어 물놀이를 즐기기 바빴다. 궁녀들이 배를 탄 경우, 부채를 펼치도록 하고는 나비를 풀어놓았다. 부채 위에 앉은 나비가 보일 경우, 만력제는 그날 그 궁녀와 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그가 황제 자리를 포기하지 않은 것은 그저 마음대로 향락을 즐기며 놀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라는 망하건 말건 내 알 바 아니고, 나는 그저 하루하루 놀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치스럽고 놀기만 좋아하는 황제


심지어 그는 사치스럽기까지 했다. 전제군주의 경우 그 나라의 모든 것이 다 황제의 소유이다. 굳이 재산을 탐할 이유가 없음에도 그는 재산 축적에 심혈을 기울였다. 자신이 죽으면 묻힐 황릉을 어마어마한 규모로 건설할 것을 지시했고 비밀스럽고 눈에 띄지 않는 은밀한 곳에 궁궐을 짓도록 지시했다.


그곳에서 그는 10만 명에 달하는 궁녀들과 같이 매일같이 연회를 즐겼다. 그의 취미는 후궁, 궁녀들과 같이 거대한 목욕탕에서 목욕을 즐기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정력을 위해 잉어의 눈물이 나 여우의 침 등 민간요법에서 정력제로 알려진 진귀한 것들을 구했다고 한다.


황제부터가 부를 축적하기 위해 뇌물을 밝혔다. 황제도 노골적으로 뇌물을 챙기는데 신하가 못할 이유가 무엇이 있었겠는가? 지방의 말단 관직까지 돈만 있으면 다 얻을 수 있었다. 황제 본인부터가 썩었으니 단속이 이루어질 리 없었다. 명나라는 그의 통치기 48년 동안 나라가 뿌리 채 썩어갔다.




명나라 몰락을 초래하다


그의 통치기 때 조선에서는 임진왜란이 발생한다. 이때 특이한 일이 만력제에게 벌어졌다. 그렇게 국정 수행을 싫어하던 만력제가 조선만큼은 끔찍이도 챙겼다. 조선 관련 일은 매일 보고를 받았고 파병되는 군사들을 꼼꼼하게 챙겼다. 그래서 명나라 사람들은 만력제를 고려 황제(당시 명나라 사람들은 조선을 여전히 고려라고 많이 불렀다)라고 부르며, 거기 가서 황제 하라고 비꼬았다고 한다. 암튼 조선에 있어서는 고마운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때 명나라는 결정타를 맞고 말았다. 가뜩이나 휘청이던 나무가 태풍을 맞게 된 것이다. 그가 죽고 난 뒤 20여 년이 지나 명나라는 청나라에 의해 멸망하게 된다. 사실상 명나라 멸망의 1등 공신은 만력제인 셈이다.




업무에는 관심 없던 리더 사례


우리는 리더를 크게 네 부류로 나눈다. 똑똑함과 멍청함, 부지런함과 게으름으로 나누는 것이다. 만력제는 전형적으로 멍청한데 게으른 리더 스타일이다. 가장 최악의 리더였던 셈이다.


회사 리더 중에도 만력제 같은 사람들이 있다. 팀이 어떻게 돌아가건 말건 관심이 없다. 마치 경기장의 관중 마냥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좋고, 지면 그런가 보다 생각하는 스타일인 것이다.


신입사원 시절, 팀장이 딱 이런 사람이었다. 상무가 부임하면서 과거 자기 밑에 있던 사람을 데려와서 팀장 자리에 앉혔던 것인데, 문제는 재무 쪽 업무를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잘 모르면 그때서라도 열심히 배워야 할 텐데 그런 의지도 없었다. 거의 태업 수준으로 자리에만 앉아 하루 종일 인터넷 서핑만 하기 바빴다.


팀원들은 살판이 났다. 보고나 결재는 자동 통과였고, 회의는 아예 없다시피 했다. 태평성대가 찾아왔던 것이다. 당연히 팀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었다. 자료는 수치가 다 틀려있었고, 타 팀에서 요청이 들어오는 자료는 세월아 네월아 뭉개고 앉아 처리될 줄을 몰랐다. 상무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얼른 팀장 자리를 교체하게 되었다.


보통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낙하산으로 온 리더 중에 이런 경향을 가진 리더들이 종종 있다. 경험 상 그런 리더가 위에 있으면 팀원 통제가 되지 않는다. 무정부 상태가 되기에 팀이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리더가 무관심할 때 미치는 악영향


팀에서 벌어지는 일에 리더가 별 관심이 없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언뜻 편할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팀에 악영향이 발생하게 된다.



