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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선임 Jul 17. 2022

[칼럼] 토스 PO 세션에 대한 고찰

내가 아는 것과 하는 것이 다르고 내가 해냈다고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한동안 핫했던 영상입니다. 대단한 분이시죠. 저도 존경하는 분입니다.

이 분의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되자 여러가지 말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마케팅에 일하시는 분들이 이 영상을 매우 싫어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니어들은 그냥 아무런 비판이나 상황 파악없이 토스 대표님이 하시는 말씀이니 그냥 무분별하게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 분의 영상 내용을 쉽게 풀어서 그리고 모자란 부분은 더해서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보신 분들은 일단 영상을 일독하시는 것을 저는 추천합니다. 제가 보기에 인터넷에 떠보는 정보들을 보면 대부분 거짓말이거나 과장된 말이거나 쓸모없는 정보들이 많은데 간만에 정말 좋은 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KgOCKJ1PG4


설명에 앞서 이 영상에서 나온 말은 대부분 사실입니다. 즉, 주니어들이 그냥 멍하니 외워도 크게 잘못될 것은 없는 이야기가 맞습니다. 다만 이 영상은 지극히 토스 중심의 내용이며 토스가 모든 기업을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이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이 영상을 저는 조금 더 일반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논쟁 포인트 #1


"왜 마케터들이 열받았을까?"

영상에서 마케팅 단계를 토스 대표님은 맨 마지막에 하는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Market-fit이 되는 비지니스를 찾은 다음에 그 비지니스로부터 의미있는 고객 인사이트를 뽑아서 컨트롤한 다음에 마케팅이 들어가야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거꾸로 한다. 서비스를 만들고 마케팅으로 처음부터 들이미는 일을 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실패한다. 대충 이런 논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이 부분에서 마케터들이 욱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으로부터 촉발된 서비스 월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정인 마케팅을 네가 감히 비하해? 우리가 맨 뒤에서 마무리나 하는 일이라고? 열받겠죠. 열받을겁니다. 열받고요. 그러나 토스 대표님 말씀이 맞습니다. 지금의 마케팅이 비정상으로 변모한 것이지 원래 FM은 마케팅은 맨 끝단에 위치하는 것이 맞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럼 FM이 뭐냐? 이렇게 묻기도 하겠지요. 요즘엔 대충 배워서 빨리빨리 일하는게 국룰이니 그럴 수 있습니다. 역사나 유래 그리고 의미같은건 생각해본 적도 배운 적도 없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어차피 돈만 벌면 된다는 마인드가 대세니까요. 

옛날 이야기 한번 할게요. 스마트폰 시대 이전의 마케팅은 거의 광고, 영업활동을 통칭하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따라서 모든 프로세스가 끝나고 나면 그것을 받아서 실제 소비자에게 밀어넣는 일이 마케팅이었습니다. 듣기 싫을 수도 있겠지만 일종의 허드렛일이었어요. 그런데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냐면 광고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지요. 예전 광고는 TV, 라디오, 잡지, 신문 이런 형태였습니다. 그래서 광고를 싣는 캐리어에 시간과 공간적 제한이 존재했다면 이제는 매순간 순간 광고를 24시간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형태로 노출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광고만 잘해도 물건이 개판임에도 불구하고 대박을 치는 일이 생겨났죠. 그러면서 광고를 기획하는 일이 제품을 만드는 일보다 동등 또는 우위에 서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자연스럽게 마케터의 지위와 권한도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케터와 디자이너의 간격 역시 모호해지고..마케터들 때문에 디자인이 더 개판이 되고(이건 따로 기회를 잡아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암튼 그래서 마케팅이 몇 년 사이에 갑자기 미친듯이 중요한 일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토스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표님께서는 본인 회사를 FM에 맞게 움직이고 있고 강의를 통해 잘 설계된 것을 마케팅으로 연결해라라고 하는 것입니다. 즉,


