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쓴 원고를 잘 다듬는 인내를 위하여"
지난주 일박으로 강릉 연수를 다녀왔다. 버스 안에서 짬짬이 은유 작가의 책 <쓰기의 말들>을 다 읽었다. 2022년 문을 연 동네 독립서점 <열린 책방>에서 샀는데 책방지기의 사인도 담겨 있다.
“연수구 유일 독립서점 ‘열다 책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직장인이 월급과 승진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하는데, 은유 작가는 통장에 들어오는 원고료의 힘으로 글을 쓴 글쓰기 노동자라고 자처한다. 소설보다는 논픽션을 더 좋아하는 작가는 논리적이고 사실적인 사람인 듯하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아무것도 안 하는 거 ‘같은’ 것의 차이. 하루 이틀은 쓰나 안 쓰나 똑같지만 한 해 두 해 넘기면 다르다.” (159쪽)
최근 글쓰기 모임 회원들과 책을 만들자며 원고를 내고 선생님과 교정하고 있다. 각자 3편씩 글을 써서 이메일로 보냈고 선생님은 쭉 읽어보고 의견을 준다.
‘초고는 걸레다’라는 말처럼, 안 쓰다가 쓰려니 서툴고 어색하여 아침마다 모닝 페이지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노트에 직접 쓰는 손 글씨의 맛과 생각나는 대로 마구 써도 부담 없는 여백이 참 좋다.
“글쓰기는 냇물에 징검돌을 놓는 것과 같다. 돌이 너무 촘촘히 놓이면 건너는 재미가 없고, 너무 멀게 놓이면 건널 수가 없다.” (208쪽)
에세이를 쓰면서 느끼는 점이 바로 이거다. 어느 부분은 노출해야 하고 또 어느 부분은 감추어야 하는데 강약 조절이 잘 안 된다. 기승전결이 잘 맞아야 하는데 쭉 나열만 하고 끝난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냐?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내가 이 글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주제는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내가 쓴 3개의 글은 이렇다. 드럼 배우는 이야기, 낡은 세탁기를 교체하며 생각나는 이야기, 막내딸 재수하면서 엄마의 심정을 토로한 이야기다. 선생님은 드럼 배우는 이야기로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냐고 내게 물었다.
“앗, 그게 말이죠. 나이 들어서 음악을 취미로 하고 싶은데 선뜻 실천하지 못했다가 <아무튼 드럼>이라는 책을 읽고 드럼 학원 등록해서 드럼을 배우게 된 이야기입니다.”
라고 대답은 했지만 글을 다시 읽어보니 <아무튼, 드럼> 책 소개와 드럼 연습실 소개가 전부였다. 아하 그래서 나한테 질문하셨구나. 교정해야 한다. 교정!!
퇴고는 끝이 없다고 한다. 내가 손을 멈추면 그 글은 책으로 인쇄된다. 집중해서 다시 써야 한다. <쓰기의 말들>을 덮으며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보다도 다 쓴 원고를 잘 다듬는 인내를 갖게 해주는 기적이 나오길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