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견근무, 이런 점 때문에 참 힘듭니다.

직장생활 어려움 극복하기

by 보이저

성 차장은 베트남으로 파견되어 현재 3년째 베트남 하노이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실 그는 해외근무가 처음은 아니다. 30대 초반에 아직 결혼하기 전이었을 때도 헝가리에 2년 간 파견되어 근무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해외 근무가 참 재미있었다. 대학교 때 그 흔한 배낭여행 한 번 못해봤던 성 차장에게 헝가리는 매력적인 국가였다. 부다페스트의 부다 성, 다뉴브 강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40대 중반이 된 지금은 해외 근무가 참 힘들기만 하다. 베트남이라는 국가는 참 좋아한다. 처음에는 오토바이의 물결이 어색하게만 느껴졌지만 즐길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은 국가이다. 가족들도 나름 하노이 한인타운에 거주하면서 잘 살고 있다. 여기는 한국인 주재원들로 넘쳐난다. 한국 식당에 한국 마트, 심지어 한국식 보습 학원까지 다 있다.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본사의 배려 없는 행동이다. 툭하면 베트남에 와서는 지역 투어해 달라, 거래처 관계자 만나게 해달라 온갖 요구를 한다. 평일, 주말 가리지 않는다. 이 사람들과는 항상 술자리까지 같이 해야 한다. 마치 관광 가이드가 된 기분이다.


현지 직원들과 한국에서 파견 온 직원들과의 보이지 않는 벽도 일하는데 큰 걸림돌이다. 현지 직원들은 모든 것이 다 한국인 위주로만 돌아간다고 불만이 많다. 정보 공유도 본인들에게는 잘 안 해주고, 중요 의사결정에서 배제된다는 것이었다. 승진도 한국인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이건 기술자인 성 차장이 뭘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현지 베트남 직원들은 본사에 이야기 좀 해보라고 성 차장을 다그친다. 이래저래 중간에 껴서 힘들기만 한 성 차장이다.



해외 근무가 활성화된 배경


과거에는 해외에서 근무한다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해외 출국 시 외화 유출 및 북한 공작원에 납치될 가능성이 많다는 이유로 국가에서 엄격히 통제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직업이었던 스튜어디스나 상사 근무자들은 최고의 인기 직업이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해외에 대한 정보가 한정적이었고, 선진국에 대한 환상이 컸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90년대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에도 해외에 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가 개발도상국 수준이었고, 해외 무역은 상사들이 전담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들 규모가 커졌고, 한정된 국내 시장 만으로는 수요를 확보할 수 없었다. 국내 인건비는 갈수록 치솟았다. 상사에 해외 판로를 맡기는 정도로는 니즈를 채우기 어려웠다. 많은 이유들로 인해 현지에 직접 공장을 차리고 생산을 진행하게 되었다. 저렴한 인건비에 물류비용도 아낄 수 있고, 직접 판매도 할 수 있기에 일석 삼조였다.


그렇게 하나둘씩 현지 법인, 공장들이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졌다. 현지인들 만으로는 현장 관리가 불가능했기에 본사에 있는 많은 직원들이 해외에 파견되어 근무를 하게 되었다. 해외 파견 직원들이 많아지게 된 배경이다.




해외 파견 직원들이 겪는 애로사항


과거에는 해외 근무가 큰 인기였다. 해외 파견 수당도 두둑했고, 체류비에 자녀들 교육비까지 지원하는 회사도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은 서로 가고 싶어 하는 선망의 직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직원들이 해외 파견을 점점 더 기피하고 있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지역 파견은 여전히 인기가 많다. 그러나 한국은 제조업 중심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 유럽은 지역 사무소 개념으로만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파견 인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


현지 생산 공장은 대부분 동남아시아 지역에 있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이다. 동남아시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인이 보기에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생활 여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공장이 있는 곳은 대도시에서 떨어진 곳이다. 대도시도 아닌 시골로 더 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의 근무를 선호할 직원은 많지 않다.


