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프로젝트
저는 요즘 제가 과거에 했던 일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다보니 한 달은 걸릴 것 같아요. 양이 꽤 됩니다. 갑자기 왜 이런 일을 하게 된 이유는 지난 주에 LG전자에서 같이 일했던 동생이 저에게 해준 조언때문이었습니다. 그 동생이 제게 말했습니다.
"형. 사람들은 형이 잘 하는 것을 잘 몰라.
나도 형이 크롤링 하는 줄 몰랐어"
동생은 매우 신사적으로 이야기했지만 저는 뒷통수를 제대로 맞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스스로는 그런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했던 것입니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저는 자기가 자기 자신에게 대해 말하는 것은 수준이 낮은 것이라고 믿고 있는 제 뒤틀린 내면을 보았습니다. 내가 나를 광고하지 않아도 남들이 알아서 나를 인정해줄 때 그게 진짜야 이런 편협한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 걔 잘 못하잖아. 희한하네. 이런 속좁은 말이나 했구나 하는 자기 객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저도 제가 한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과정을 가지려고 합니다. 꼭 제가 잘났다를 알리고 싶음이 아니라 조금 더 건설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방구석 전문가 또는 과거의 전문가로 남는 것보다 현재를 살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여전히 제가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부끄럽습니다. ^^
오늘은 HCI분야에서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인 "터치 인터렉션"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해요. 왜냐하면 오늘 터치 인터렉션 관련 프로젝트를 하나 정리했거든요. 정리하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해 학생들에게 이전부터 가르쳐 주고 싶었던 내용인데 여태 정리를 미뤄놔서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한 부분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오늘 브런치도 터치 인터렉션에 대한 이야기힙니다. 물론 어려운 이야기 말고요 터치하고 관련있는 주변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들을 해볼 거에요. 터치 인터렉션은요 과거 아이폰 3GS가 출시되던 시점, 그러니까 2009년에는 매우 중요한 산업계의 핵심 아이템이었습니다. 중요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애플만 제대로 만들고 나머지는 전부. 정말 전부에요. 1개의 회사도 예외없이 전부 개판 쓰래기였거든요.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만 그게 사실이었어요.
그래프를 보면 딱 봐도 아이폰이 뭔가 끝자락에 위치해있습니다. 브런치에서는 정성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표의 자세한 의미에 대한 설명은 여기 브런치에서는 생략할게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그래프에 찍힌 점들의 X, Y값이 작으면 작을수록 GUI가 빠르게 동작하는 것입니다. 애플은 터치감 측면에서 2009년에 이미 완성형이었지요. 오죽하면 스티브 잡스가 이렇게 말했었답니다.
경쟁사가 우리를 따라잡으려면 최소 5년은 걸린다
.
잡스의 말은 허세가 아니었고요. 실제로 안드로이드는 4년 뒤인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 와서야 타치감이 아이폰과 비슷? 아니 흉내낼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어디까지나 비슷한 것이고 그 때도 여전히 문제가 많았지요. 최근에 와서야 비교할만 해졌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당시 회사 분위기가 어땠을까요? 아이폰 3GS는 출시 한 달인가 두 달만에 미국 점유율 90%이상으로 올라가고 분위기는 최악이었습니다. 시장 점유율 1%대의 신입생 애플에게 대LG전자와 대삼성전자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찌발렸으니까요. 2009년 당시 저의 사수는 아이폰 3GS 출시와 거의 동시에 제품을 입수해서 이 핸드폰이 전세계적으로 사고를 칠거라고 상부에 보고했답니다. 결과는 바로 묵살당했지만요.
점유율 몇 %야? 1%? 장난해?
.
