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시킨 일만 보고하지 맙시다 (제대로 된 보고법)

효과적으로 보고하는 방법

by 보이저

장 대리는 임원 워크숍을 기획하는 담당자이다. 사실 총괄은 직속 차장인데 장 대리가 그 보조를 맡고 있다. 워크숍을 처음 준비하는 장 대리는 이렇게까지 준비할 게 많다는 사실에 그저 놀랄 뿐이다.


점심식사 식당 예약만 해도 단체석은 있는지, 행사장과 거리는 가까운지, 음식 알레르기 있는 사람은 없는지 하나하나를 다 따져봐야 했다. 거기에 플래카드에 브로슈어, 기념품까지.. 손이 가는 일들은 왜 이리 많은 것인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차장님이 30명이 들어갈 수 있는 행사장을 찾아보라고 말씀을 주셨다. 처음 생각했던 장소가 리모델링 중이라 바로 옆에 새로 생긴 호텔에 장소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한 것이었다.


호텔에 전화를 걸어 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이 있는지 알아보는 장 대리이다. 다행히 자리가 있다고 한다. '오! 다행이다' 장 대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 기쁜 소식을 차장님께도 전했다. 차장님은 뭐가 궁금한 게 그리도 많은지 계속 물어본다.


"혹시 주차공간은 넉넉하게 있는지, 무료 주차 가능한지도 확인해 봤어? 음료나 다과는 대관료에 포함되는 거야? 몇 명 정원인 연회장이래?"


"그건 모르겠습니다. 한 번 물어볼까요?"


"응.. 확인 좀 해줘. 호텔에 연회장 있는지 확인할 때, 그런 부분까지 한 번에 같이 물어보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연회장 사진도 같이 챙겨줘"


장 대리는 딱 시킨 일만 했던 것이었다. 그 외에 무엇을 더 파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몰랐던 것이다. 그는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딱 시킨 일만 하게 되는 이유


장 대리처럼 딱 시킨 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A에 대해서 시키면 딱 A만 하는 사람들이다. A를 하기 위해서는 그 앞에 따라오는 a도 있고, A와 붙어서 움직이는 A', A''도 있다. 그건 챙기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딱 시킨 일만 하는 사람들, 그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1. 일에 대해 잘 몰라서

이 경우 내가 무엇을 챙겨야 할지 모를 수밖에 없다. 하나하나다 낯선 일들 투성이인데, 당장 시킨 일 제대로 하는 것조차 힘든 상태이다. 여기에 융통성까지 기대하는 것은 도둑이나 다를 바가 없다.



2. 너무 바빠서

일에 치여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경우이다. 당장 내 할 일도 바쁜데 다른 일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시간 조금 날 때 후다닥 처리하기 바쁘다. 당연히 정해진 것만 처리하고 재빨리 내가 해야 하는 일로 되돌아오게 된다.



3. 주변 사항까지 챙기는 방법을 잘 몰라서

이 경우 일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이다. 제반 정보를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 어떤 것부터 보고해야 하는지 그 요령을 잘 모른다. 누가 알려주기만 해도 금방 터득할 텐데 방법을 몰라서 고지식하게 딱 정해진 것만 하고 끝내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3번 사례에 초점을 맞춰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




주변 사항까지 파악해 보고하는 방법


그렇다면 딱 정해진, 시킨 일뿐만이 아니라 관련된 사실 전반을 파악해서 보고하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아래 여섯 가지 방법을 참고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1. 내가 고객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기


'고객 경험'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기획하는 사람 입장에서 업무를 바라보면 고객 관점에서 불편한 것들을 놓치기 마련이다.

'사내 PC 프로그램 교육'을 외부 교육기관에서 진행한다고 하자. 기획자 입장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에만 초점을 맞추기 쉽다. 그러나 교육생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자.


- 교육 참여 시 근태는 어떻게 올려야 할지

- 지방에서 차를 갖고 와야 하기에 주차가 필요한데, 주차 공간은 있는지, 주차요금은 무료인지

- 점심은 제공되는지

- 중간에 조퇴해야 하는 경우, 사유서 제출이 필요한지


궁금한 점이 많을 것이다. 이런 사항들을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더 정교한 기획이 가능해진다.




2. 중요한 정보를 상세히 기재하자


같은 내용을 두고 쓴 이메일이다. 아래 두 가지 보고 이메일 중 어떤 것이 더 잘 쓴 이메일일까?



[이메일 1]

2월 10일 기준으로 U+HR에 접수된 외부 교육 5건 보고 드리오니 검토 부탁드립니다.


1. 정보통신기사 (3명) : 부산영업팀 이호석 님 외 1명, 채널지원팀 송민수 님

→ 해당 건은 안전관리팀 요청사항에 포함되는 건이며, 교육 대상 인원은 2명입니다.


2. 전기안전관리기술교육 (1명) : AI운영팀 이남수 님

→ AI운영 관련 법정 필수 교육입니다.


AI 운영과 관련된 법정 필수 교육의 지원 건이 현재까지 총 4건 (673,000원) 들어온 상황입니다.