1. 동기 부여 및 사기 저하


리더가 명확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팀원들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몰라 혼란을 느끼게 된다. 이는 업무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고 동기 부여가 되지 않게 만든다. '내가 열심히 해봤자 소용없다'는 무기력감이 생기게 된다. 힘든 일을 해봤자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기에 힘든 일은 서로에게 미루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2. 의사소통의 어려움 발생


리더가 회의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거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지 않으면, 팀원들은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해 업무 진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팀원들 간에 오해가 생기거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중재하고 해결해 줄 팀장이 나 몰라라 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점점 더 불신이 쌓여가는 것이다.




3. 업무 생산성 및 효율성 하락


팀장이 피드백을 주지 않으면 팀원들은 자신의 업무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회를 잃게 된다. 중앙 컨트롤 타워가 사라지면서 팀원들 스스로 방향성을 잃고 일아서 일을 하게 된다. 이는 팀 전체의 목표보다 개인의 성과에만 집중하게 만들고 협력보다는 경쟁을 택하게 된다. 이는 팀워크를 무너뜨리고 팀의 응집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4. 리더의 권위 실추


리더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팀원들은 그를 존경하거나 따르지 않게 된다. 팀 내에서 리더십 공백이 생기고, 팀장은 그저 이름만 팀장이 된다. 팀에 다른 사람이 실세로 활동할 경우 팀원들은 실세의 눈치를 보게 되며 팀은 구심점이 사라지게 된다.




의지가 없는 리더에 대처하는 방법


명나라 만력제처럼 팀 업무에 별 관심 없는 리더 밑에서 일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아래 방법들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 보자.




1. 리더에게 핵심만 전달하자


일에 관심 없는 리더에게는 일의 핵심만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기억도 못하고 제대로 된 피드백도 나오기 힘들다. 내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핵심만 전달하는 쪽이 효과적이다. 리더가 적어도 내가 일 안 한다고 딴지 거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2. 하고 있는 일은 기록으로 꼭 남겨두자


리더가 업무 파악이 잘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말로 해서는 리더를 이해시키기가 어렵다. 이 때는 기록이 중요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히스토리 별로 정리해 놓자. 리더를 이해시키기 한결 수월할 것이다.

리더는 일에 관심이 없고 업무 파악이 안 되어있기 때문에 결국 눈에 보이는 자료에 의존하게 된다. 평가 때 결국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가 있으면 금세 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하게 된다.




3. 리더와 거리를 두자


이런 리더일수록 업무 외적인 일에는 무지하게 관심이 많다. 특히 술자리나 등산, 야유회에는 아주 열성적이다. 일 빼고 다른 것은 다 좋아하는 것만 같다. 쓸데없이 퇴근 시간 이후에 술 마시자고 꼬드기면 그것만큼 짜증 나는 일이 없다.


이런 리더와 친하게 지내봐야 별 영양가 없다. 오히려 같은 부류로 취급받게 되어 나에게 불리해진다. 사이 나쁘게 지낼 필요는 없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4. 팀의 실세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좋은 인상을 주자


리더가 힘이 약하고 말발이 먹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팀 내 실세가 나타나게 된다. 이 실세는 윗 임원들과도 사이가 돈독하고 결국 팀 내 의사소통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나이 어린 왕이 즉위하게 되면 선왕을 보필하던 늙은 신하들이 실세가 되어 조정을 장악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팀에서 실권을 가진 사람이 나에 대해 "얘 괜찮다. 얘는 별로다" 팀장에게 말하는 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만큼 이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 사람이 사실상 평가권 자이고 차기 팀장 유력 후보이기 때문이다.




5. 다른 회사도 고려해 보자


개인적인 경험으로 리더 선발이 공정하지 않고 사내 정치에 의해 밀실에서 이루어지거나 낙하산으로 외부에서 꽂아 넣는 회사인 경우 이런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체계가 없는 회사일수록 이렇다. 이런 회사는 무너지기 쉽다. 나 역시 성장하기 어렵다. 공정한 평가보다는 사내정치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회사는 떠나는 것이 좋다. 이직을 생각하며 착실히 준비하도록 하자.




마무리하며


중국인들이 가장 무능하다가 평가하는 역사상 인물 중에 만력제는 꾸준하게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책임감 없이 국정을 거부한 채 자기 향락에만 빠져서 살아갔던 그를 좋게 평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일이 과거 전제군주 시대에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단정 지으면 안 된다. 리더라는 역할을 망각한 채 일에는 관심 없고 팀이야 어떻게 돌아가든 말든 시간 때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 분노만 하기보다는 실속 있게 행동하자. 어차피 이런 리더는 오래 못 간다. 곧 바뀌게 되어 있다. 내가 하는 일을 잘 정리해서 제대로 일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어필하자. 그리고 팀에 실세가 있을 경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자. 팀장이 그런다고 나도 같이 대충 일하면서 놀게 되면 나만 손해라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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