결국 그렇게 말씀했던 연구소장님은 그 넘의 아이폰 때문에...아이폰의 터치때문에 결국 짐싸서 집에 가시게 되었고요. 회사는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습니다. 그 시기를 사람들이 LG전자의 잃어버린 10년 또는 암흑기의 시작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코너에 몰리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어이없는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LG도 마찬가지인데요 LG전자가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하나 하게 됩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하지 못하고 개발 싸이클을 변경하는 어마어마한 일을 합니다.
원래 개발 사이클은 그림2와 같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선행한 팀이 해당 모델을 쭉 끌고 가서 연말에 양산까지 팔로우업을 하지요. 그 사이에 다른 모델을 양산 팔로우하는 팀은 홀가분하게 털고 선행 준비를 합니다. 이렇게 교대로 이동하면서 선행 연구와 양산 간의 공백을 없애는 방식으로 연구소는 운영이 되어 왔습니다. 물론 모든 모델이 이렇게 되진 않지만 전략 모델의 경우에는 이러한 방식을 많이 사용했어요. 이렇게 바톤 터치하게 되면 아무래도 개발 모델 출시 시점의 누수가 적고 관리가 편하니까요. 참고로 LG전자와 매우 유사한 성격의 기업인 삼성전자는 내부 사정이 좀 다를거에요. LG전자는 중앙에 모든 선행을 담당하는 CTO 조직이 명확하게 존재하지만 삼성전자는 그런 중앙 선행 조직이 있다고 하기고 애매하고 없다고 하기도 애매하게 인력을 흩뿌려놨으니까요. 뭐. 조직 관리 측면에서 둘다 일장일단이 있겠습니다만 이 글이 조직 관리글은 아니고 저는 LG전자 경험만 있으니 LG방식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암튼 아이폰이 너무 넘사벽으로 밀고 들어오니까 이 견고한 로테이션 시스템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 전략모델 아레나에서 말입니다.
아레나는 태생부터 아이폰을 저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당시 LG전자의 기술의 총체입니다. 기구 측면에서는 아이폰처럼 매끈하게 만들기 위해 플라스틱 사출을 버리고 메탈 바디를 채용했고 SW측면에서는 IOS처럼 만드는 것도 모자라서 화면 안에서 GUI가 3D로 빙빙 돌아가는 제품이었습니다. 스펙 상으로도 아이폰에 밀리지 않았지만 결과는 옴니아. 오좀니아, 옴레기, 삼성의흑역사에게도 밀려서 사라졌습니다. 모양새는 봐줄만 했는데요. 문제는 역시 터치감이었습니다. 터치가 안되는데 사용자가 이걸 어떻게 쓰겠어요. 건반이 안눌리는 피아노와 같은겁니다. 터치가 왜 안되었는가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번호를 매기려고 보니 둘 다 심각해서 우열을 가리긴 힘들다는 생각이 드네요.
1. WIPI 플랫폼의 태생적 한계
당시에는 법적으로 위피플랫폼을 따르게 되어 있어서 의무적으로 이 플랫폼으로 휴대폰 SW개발을 해야했어요. 지금 보면 정말 바보같은 일이지만 당시에는 또 나름 근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방어막 기능도 있었고 LG-삼성-펜텍간의 어플리케이션 호환성을 높여서 생산성을 높이기도 하고 뭐 그랬죠. 그런데 문제는 이 플랫폼이 피쳐폰 시절에 만들어진거라 스마트폰에 맞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나중에 서둘러 폐지되긴 했는데 이미 아이폰이 다 때려부순 후라...
암튼 이 플랫폼에서 저런 GUI를 구동하려면 플랫폼 위에 미들웨어를 올리고 그 위에서 GUI를 구동해야했습니다. 아레나의 경우에는 어도비 플래쉬로 GUI가 만들어졌고 이 플래쉬를 구동하는 미들웨어가 위피 플랫폼 위에 올라가 있었죠. 그말인즉슨 내가 터치를 하면 터치 데이터가 미들웨어를 지나 플랫폼의 코어까지 가서 프로세싱을 하고 다시 역순으로 올라와야 함을 의미했습니다. 빠를 수가 없죠. 정류장이 많으니까요.