어차피 3년 내외로 근무하는 것이니, 이 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고 치자. 더 큰 어려움은 본사 직원들의 배려심 없는 태도라고 한다. 온갖 본사 직원들이 온갖 명목을 내세우며 수시로 현지를 방문한다. 기술 지원, 회계 감사, 안전 점검 등등.. 특히나 소위 높으신 분들의 방문은 이들에게 큰 스트레스이다. 마치 군대 시절 사령관이 부대를 방문하는 것처럼 며칠 전부터 청소에 시설 점검에 생난리를 쳐야 하는 것이다.


툭하면 한국 본사에서 날아오는 불청객들 맞이하는 것도 스트레스이다. 본사 직원들에게는 몇 년 만에 찾아가는 특별한 일이겠지만, 해외 주재원에게는 툭하면 벌어지는 성가신 일이다. 공장 소개 정도로 끝나면 참 좋겠지만 어디 그렇겠는가? 끼니때마다 맛집도 데려가야 하고 밤늦게까지 로컬 술집에 가서 술도 마셔야 한다. 공항까지 에스코트에 잡일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본사와의 회의도 큰 부담이다. 일본, 중국, 동남아 지역은 그나마 시차가 없거나 두 시간 안팎이라 부담이 덜한 편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 동부 지역의 경우 한국과 11시간 차이이다. 한국에서 아침 9시에 회의를 할 경우, 미국 뉴욕은 오후 8시이다.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지사 주재원은 퇴근도 못하고 사무실 건물에 있거나 집에서 컴퓨터 켜고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자녀 교육도 문제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영어 공부 메리트가 있고 교육 시스템이 잘 되어 있으니 사정이 낫지만 개발도상국이나 아예 후진국으로 파견되는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국제학교도 적고 있다고 하더라도 퀄리티 높은 수업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주거여건도 열악한 경우가 많으니 선뜻 가족동반으로 가기 힘들어진다. 결국 기러기 부부 생활을 선택하게 된다.


부부도 같이 살아야 서로 지지고 볶으면서 정이 드는 법인데 몇 년간 떨어져 살다 보니 그런 정이 없어진다. 아는 분은 5년 만에 해외 주재원 끝내고 귀국했는데 집에서 아내, 아이들과 할 말이 없어 휴일에는 그냥 공인으로 나간다고 한다. 같이 있으면 어색하기 때문이란다. 이러려고 회사 다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해외 주재원 생활은 많은 애로사항이 뒤따른다. 특히나 결혼해서 가족이 있는 경우, 그 난이도는 확 올라가게 된다.



바람직한 해외 주재원 생활 방법


갈수록 해외 주재원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누릴 것 다 누리면서 안락하게 살 수 있고,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해외의 많은 유명 관광지를 이미 다녀온 사람들도 많다. 한국이 더 살기 편한데 굳이 해외에 나가서 살 유인이 없는 것이다. 파견지가 자연환경이 수려하거나 문화 유적이 많은 곳도 아니다. 공장 지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열악한 곳에 굳이 나가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면 아래 사항들을 참고하면 좋다. 현지 언어나 문화를 배우고 각종 제도를 익히라는 뻔한 소리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본사 직원들 및 현지 직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주로 알아보고자 한다.



1. 본사에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룰을 만들기


본사 직원들과의 룰을 만들어야 한다. 매번 본사에서 사람들이 올 때마다 귀한 시간 내서 이 사람들을 접대할 수는 없다. 관광 가이드하려고, 손님 접대하려고 이 머나먼 곳까지 온 것은 아니다.


본사에 명확하게 이야기하자. 그리고 룰을 정하자. 본사에서 직원이 올 때는 현지 법인 소개 등 직접 관련된 일만 수행하기로 하자. 그 외 일은 본사 직원이 직접 하도록 하자. 공항이나 숙소 이동, 회식 등은 주재원에게 시키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재원 부담을 줄여야만 한다.


회의 시간도 원칙을 정하여 주재원들이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 일찍 본사와의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사실 본사에서는 각 지역 사정을 잘 모른다. 자기가 불편하지 않으니 상대방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이다. 직접 말해야 안다. 주저하지 말고 애로사항을 꼭 전달하자.



