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드로잉
언제부턴가 미술을 배우고 싶었다. 연필로 슥슥 그리고 색연필로 칠한다. 크레파스로도 칠하고 물감도 써보고 싶었다.
지난달 중순 갑자기 그분께 연락을 했다. 그분은 대학 전공부터 지금까지 30년 이상 미술 지도를 해오신 분이다. 차분한 성격에 다정한 모습. 구수한 사투리에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분이다.
나는 미술을 배우고 싶으니 무조건 수강신청을 하겠노라 떼를 썼다. 난감하게 웃던 그분은 승낙해 주셨다. 대신 힘들게 할 거니까 각오하라고 하신다. 난 혹시나 마음이 바뀔까 봐 얼른 수강료를 냈다. 스케치북 연필 지우개 이젤까지 준비하고 수업 날짜를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9월 첫 수업날이 되었다. 난 내 방에서 줌 화면에 접속했다. 화면 너머 선생님 모습이 환하게 빛났다. 선생님은 하얀 도화지에 사각형을 그리고 다섯 칸을 나누라 신다. 선 긋는 모습만 봐도 수준을 알 수 있단다.
난 조심스레 선을 그었고 네모를 만들어 세로로 다섯 칸을 만들었다. 선 그릴 때 주의할 점은 손목은 그대로 두고 팔꿈치만 움직여야 한단다. 가로 세로 사선으로 선긋기 연습을 했다. 사선으로 그릴 때는 오른쪽 상단에서 왼쪽 하단으로 방향을 잡으란다. 연필을 시작할 때는 네모 박스 밖에서 끝날 때도 네모 밖으로 나가서 끝내야 선이 예쁘게 나온단다.
첫 번째 칸은 연하게 다섯 번째 칸은 아주 진하게 선을 긋는다. 다 그린 뒤에 네모 상자 밖으로 나간 선은 지우개로 말끔하게 지운다. 제법 괜찮은 명암이 나타났다.
선생님은 잘했다며 어디서 배운 적이 있는지 물으셨다. 한 4년 전인가, 하루 10분 드로잉이라는 온라인 취미 그리기를 한 세 달 정도 참여한 적은 있었다.
아무튼 신나는 두 시간 수업이 끝났다. 숙제는 원통을 그려서 명암 넣기를 하라신다. 좌측 상단 모서리에서 빛이 들어오니 우측 하단에 그림자도 만들어 보란다. 다음날부터 짬이 날 때마다 샤프연필로 명암 연습을 했다.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그릴 수 있다. 그릴 수 있는 내가 너무 기쁘고 즐겁다. 시간이 멈춘 듯 한 시간 동안 연필은 움직인다. 계속 잘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