2. 터치 인터렉션 개념의 부재
당시 GUI는 시각디자인 출신들이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암담한건 지금도 시각디자인 출신들이 많이 하죠. 졸업생이 제일 많으니 먹고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기도하지만 여전히 좁은 영역의 시각디자인 일색이라...) 이 사람들은 그저 예쁘게 만드는데에만 급급했습니다. 특히 시스템 개념, 사용성 개념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이야기하면 그들의 전공이 시각디자인이여서가 아니라 그들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유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공학 지식이 없어서 나는 이과 지식이 없어서 나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을익숙치 않아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를 가지고 그들은 왜 저런 인터렉션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아이폰과 유사하게 그리고 그보다 독특하게 만드는 일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GUI를 3D로 넣어봐야 반응속도는 느려지고 하드웨어에 부담만 줄 뿐이었는데도 참신하고 그럴싸해보이면 그런 GUI를 “그렸고” 여기서 제가 더 암울하게 느꼈던 것은 그들이 한 결과물이 시각 디자인적으로도 좋은 결과물이 아니었던 사실입니다. (제가 늘 말하지만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은 뭘 디자인해도 잘 합니다)
이게 이유야 어쨌건 조직 내부에서 충격이 엄청 컸죠. 아레나를 제 때 출시하려고 MC연구소 인력들 중 에이스들은 전부 차출되었고 나중엔 MC연구소 거의 전체가 이거 붙들고 있던 상황인데 선전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개박살났으니까요. 쵸콜렛, 샤인폰 등이 연속 히트하면서 한껏 뽕이 들어갔던 LG전자의 의사결정자들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근무하던 직원들은 번아웃에 빠졌죠. 그렇게 아레나 올인 전략으로 인해 무너진 개발 싸이클은 이후에 되돌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폰은 미친듯이 앞으로 뛰어나가고 있었고 삼성과 LG는 미국에서 점유율이 0이 될 지경이었으니까요. 제가 말은 이렇게 LG, 삼성이 죽어나간다고 했지만 노키아, 모토로라 얘들도 똑같았어요. 오히려 이들은 휴대폰에 몰빵한 기업들이라 추가로 돈 나올 구멍이 있는 LG, 삼성보다 상황이 더 심각했죠. 게다가 노키아는 피쳐폰 전쟁에서 이미 삼성과 LG에게 많이 맞아서 가뜩이나 회사가 많이 아팠는데 아이폰이 와서 숨통을 끊는 상황이었지요. 이 때 기업들의 상황을 비유하지면 LG전자, 삼성전자는 지금 아이폰3GS한테 많이 맞아서 다리가 후들거리고 쓰러질 거 같은 느낌이었다면 노키아, 모토로라 얘네들은 앰뷸런스 타고 병원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노키아가 돌아가시고 모토로라는 불구가 되어버리죠. 그리고 경기도 용인의 만석꾼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는 마르지 않는 돈으로 온갖 금융 치료를 받아서 기적적으로 살아나지만 가난한 집의 막내인 LG전자 MC사업부는 아레나로 시작부터 치명타를 맞고 10년간 링거를 맞으면서 투병하다가 사업을 접게 됩니다.