2. 현지 직원들과 소통하기


가장 필요한 것은 현지 직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수행하는 일의 범위와 방법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주인의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회의를 통해 본사에서 벌어지는 일들, 관심사들을 공유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자. 본사의 부속품이 아니라 어엿한 주체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수시로 집에 초청하여 한국음식도 대접하면서 교류를 늘려가자. 사람들을 초청해서 식사도 같이 하면 금방 친해지게 된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3. 지역 전문가로 성장하기


단순히 본사의 지시를 수행하는 직원으로 그치지 말고, 현지 전문가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우자. 해외 주재원은 많은 기업들의 이 필요로 한다. 그만큼 외국어가 능통하고, 현지 체류경험이 있어 그 나라의 문화를 잘 아는 인재가 많지 않다는 의미이다. 최근에는 많은 직원들이 해외 파견을 기피하고 있기에 이런 사람들은 좋은 조건에 쉽게 이직할 수 있다. 물론 해외에서 계속 근무하겠다는 의사가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본인이 원한다면 해외에서 근무하며 직장 수명을 늘릴 수 있다. 대체하기 어렵기에 이런 인재를 쉽게 내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4. 나만의 취미 만들기


해외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관리하기 위해 취미 활동이나 운동은 필수이다. 예전 중공업 시절, 나이지리아 유전 개발 사업 건이 있었다. 많은 직원들이 나이지리아 법인으로 파견되었는데, 당시 나이지리아는 온갖 테러가 횡횡하던 국가였다. 그 당시 보코하람이라는 이슬람 테러 단체가 그 지역 여자 고등학교를 습격해서 300여 명의 여학생을 납치하는 일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곳에서 외출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전통시장, 결혼식장, 기차역 등 사람이 몰리는 곳은 테러의 표적이 되었기에 대낮이라도 절대 출입이 금지되었다. 불가피하게 나가야 할 때는 10명 이상이 그룹을 만들어 그 지역 경호업체 보호하에 나갈 수 있었다.


회사와 기숙사만 이동 가능한 환경 속에서 많은 직원들이 향수병등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결국 회사에서는 자체 헬스클럽 설치, 인터넷 카페, 한 달간 특별휴가 등 많은 복지를 제공하면서 직원들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혈기 왕성한 30대 직원들은 나이지리아 생활을 힘들어했다. 머나먼 낯선 곳에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 감옥 같은 생활을 몇 년간 하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외지 생활은 외로움과 불편함과의 싸움이다. 나만의 취미가 반드시 필요하다. 달리기도 좋고 근육 운동도 좋다. 그곳 생활을 유튜브로 소개하거나 책을 써보는 것도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그렇게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휴식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활용해 보자.




마무리하며


해외 근무가 선망의 대상이던 시절, 해외 근무가 많은 종합상사는 선망의 직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많은 기업들이 저렴한 인건비, 인구 많은 소비 시장 확보를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로 가려는 본사 직원들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미혼인 경우는 애인과도 멀어지게 되고, 기혼인 경우는 배우자도 같이 올 수 있는지, 자녀 공부는 어떻게 할지 등등 신경 쓸 부분이 한 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해외 근무자 확보하느라 발만 동동 구르지 말고, 주재원들이 힘들어하는 것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업무 외적인 일에 자꾸 투입되지 않도록 방침을 명확하게 정하자. 일하러 온 사람이지 의절하고 관광 가이드하려고 온 사람들 아니다. 그리고 이들과의 회의 시간은 반드시 현지 시간을 고려해서 하자.


주재원 본인도 몇 년 시간 보내다가 돌아갈 생각 하지 말고, 이 지역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해 보자. 현지 직원들과 친분을 쌓고 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자. 그리고 본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주요 관심사는 무엇인지 정보를 계속 제공하자.


힘든 해외 주재원 생활이 의외로 내 경력에 플러스가 될 수 있다. 직접 그 나라에서 일해본 전문가는 많지 않다.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적은 것이다. 무조건 한국에서만 일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내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나만의 취미를 가지며 외로움을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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