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툭툭 치 지나가나요? (괜한 시비 피하기)

사람들 간에 잘 지내는 방법

by 보이저


우 대리는 조심성이 없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이상하리만큼 그는 지나갈 때 다른 사람들을 툭툭 잘 치고 지나간다.


나쁜 의도가 있어서 그러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급한 성격인 그는 느린 것을 정말 싫어한다. 그러다 보니 빨리 지나가고 싶어 하고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과 부딪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에게 있어 좁은 길을 느릿느릿 걸어가는 사람은 분노 유발자이다. 한 대 콱 쥐어박고 싶은 충동을 겨우겨우 참아내며 그는 오늘도 낙엽이 쌓인 길을 터벅터벅 걸어간다.


사무실에서도 그는 다른 동료들 의자를 자주 치고 지나간다. 동료들은 말은 하지 않지만 그가 치고 지나갈 때마다 인상을 찌푸린다. 회식 때는 옆 부서 직원이 그가 자기를 치고 지나갔음에도 사과 한 마디 없었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우 대리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자기가 사람들을 자주 치고 다닌다는 사실도, 그로 인해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진짜 별것도 아닌 일인데 그것 때문에 점수가 깎이는 우 대리이다.



63 빌딩 아이맥스 영화관에서의 충격과 공포


내가 초등학교 때 63 빌딩 2층에는 '아이맥스'라고 거대한 스크린을 가진 영화관이 있었다. 주로 다큐멘터리를 틀어주는 곳이었는데 지금도 아이맥스 영화관에 들어갈 때 그 충격과 공포는 잊히지를 않는다. 도대체 그때 무슨 일이 있었길래 30년도 훨씬 지난 지금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당시 영화관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입장하려는 백여 명의 사람들은 출입문 앞에 구름처럼 서있었다. 줄 서기 따위는 X나 줘버린 상태였고, 이들은 문이 열리면 100미터 달리기를 할 태세로 스타트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문을 연 직원은 몸을 날리듯이 얼른 뒤로 피했고 사람들은 스타크래프트에서 저글링 떼들이 달려들듯이 미친 듯이 뛰어 들어갔다.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치고 난리도 아니었다. 나는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냥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그 상황에서 들어갔다가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그런 모습은 볼 수가 없다. 지하철 플랫폼 앞에서는 사람들이 양 옆으로 두 줄로 서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고,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오른쪽으로만 서서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화가 예전부터 대한민국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30여 년 전만 해도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치고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대한민국의 풍경이었다.




자꾸 치고 다니는 사람들의 특성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자꾸 다른 사람을 치고 다니는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천성이 악해서 그런 것일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다만 조심성이 부족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조심성이 부족하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 번째는 성급한 성격이다. 이들은 일단 모든 것이 빨리 다 해결되어야만 한다. 보고서도 자기 앞에 곧바로 도착해 있어야 하고 내 앞의 문제는 당장 해결되어 있어야만 한다. 줄을 서는 것은 답답해서 못하는 성격이다. 당연히 지나갈 때도 정신없이 앞만 보며 빨리 가려고 하기에 자꾸 주변과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이다. 이기적인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주로 불편해하는 상황에 대해 민감성이 부족하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전화하는 것, 크게 기침하는 것, 냄새나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 기본 상식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 기본 상식에 대한 민감성이 부족하다.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다.


세 번째는 승부욕이 강한 경우이다. 이들은 항상 내가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영화관에도 내가 가장 먼저 들어가야 하고, 지하철도 가장 빨리 타려고 한다. 직장뿐 아니라 세상만사 모든 것을 경쟁으로 바라보기에 그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자꾸 치고 다닐 때의 문제점


당하는 입장에서는 은근히 기분이 나쁘다. 특히나 내 기분 상태가 별로일 때 그런 일을 당한다면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사과라도 하면 다행인데 그런 것도 없이 그냥 지나가면 혹시 일부러 그런 건가? 나를 무시해서 저러나? 이런 생각까지 들게 된다.


무례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사과도 잘 안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내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게 된다.




치고 다니지 않는 방법


이렇게 물을 수 있다. 그냥 안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현상만 바라보고 하는 말이다. 왜 그들이 자기도 모르게 치고 다니는지 그 내면을 알아야 한다. 이 행동은 생각보다 복잡한 심리가 내면에 깔려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균형감각이 약해지고 머릿속이 복잡해지기에 움직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1. 걸으면서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기


최근 '스몸비족'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스몸비족은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로, 길을 걸을 때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해 주변을 살피지 않는 사람들을 뜻한다.


걸으면서 늘 스마트폰을 보거나, 생각에 잠겨 시선을 앞에 두지 않는 경우,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기 쉽다. 주의력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걷는 동안에는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고, 시야를 넓게 유지하며 전방과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움직임을 느리게 하자


스트레스가 많거나, 초조함을 느끼는 상태에서 이런 행동이 나타나기 쉽다. 주의력이 분산되고 균형감각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을 치고 지나갈 때가 발생하는 것이다.


마음이 불안하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지고 주변을 잘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불안한 상황에서는 더 주변을 신경 쓰고 발걸음도 느리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몸이 그렇게 반응하면 더 불안햊기 마련이다. 일부러라도 속도를 늦춰보자.




3. 걸어 다니는 습관 개선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보행 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 걸을 때 시선을 바로 앞에 두는 것이 아니라, 10~15미터 앞에 두어 주변 상황을 미리 파악하도록 하자. 이 경우 멀리서부터 사람들의 움직임, 멈춤, 방향 전환 등을 예측하고 미리 경로를 조정할 수 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중앙보다는 벽이나 상점가 쪽의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 것이 부딪힐 확률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추월할 때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갑자기 끼어들지 않도록 주의하자.

평소에 조금 천천히 시야를 멀리 두면서 걷는 것을 생활화하자. 처음에는 잘 안되지만 습관이 되면 크게 의식하지 않고도 부딪치지 않으면서 걸을 수 있게 된다.




4. 부딪쳤을 때는 꼭 사과하기


만약 실수로 부딪혔다면, 곧바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습관화하자. 기본 에티켓이기도 하고, 불필요한 오해나 마찰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를 하게 되면 타인과의 부딪침을 내 잘못으로 인식하게 하여 다음번에는 더 조심해야겠다는 의식을 갖게 만든다. 입으로 '죄송합니다"를 말하는 순간 경각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마무리하며


길거리를 걷다가 행인 두 명이 어깨를 부딪힌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한 사람이 "뭐야! 이 자식아!" 소리친다. 다른 한 명이 대꾸한다. "눈깔은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거냐?" 그다음에는 어떤 일이 펼쳐지게 될까? 안 봐도 뻔하다. 실제 이렇게 시비가 붙었다가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사건들도 다수 존재한다.


그만큼 어깨를 부딪치는 것은 다른 사람 기분을 확 상하게 하는 행동이다. 상대방 자존심을 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감성을 가지고 조심해야 한다.


생각 없이 지나다니면서 다른 사람 의자를 툭툭치고 다니거나, 소지품을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혹시 나는 그러지 않는가? 조심해야 한다. 왜 그런 행동이 나오게 되는지 생각해 보자. 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몸의 균형 유지가 잘 안 되고 시야가 좁아져서 그럴 수도 있다. 성급한 성격 탓에 서두르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 경쟁의식이 워낙 강해서 매사에 지지 않으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이는 내 이미지를 깎아 먹고 상대방의 분노를 유발하는 행동이다. 지금부터라도 꼭 고치자. 그리고 부딪쳤을 경우는 진심으로 사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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