솔직한 이야기지만 LG전자는 제대로 된 개발 타겟이 없었습니다. 개발 목표가 그냥 아이폰처럼! 타도 아이폰이었죠. 그래서 많은 부분을 휴리스틱하게 의사 결정했습니다. 이건 삼성도 마찬가지였어요. 안그랬으면 옴니아같은 역대급 물건을 만들었을리가 없지요. 그래서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터치 인터렉션을 구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삼성도 마찬가지였어요. (앞으로 삼성도 마찬가지였어요는 생략합니다. 제가 LG는 ~ 어려웠어요라고 하면 무조건 삼성도 어려웠어요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제가 터치 인터렉션을 구현하는것이 어렵다고 콕 찝어 말하는 이유는 이것이 바로 리버스엔지니어링이 불가능한 영역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국내 기업들은 해외 1등 제품을 그대로 베껴서 특허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변조하는 것이 기술이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국내 모든 기업이 그렇다고 봐도 됩니다. 저도 입사해서 제일 처음 한 일이 일본 파이오니아 TV를 리버스 엔지니어링하는 것이었거든요. 홀딱 베껴서 하나 더 해서 기깔나게 패키지하는것 즉,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은 개발에 강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에 강점이 있었지요. 그런데 이들이 너무 잘 베끼고 너무 잘 생산하니 세계 시장에서 먹어주기 시작한거에요. 이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기로 하고 아무튼 애플의 아이폰은 측정할 방법이 없었던겁니다. 특히나 터치 인터렉션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어요. 이것을 측정하려면 측정할 대상을 알아야 하는데 측정할 대상을 잘 알지도 못하겠고 동작하는 원리를 알려고 해도 뚜따를 해서 (뚜껑을 열어서) 회로에서 신호를 따내야했지요. 대부분 기기들은 그런 식으로 동작 로직을 카피할 수 있는데 아이폰은 그것조차 만만치가 않았어요. 선을 따내는 것도 복잡하고 따낸다해도 뭘 알아내기 위해서 가짜로 터치 시그널 넣는게 안되었어요. 안되는건 아닌데 거의 불가능했죠. 만약 그걸 해낸다해도 그렇게 측정을 하게 되면 뚜껑은 열렸고 회로에 납땜이 주렁주렁 되어 있는 실사용이 불가능한 물건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그런 샘플을 통해 얻는 정보가 사용성 측면에서 의미가 별로 없었습니다. 당시에 대한민국이 전세계에서 제일 잘하던 리버스엔지니어링을 할 수 없는, 그러니까 베낄 수가 없는 물건이었던 것입니다. 특히나 제품이 온전한 상태로요. 그래서 그걸 해결한게 저와 사수였어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아래 링크를 읽어 보시면 되고요.
https://intrinsic.tistory.com/13
옛날 이야기를 한참하면서까지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당시에 했던 수많은 연구들의 결과가 어디로 갔냐입니다. 모두 사라졌어요. 왠줄 아세요? 처음에 타도 애플을 외치던 삼성도 LG도 노키아 돌아기시는거 보고 시장이 기울어지는 것을 보고 이대로 가다간 본인들도 망할 모양새니까 갑자기 태세 전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서 떼거리 전략을 쓰기 시작합니다.
오합지졸, 오월동주하다
LG도 삼성도 당시 쓰래기였던 구글 안드로이드와 손을 잡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시절엔 안드로이드 쓰면 거지소리 듣던 시절이였어요. 웹커뮤니티에서 대놓고 무시당할만큼 안드로이드는 개판이었죠. 아마 그때부터 안드로이드 유저들의 애플 사용자에 대한 분노가 차곡차곡 쌓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무시 받고 억압받던 사람이 강자가 되어 자신을 무시했던 사람들을 무시하는 스토리는 익숙한 이야기잖아요. 자. 그렇게 전 세계 휴대폰 제조업체 1, 2위가 구글 손을 잡는데 3, 4, 5위 찌끄래기들이 계속 자체 OS 만들리가 없었죠. 그냥 한 반에 있는 학생이 전부 편을 먹고 1등 하나를 조지려고 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혼자선 안되도 힘을 합치면 죽일 수 있겠지. 그런 전세계 휴대폰 제조사들의 간절한 마음을 하나로 모은 덕분에 구글 안드로이드는 급성장했습니다. 전세계 폰 제조사들이 임상 데이터를 넘겨줬고 수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어요. 터치도 비약적으로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애플이 죽기는 커녕 애플은 더 잘나갔고 그냥 구글과 애플이 양분하는 시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애플을 이기겠다는 국내 훌륭한 인재들 중 극소수는 아예 애플에 취업했고 다수는 이제는 열심히 돈되는 어플만들고 있거나 돈안되는 어플을 만들고 있거나 이꼴저꼴 보기 싫어서 저처럼 고인물이 되어 있지요. 결국 터치 인터렉션은 영영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더이상 현업 종사자나 관련 학과 학생들은 터치 인터렉션 따위는 고민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받아서 하니까 구글이 알아서 해주니까요.