디자인 된 것을 마케팅하라

저는 100% 공감합니다. 이것이 제대로 된 것이라고 저도 믿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표님의 철학에는 완전히 공감하고 대표님의 이야기에는 60%정도만 공감하려 합니다. 대표님의 그래프를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대표님의 영상에서 "어떤 서비스가 자원을 투입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용자가 0으로 수렴하는 서비스는 Market-fit이 되지 않은 서비스이다. 만약 본인의 서비스가 이런 상태라면 라면먹고 밤새면서 서비스를 더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 서비스는 우리가 자원을 투입하지 않아도 재구매가 이루어 지는 A와 같은 형태가 되어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주옥같은 표현입니다. 설마 이 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하지만 애초에 Retention curve를 만들지 못하면 Market-fit하지 않은 서비스이고 위 영상에 나오는 모든 지표들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토스는 운좋게도 리텐션 커브를 만드는 서비스였고 많은 서비스나 상품들은 리텐션 커브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리텐션 커브가 안나오면 하지말아야하는데 수많은 서비스나 상품들이 안나옴에도 불구하고 진행을 합니다. 그러면 믿을 것이 하나 밖에 남지 않겠죠. 바로 마케팅입니다.


꾸역꾸역 밀어 넣는 것만 남는 것입니다. 대부분 비지니스는 기술 수용 주기 모델에서 6가지 사용자 타입 중 전기 다수수용자와 후기 다수 수용자를  타겟팅합니다,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서비스를 그들에게 밀어넣기 위해서는 눈과 귀를 막는 일이 필요하고 그런 꾀를 내는데 최적화되어 있는 것이 현재의 마케팅인 것이죠. 이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봅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고 사람의 눈과 귀를 틀어막는 것이거든요. 개인적으로 그런 일을 저는 싫어합니다만 그것은 분명한 전문적인 일이고 효과가 뚜렷한 일입니다.


토스는 시장이 미성숙했을 때 만들어진 서비스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대표님의 노력으로 없는 시장을 만들어낸 서비스이죠. 리스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토스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처음부터 몰랐던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알면서도 못했던 것은 보수적인 금융 시장과 싸울 자신이 없었던 것뿐입니다. 토스가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할 당시에 많은 회사들이 토스와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지 같은 금융환경에서도 실제로 서비스를 실현해낸 곳이 토스인 것입니다. 그러니 2022년 시점으로 생각해보면, 대표님의 영상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Market-fit한 서비스를 만들어 낼 것인가? 성숙한 시장에서...
 

성숙한 시장에서 토스와 같이 사용자 가치가 분명한 주제를 어떻게 찾을까요? 우리 모두가 그게 안되는겁니다. 마치 부루마블처럼 다른 플레이어가 미리 땅을 다 사놨고 남은 땅이 없는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게임을 뒤집을 수 있겠습니까? 없지요. 그런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이 마케팅부터 챙기는 것은 너무나 합리적이고 너무나 이성적인 판단입니다. 그래서 저는 심정적으로는 대표님의 의견에 공감하지만 실무적으로는 마케팅 우선인 지금의 업계 상황이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특히나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관점에서 보면 비현실적인 배부른 소리로 들릴 것이 뻔합니다. 여전히 숙제네요. Market-fit...저도 영상을 보면서 어떻게 Market-fit을 만들어낼까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글을 통해 계속 공유해보겠습니다. 어쨌든 지금 저도 답 없는 걸로.


논쟁 포인트 #2


데이터로 정말 다 될까??

영상에서 대표님이 "4일 안에 토스로 두 번 송금하면 90%이상 우리 고객이 된다. 그러니까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4일 안에 두 번 이상 송금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리텐션 커브를 증가시킨다" 이런 내용의 말씀을 하시는데요 그럴싸 한 이야기입니다. 주니어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뭔가 엄청난 일을 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을겁니다. 그런데 사실 이게 잘 안됩니다. 

