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일은 안 해야 합니다(박정아, 이동국 선수)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의 중요성

by 보이저

사례 1) 여자배구 박정아 선수


2016년 리우 올림픽 여자배구 예선, 당시 한국 여자배구는 강팀이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 4위를 했고, 김연경, 김희진, 박정아 등 주전 공격수들이 모두 20대의 전성기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올림픽 때 못 이룬 메달의 꿈을 이번에는 꼭 이뤄보리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런 여자배구팀에게 큰 약점이 발견되었다. 그것은 바로 박정아의 수비력이었다. 상대팀들은 정밀 분석을 통해 박정아 선수가 리시브 등 수비에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였다. 그 이후 대부분의 서브는 다 박정아 선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가뜩이나 서브 리시브가 약하기에 부담이 많은데 계속 상대 서브가 자신에게만 날아오니 박정아 선수는 멘붕에 빠졌다. 예선 내내 잦은 리시브 범실을 기록하며 그녀는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올림픽 메달의 꿈은 달성하지 못한 채, 실패의 원흉으로 지목된 박정아 선수에게는 악플이 엄청나게 쏟아졌다. 그 따위로 배구하려거든 배구 때려치워라, 프로 선수가 기본적인 리시브 하나 제대로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 등등.. 결국 그녀는 본인 소셜 미디어 계정을 모두 닫고 한동안 침묵 속에 살아가야만 했다.


박정아 선수는 187cm의 큰 키를 가진 기대주였다. 김연경 선수의 뒤를 이을 국가대표 공격수로 주목받고 있었던 것이다. 강력한 스파이크 공격을 통한 클러치 능력은 그녀의 전매특허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그 강점을 가려버리고 말았다. 그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실패를 맛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프로팀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박정아 선수는 다시 펄펄 날아다닌 것이다. 올림픽 때는 볼 수 없었던 강력하고도 정확성을 갖춘 스파이크를 다시 보여주었다. 그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가장 큰 비결은 감독이 그녀의 수비 부담을 덜어준 것이었다. 국내 리그에서도 박정아 선수에게 서브가 집중되었다. 그때 그녀 곁에 있는 선수가 재빨리 다가가 대신 서브 리시브를 했다. 상대 선수가 공을 딱 때리는 순간 바로 박정아 선수 쪽으로 다가와 서브를 받은 것이다. 그 덕분에 박정아 선수는 본인의 강점인 공격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국제 대회에서는 왜 그렇게 수비를 대신해 줄 수 없었을까? 국제 대회는 강팀들이 즐비하다. 강력한 서브를 대신 받아주기 힘든 환경인 것이다. 당장 자기 한 몸 지키기도 힘든 판에 서브를 대신 받아준다. 이건 다 같이 망하는 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박정아 선수 본인에게 리시브를 맡겨야 했던 것이다.


탁월한 공격 능력이 장점인 박정아 선수에게 약점인 리시브를 받게 할지 말지는 큰 딜레마이다.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약점을 최대한 다른 선수가 분산해서 감당하게 할 것인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박정아 선수 사례는 어떤 사람이 강점과 약점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을 때, 약점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으면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박정아 선수




사례 2) 국가대표 축구 이동국 선수


웬만한 스포츠 팬 중에서 이동국 선수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는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는 핵심 선수였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매 월드컵 때마다 그가 출전하는지 아닌지 여부는 큰 관심거리였다.


이동국 선수는 탁월한 골 감각을 가지고 있다. 187cm 큰 키에서 나오는 몸싸움 능력과 위치선정 능력, 특히 그의 발리슛은 일품이었다. 입단 당시 신인 최고 계약금으로 입단했던 그는 쭉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국가 대표팀의 많은 감독들은 그를 주전 공격수로 활용하는 것을 주저하였다. 일단 속도가 느린 편이었고 움직임도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시아 팀 상대로는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였지만, 피지컬이 좋고 터프한 유럽팀이나, 개인기가 좋은 남미팀 상대로는 그의 장점이 잘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팀 상대로는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활용하기 어렵다. 아무리 공격수라도 상대팀의 소나기 골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을 해야만 했다. 이동국은 공격 진영에만 계속 머무르다가 공이 오면 비로소 움직이는 스타일이었다. 비슷한 수준을 가진 팀 상대로는 이 전술이 효과적이다. 공격수가 체력도 아끼면서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팀 상대로는 몇 번 오지도 않을 공격 찬스를 위해 선수 한 명을 고정시키기는 사실 쉽지 않다.


2010년 월드컵 직전, 왜 그 당시 한참 잘 나가던 이동국을 국가대표 주전 공격수로 활용하지 않는지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때 당시 감독이던 허정무 감독의 말이 기억난다.



"국가대표팀을 위해 이동국이 존재하는 것이지,

이동국을 위해 국가대표팀이 존재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허정무 감독의 이 말은 이동국 활용이 쉽지 않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동국의 강점인 골 결정능력과 약점인 수비 가담 능력을 어떻게 조화롭게 조정할 것인가? 그의 약점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게 하면서 강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 문제를 잘 풀어냈던 최강희 감독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고,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른 감독들은 결국 이동국을 활용하지 못했다.

이동국 선수


팀 구성원의 약점에 대처하는 방법


모든 사람들은 자기만의 강점과 약점이 있다. 꼼꼼하고 치밀하지만 예민한 성격 탓에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사람이 있다. 늘 웃는 얼굴로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지만 덜렁대는 성격 탓에 잔실수가 많은 사람도 있다.


잘하는 일을 시키면 되고, 잘 못하는 일은 안 시키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회사는 늘 인원 부족에 시달린다. 이런 상황 속에서 팀원 중 누가 약점이 있다고 해서 다른 팀원이 그걸 커버해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커버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게 반복되면 커버하는 사람도 지치게 된다. 내가 다른 사람 커버하려고 회사 들어와서 일하는 사람이 아닌데.. 자괴감이 들게 마련이다.