필요하다면 컨설팅팀과 정보통신기사 자격증 관련 진행한 사전 수요 확정 논의와 유사한 형태로 AIDC운영팀과 교육훈련비 관련 논의 진행하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이메일 2]

2월 10일 기준, 접수된 외부 교육 5건 보고 드립니다.


-1) 정보통신기사 (3명) : 부산영업팀 이호석 님 외 2명

-2) 전기안전관리기술교육 (1명) : AI운영팀 이남수 님



묻지 않아도, '이메일 1'이 더 잘 쓴 이메일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누가 외부교육을 신청했는지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해 소속, 성명까지 자세히 기재하였다. 그리고 중요한 교육과정은 금액, 진행상황 이런 상세 정보를 같이 기재하여 리더의 이해를 돕고 있다.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항을 명시하여 리더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1) 중요한 정보 위주로 작성하기, 2) 중요한 정보는 상세히 기재하기, 3) 리더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항을 같이 기재하기 이 방식대로 보고하는 것이다.




3. 핵심 결론을 맨 앞에 나오게 하기


항상 강조하지만, 사람들의 인내심은 한계가 있다. 맨 앞에서 말하지 않으면 그 뒤에는 아무리 말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1) "이번 교육은 사내 AX 프로그램 사용법 교육으로, 대강당에서 1일, 8시간 외부강사 강의로 진행합니다"

2) "최근 AX가 강조되고 있고, 직원들의 AX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대되고 있어 이에 부응하고자~"


두 번째처럼 이야기하면 누가 귀 기울여 듣겠는가? "So what?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이럴 것이다. 핵심을 반드시 요약해서 맨 앞에 말하자.




4. 평소에 연습하기


제반 사항을 미리 파악하고 챙기는 것은 직장에서 마음먹는다고 단시간 내에 해결되지 않는다. 평소에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연습하자.


설거지를 하기 전, 내가 뭐부터 챙겨야 하는지 한 번 생각해 보자. 오늘 집에서 삼겹살을 먹었다면 그릇이 기름으로 범벅이 되어 있을 것이다. 먼저 티슈로 그릇을 닦은 후 설거지를 해야 한다. 만일 시루떡을 먹은 그릇을 닦는다면 떡가루를 수채 구멍에 버리면 안 된다. 수채 구멍이 막히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통에 먼저 시루떡 가루를 버린 뒤 설거지를 해야 한다.


세탁기를 돌릴 때는 이 옷이 과연 세탁기로 돌려도 괜찮을지, 혹시 물이 빠지는 옷은 없는지, 수건이랑 같이 빨아도 되는지 생각해 보자. 마트에 갈 때는 오늘 물건은 뭐 살지, 주말에 손님들이 집에 찾아오는데 어떤 걸로 장을 볼지 그 과정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살 물건을 고르자. 그렇게 시야를 넓히는 법을 평소에 잘 연습해야 직장에서도 되는 법이다.



마무리하며


두 명의 정찰병이 있다고 하자. 상관은 이 두 명을 따로 적진에 보내면서 적들의 동태를 살피고 오도록 명령했다. 정찰을 마친 후, 두 명은 상관에게 이렇게 보고한다.


"적들은 대략 1,000명가량이고 탱크 10대에 야포 30대 정도가 눈에 띄었습니다"


"적들은 1,000명이었으나 부상병이 많아 실제 싸울 수 있는 병력은 500명 남짓이었습니다. 탱크 10대는 독일제 타이거 전차였고, 야포는 산 중턱에 배치되어 우리 쪽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두 명 다 상관의 명령대로 적의 동태를 살피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도 보고의 퀄리티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첫 번째는 진짜 시킨 것만 딱 보고한 것이다. 여기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얻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두 번째에서는 적의 실제 가용병력 정도, 탱크 제품 확인을 통해 사정거리 유추, 야포 위치를 통해 적의 포 공격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상관은 두 번째 보고를 기초로 빨리 다른 곳으로 부대 위치를 변경하려고 할 것이다.


보고는 리더가 상황을 파악하게 하여 의사결정을 돕는 과정이다. 의사결정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중요한 사항에 대해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중요하지도 않은 정보를 덕지덕지 다 풀어놓는 것 또한 정보 공해이다. 의사결정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리더가 필요로 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그 정보 위주로 보고하자. 그 중요한 정보는 자세히 보고하는 것이 좋다. 그러려면 미리 주변 정보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외부 연회장 알아보라고 했더니 대충 대관료랑 수용 정원, 식사 메뉴, 위치 이 정도까지만 파악했다면 딱 시킨 것만 한 것이다. 주차가 가능한지, 지방에서 온 사람들은 사전 숙박이 가능한지, 점심 메뉴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지 이런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신경 써서 보고했다면 시야가 넓은 사람인 것이다.


이런 것들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평소에 설거지를 하면서, 청소나 빨래를 하면서,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훈련해 나가자. 그렇게 주변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디테일하게 체크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습관처럼 주변 정보를 파악해서 중요 포인트만 상세하게 보고하는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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