예를 들어 제 제품을 사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보면 웹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면 1주일 이내에 제품을 구매한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제 웹사이트에서 여러가지 유인책을 써서 회원 가입을 시키면 토스처럼 판매가 늘까요? 아니요. 늘지 않습니다. 우리가 데이터로부터 관리 팩터를 뽑을 때 항상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헷갈리면 안됩니다. 데이터를 분석할 때 상관관계를 인과로 착각하면 큰 낭패를 보게 되거든요. 그런데 다행인것은 통계적으로 유의 검증을 하지 않아도 인간은 상관 관계에 있는 명제와 인과 관계에 있는 명제를 생각보다 쉽게 구별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기계가 아직 인간만큼 하기 어려운 추론 과정이죠. 우리는 경험적으로 여러 정보를 습득하면서 나름대로 어떤 감을 가지게 되요. 햄버거 가게 사장님이 오늘 몇 명정도 손님이 오겠다. 내일 재료는 얼마 어치를 사면 되겠다. 이런 감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햄버거 가게 사장님이 재료를 구매하는 것과 같은 SCM 관점의 데이터 분석으로 들여다 보면 훨씬 정확해지겠지요. 그러나 어떤 명제들은요 굳이 숫자를 들여다 보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바로 토스입니다. 토스에 회원가입을 하는 사람은 일단 간편하게 돈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겠죠. 혹은 별 생각 없이 토스의 마케팅 이벤트로 인해 가입했다가도 토스로 한 두번 돈을 보내보면 간편하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에 고객으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토스의 데이터 분석처럼 회원 가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두 번 이상 송금하게 만드는 것이 사용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타당할 겁니다. 그러나 제 웹사이트는 어떨 까요? 제 제품을 살 마음이 있는 사람이 웹사이트에 가입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물건을 일정기간 내에 구매하는 것이고요. 웹사이트에 아무리 사람들을 몰아넣는다고 모집 비용 대비 판매량이 늘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어떤 카테고리의 비지니스이냐에 따라 매우 매우 달라지는 부분입니다. 토스와 같이 기존 송금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사용성이 극단적으로 좋은 서비스나 제품이라면 노출 빈도에 따라 호감도나 락인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굳이 데이터를 들여다 보지 않아도 자명한 일이죠. 그 노출 빈도가 두번이냐 세번이냐가 얼마나 중요할까요? 이러한 프로젝트를 관리할 때 굳이 이 정보를 정량적으로 관리해야하는가는 의문입니다. 인력의 수준이 떨어져서 숫자로 봐야지만 알아먹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구성원이라면 충분히 감각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마케팅 이벤트 집행 비용 대비 전체 사용자 수만 체크해도 이벤트의 방향성을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 솔루션이 절실한 쪽은 사용성과 같이 해결 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입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데이터를 들여다 봐도 지표를 개발하는 것이 어렵고 지표 없이 감각적으로도 해답을 찾기 힘들거든요. 쉬운 것을 어렵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에요. 어려운 것을 쉽게 해야지 모두가 배울 포인트가 있는 것입니다. 토스 대표님의 명쾌한 강의는 다분히 토스라는 비지니스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국한 되어 동작하는 것이고 그와 다른 비지니스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여전히 뺑뻉이를 돌아야만 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모든 것이 명쾌했다면 망하는 회사가 왜 있겠습니까? 좋은 학교 나오고 좋은 직장에서 실전 경험을 쌓아도 망합니다. 그만큼 비지니스는 어렵습니다. 동시에 대표님께서 처음에 이야기한 Market-fit이라는 단어가 아프게 들립니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디자인할 때 Market-fit이 안될 경우 데이터를 갖다붙여도 무용지물이라는 것으로 두 이야기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표님의 강의를 너무나 재미있게 들었지만 해당 강의는 듣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 매우 다르게 들렸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래서 제 브런치에서는 주니어들이 읽어 내기 어려운 지점을 포함시키고 싶었습니다. 토스만이 좋은 회사가 아니고 토스만이 모든 것을 잘 하고 있어서 토스의 일원이 되어야만 그런 것들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잣같잖아요. 사실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전체의 이치는 어떻게 돌아가고 그 안에서 토스는 어떤 포지션이며 그래서 토스의 대표님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를 이야기할 때 이 강의가 정말 모두에게 건설적인 콘텐츠로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 영상은 토스 PO 채용을 위해 만드셨기 때문에 토스 대표님이 이 모든 것을 이야기할 의무는 없습니다. 또 누군가는 오해하고 달려들 것 같아 미리 선을 그어 봅니다. 토스 대표님이 안하면 제가 하면 되죠. ㅋ


그 동안 일이 너무 바빠서 (바빠서라고 적지만 일을 잘 못해서 일처리가 느렸습니다) 몇 개월 동안 브런치도 소홀했습니다. 이제 종종 브런치에 재미있는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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