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드로잉
9월 9일 화요일 저녁 8시. 두 번째 수업 날이 다가왔다. 일주일 만에 미술을 배운다고 하니 긴장되고 기대되어 심장이 두근두근. 첫 수업 이후 일주일 동안 선 그리기, 원 그리기, 원통 그리기, 둥근 원 안에 그림자와 명암 넣기, 초승달 만들기를 하느라 바빴다. 작은 스케치북을 옆에 두고 틈만 나면 연습해서 사진 찍어 보내면 선생님은 명암을 더 넣어라, 선이 고르지 않다. 힘을 너무 주지 말라며 세세한 코칭을 해주었다. 말이 주 1회 수업이지 내가 수시로 연락하는 통에 선생님은 서비스센터 직원이 되었다.
지난주 수업이 끝날 무렵 선생님은 장미 그리기 도안을 보여주며 담 수업 때 배울 거라고 말했다. 난 빨리 그려 보고 싶은 마음에 도안을 복사해서 이면지에 그렸다. 칸을 나누면 그리기 쉽다는 말에 가로 20칸 세로 7칸을 자로 대고 반듯하게 그었다. 그리다 보면 어느 칸인지 혼동되어 아예 칸마다 번호를 작게 썼다. 이면지 하단 왼쪽부터 1, 2, 3 숫자를 쓰며 오른쪽까지 가니 10번이 되었다. 다시 오른쪽 2번째 단부터 11번으로 시작하여 왼쪽으로 가니 20번이 되었다. 이렇게 70칸을 만들고 칸마다 도안대로 그리니 너무 쉽게 그려졌다.
칸마다 번호를 매기는 아이디어는 내가 생각해도 기발하다. 선생님께 도안 그림을 사진 찍어 보여드리니 어떻게 번호를 생각했느냐고 놀라시며 칭찬하신다. 오랜만에 우수한 제자를 만났다며 선생님은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니신단다. 과분한 칭찬을 들으니 난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의욕이 샘솟는다. 이제 제대로 장미를 그려 보자. 드로잉 명암 5, 4, 3, 2, 1을 기억하며 진한 부분은 5부터 옅은 곳은 1부터 연필 선을 긋기 시작했다. 세상에 드로잉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선을 긋는다. 마침내 수업이 시작되었다.
선생님은 너무너무 잘했다고 칭찬하시며 5번 선을 더 진하게 칠하라고 하신다. 처음에 그었던 가로세로 격자 칸은 도안 스케치 마친 뒤에 바로 지워야 스케치가 깔끔하다며 4절 스케치북에 다시 한번 그려 보라고 하신다. 아쉽다. 이면지에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스케치북에 그릴걸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래도 완성해야 하므로 선생님의 지도하에 명암을 선명하게 칠했다. 5번 선을 보완하니 작품이 더욱 선명하게 살아난다. 이래서 배워야 한다. 선생님은 앞으로도 작품을 하나씩만 그릴 것이므로 스케치북을 이용하라고 하신다. 네! 잘 알겠습니다.
장미는 어느 정도 했으니 다음 주 수업자료라며 포도 그림을 보여준다. 아니 이제 겨우 장미를 만들었는데 포도알도 싱싱한 넝쿨까지 있는 포도송이를 어떻게 그리지? 우선 도안을 장미처럼 격자 칸을 만들어서 스케치하라고 한다. 이제 숙제가 2개로 늘었다. 장미는 4절로 그리고, 포도는 8절로 그려야 한다. 다음 수업 때까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시니 일단 부담 내려놓고 도안 먼저 그려 보기로 한다. 다음 주 수업은 또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또다시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