이쯤에서 생각해봅시다. 애플은 터치인터렉션을 위해 GUI를 먼저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IOS 아키텍쳐부터 생각했을까요? 우리가 사용성이라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것은 OS 최하층부까지 내려갈 수 있는 문제이면서 사용 플로우의 가장 최외각에 있는 사용자의 행태와도 직결된 문제입니다. 사람이 먼저일까요? 기계가 먼저일까요? 사람이 먼저이면서 기계를 디자인하는 방법은 어떻게 될까요? 아니면 기계를 먼저 만들고 사람에 맞추는 방법은 어떻게 될까요? 이것은 디자인의 문제일까요? 개발의 문제일까요? 과거의 LG전자 MC연구소는 이런 거 생각안했어요. 그냥 아이폰보다 많이 팔고 싶었고 그래서 아이폰보다 더 멋져 보이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런 목적으로 훌륭한 인재들을 번아웃시켰어요. 그래서 외부의 도전에 멸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넷플릭스를 끊고 오늘 티빙을 결재했는데요 넷플릭스와 똑같은 형태의 티빙 GUI를 보니까 저는 최초의 애플TV GUI가 생각이 납디다. GUI가 십 수년간 발전이라는 것이 거의 없는데 그것을 만든 사람을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티빙이냐 넷플릭스냐가 의미가 있겠죠. 그러나 그 안의 디자이너는 어떻습니까? 그 사람은 전문가입니까? 저는 똑같이 만드는 것은 그냥 단순 노동의 영역이지 고등교육이 필요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고등교육을 받는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고 문제 해결이 필요한 이유는 발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발전이 없는 일은 문제 해결이 필요없는 일이고 그런 일은 고등교육이 필요없다고 봐야합니다. 대충 배워서 그 일을 오래 한다고 전문가가 아닌거에요.
그러나 2022년 사회의 분위기는 저 같은 꼰대와는 완전히 반대로 흐릅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예민함을 강조합니다. 그 예민함 덕분에 타인으로부터 지적받거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는 것을 터부시 합니다. 그 결과 적게 아프고 적게 노력하고 많은 관심과 찬사를 받고 싶어하죠. 개인의 욕망은 있으나 희생은 금물입니다. 그래서 희생 대신 돈으로 쉽게 해결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돈이 되면 그것이 곧 인생의 답입니다. 그런데 돈이 없으니 우울합니다. 제가 20대였을때도 그런 사람들은 있었어요. 하지만 20대의 제가 살던 사회는 그런 사람들에게 매우 엄격했습니다. 아예 기회를 주지 않았어요. 그런 사람들은 제조업 중심의 사회에서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그러면 돈이 안되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부추기죠. 왜냐하면 서비스 중심의 사회에서는 아픈 사람들, 모자란 사람들이 돈이 되니까요. 사회는 늘 그렇습니다. 사회는 자본이 이동하는 방향으로 정의를 정의합니다. 결과적으로 현재는 업계 전반이 무언가 잘하는 것을 추구하기 어려워지며 그냥 흘러가는 것뿐이고 어차피 금융과 규모의 경제로 돈은 벌리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세상에서 만약 당신이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터치인터렉션을 고민하는 LG전자 MC연구소 모습에 지금 내 모습을 한 번 대어 봅시다. 역사는 반복되거든요.
행복한 미래를 원한다면 본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