서로 지치지 않고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다음 방법을 한 번 활용해 보자.




1. 서로의 강점, 약점에 따라 업무 나누기


각 팀원의 강점에 맞게 일을 배분하고, 잘 못하는 일은 최대한 맡지 않게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팀원 A가 꼼꼼함은 부족하지만 빠른 실행력을 가졌다면, 빠르게 초안을 만들고, 꼼꼼함이 강점인 팀원 B가 검토 및 마무리 작업을 맡게 하는 것이다.


팀원 C가 대외 커뮤니케이션에 약하지만 데이터 분석 능력이 뛰어나다면, C에게는 데이터 처리 작업을 전담시키고, 커뮤니케이션이 강점인 다른 팀원 D가 대외 발표를 맡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업무를 강점 기반으로 나누면 서로 잘하는 일을 분담하게 되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2. 약점은 시스템으로 커버하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업무가 약점인 팀원에게 업무가 주어질 수밖에 없다면 시스템으로 커버해야 한다. 실수가 잦은 팀원이라면 데이터 입력 업무를 할 때나 이메일을 작성할 때 실수를 막기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거기에 따라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메일 보낼 때 첨부파일을 빼고 보내거나, 날짜를 잘못 입력하거나, 엉뚱한 사람을 수신자로 집어넣는 실수를 자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에게 정신 차리고 일하라고 백 날 말해봐야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이 때는 실수 방지 매뉴얼을 만들어서 그대로 따르도록 해야 한다.



1. 제목 제대로 입력했는지 확인할 것

2. 길게 글로 썼는지, 목차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썼는지 확인

3. 날짜나 장소는 제대로 들어가 있는지

4. 수신자, 참조자는 제대로 입력했는지, 동명이인은 아닌지

5. 첨부파일은 이 파일이 맞는지 첨부 전 먼저 열어보기

6. 예약메일이나 숨김 메일로 보내는 경우



이렇게 매뉴얼에 따라서 일하도록 아예 정해주자. 그게 주는 사람도 속 편하고, 받는 사람은 이거대로만 하면 실수할 일 안 생기니 속 편하게 된다.





3. 상호 보완적인 협업 체계 만들기


팀원들이 자연스럽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협력적인 환경을 만들자.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버디 시스템'이다.


버디 시스템 (Buddy System)은 약점을 가진 팀원과 그 약점을 강점으로 가진 팀원을 짝지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잘 쓰지만 이걸 말로 잘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 보고서 틀은 잘 만들지 못하지만 조리 있게 말을 잘하는 사람은 버디로 묶는 것이다.


마치 앞이 안 보이지만 걸을 수 있는 사람과 앞은 잘 보이지만 걷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때, 걷지 못하는 사람이 앞을 못 보는 사람 등에 업혀 길 안내를 해주며 같이 앞으로 나가는 것과 같다. 일이 잘 해결됨은 물론, 서로의 장점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4. 발전과 성장을 위한 지원


결국은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요즘은 약점 보완보다 강점 강화가 더 효과적이므로 강점 강화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 직장에서 일을 해보면 아무리 좋은 강점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도 치명적인 단점 하나 때문에 무너지는 사람들이 참 많다.


빠른 상황 판단 능력, 추진력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지만, 독불장군형이어서 주변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독불장군 스타일의 성격 이 하나 때문에 직장에서 롱런하기 어렵다.


이런 단점들을 본인이 인식하고 그 심각성을 깨닫고 고쳐나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집합교육이나 온라인 교육은 효과가 떨어진다. 결국은 부서 내 선배나 코치, 멘토가 하나씩 알려줘야 한다. "팀원이 가져온 보고서 자료 수치가 다 틀려있을 때 다짜고짜 화부터 내지 말고, 일단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세요. 그 뒤 흥분을 가라앉히고 말해야 합니다" 이런 구체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5. 심리적 안전감 조성


틀리면 조리돌림 당하고 단체 채팅방에서 망신주는 그런 부서에서는 사람이 긴장하게 되고 위축된다. 결국 실수가 나왔을 때 이를 은폐하게 되고, 쉬쉬하고 덮으려는 문화가 생겨나게 된다.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 모르는데 그걸 솔직하게 밝힐 바보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구글에서는 높은 성과를 내는 리더들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하는 '산소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딱 하나 공통점이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심리적 안전감'이었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존중받을 수 있고, 실수를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함부로 무시당하고 망신당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을 때 그 부서가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었다. 실수해도 배려받을 수 있다는 그 믿음이 팀에 대한 애정으로 나타나게 되고 더 열심히 좋은 성과를 내는 원동력이 된다.



마무리하며


배구의 박정아 선수, 축구의 이동국 선수는 강점과 약점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선수이다. 다행히 이 선수들은 강점이 워낙에 강했기 때문에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었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라도 다른 선수가 대신 리시브를 해주거나,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직장은 이와는 사정이 다르다. 늘 인원 부족에 시달리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일이 무더기로 주어지는 판에 팀원들의 강점, 약점 가려가며 일을 구분해서 주는 것은 사치스러운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개개인의 강점과 약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게 일을 준다면 장기적으로 조직에 큰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자신감을 갖고 성취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점을 굳이 내비치지 않아도 되기에 더 안정적으로 일하게 된다.


강점을 최대한 고려하여 일을 주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매뉴얼과 같은 시스템을 같이 만드는 것 이 두 개가 직장생활의 효과적인 전술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감독은 주어진 재료들의 장단점을 알고 그 특색에 맞게 음식에 넣을 줄 알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연히 얻은 행운이 위험한 이유 (나우루의 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