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별미, 면과 떡 그 사이의 탱글탱글한 냉우동 먹부림
밥과 빵, 그리고 면과 떡 중 선호도를 고르라면 그대의 순서는 어떻게 되나요? 나의 경우엔 빵과 밥이 아슬아슬한 양대산맥을 이룰 것 같고, 면과 떡이 아쉽지 않은 최하위권을 차지할 것 같다. 예전엔 떡을 참 좋아했는데 요즘엔 소화도 잘 안되고, 면도 마찬가지다. 자취 1.5년 차이지만 집에서 라면 끓여먹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나름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랄까.)
소화가 잘 안 돼서 면 요리를 싫어한다고 이야기하기엔 파스타를 꽤나 좋아하는 편이라… 앞뒤가 안 맞을 것 같고. 나름의 핑계를 대자면(?) 파스타를 직접 만들어 먹는 일은 극히 드물다. 배고파 죽겠는데 면을 충분히 익히기 위해 9-10분이라는 시간 동안 멍 때리는 일이 힘겹게 느껴진다. 그리고 외식할 때 먹는 파스타의 감칠맛을 내기 위해 투하해야 하는 버터와 소금 그리고 조미료의 양을 내 두 눈 부릅뜨고는 도저히 넣을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집에선 항상 밍밍한 파스타가 완성되고, 나름 재료 맛이 듬뿍 살아있는 홈메이드 파스타가 완성되지만 굳이 손이 가는 선택지가 못되고 있다. 집에서는 채소를 볶아낸 덮밥이 최고고, 오픈 샌드위치가 제일 맛있다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면 꼭 생각나는 면요리가 있다. 바로 냉우동이다. 시원한 국물에 적셔 먹는 우동은 씹는 맛이 재밌어서 좋다. 게다가 고명도 창의적으로 올릴 수 있어서 메뉴별로 주문 제작 가능한 튀김 고명들이 먹는 재미를 한 층 더해주는 것 같다. 이전부터 유행이었으나 내가 따라가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최근 들어 일본식 냉우동이 특히 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 같다. 다양한 ‘붓카케 우동’ 맛집이 생겨나고 서울, 대전, 부산할 것 없이 다양한 맛집 인증숏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장식하고 있다. 나 역시 떡과 면 요리를 한 번에 먹는 듯한 식감을 자랑하는 가락국수를 참 좋아하는데 (이것이 진정한 일석이조 아닐까) 여름을 맞이하여 몇 군데 우동 식당에 다녀와봤다. 이번 글에선 가락국수의 매력을 소개하고 나만의 후기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그렇다면 카케는 무엇이고 붓카케는 또 무슨 뜻인가 싶어서 간단하게 조사해본 결과, 먼저 ‘가케 우동’은 뜨거운 쯔유를 (또는 츠유) 면에 넣고 잘게 썬 파를 고명으로 올린 가락국수라고한다. (발음 표기도 ‘가케’와 ‘카케’ 두 버전 모두 사용되는 것 같으니 헷갈릴 필요가 없다.) 여기에 ‘붓’이 붙으면, 즉 ‘붓카케 우동’은 차가운 쯔유 국물을 자작하게 부어 먹는 일본식 우동이라고 한다. 앞서 다양한 고명에 대해 언급했듯이 우동 위에 바삭한 튀김류 또는 반숙 달걀과 같은 (나름의) 단백질 고명을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어지는 음식이다. 평소에 탕수육 찍먹파라면 왜 기껏 튀겨낸 고명을 쯔유 국물에 담가 먹냐며 분노할 수도 있지만 모르시는 말씀. 쯔유 국물에 서서히 젖어가는 튀김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국물에 살짝 기름기가 돌 면 탱글탱글한 우동면이 더 맛있어지는 것도 안 비밀이다. 만약 절대로 튀김이 국물 안에 입수하는 광경을 목격하기 힘들다면 튀김을 따로 접시에 담아달라고 미리 요청할 수는 있다. (하지만 ‘찐’은 적셔 먹는 것이다, 부먹 만세.)
올여름 냉우동을 맛보기 위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바로 마포역에 위치한 <우동, 이요이요>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 주말에는 웨이팅이 필수인 식당이었다. 우리 가족 역사상 웨이팅을 절대 하지 않는 편이지만 우동 맛도 궁금하고 <이요이요> 역시 꽤 자주 방문하는 일식집이라 기다려 보기로 했다.
여기서도 ‘탄단지’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조합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등심 돈카츠 두 개와 면 요리 세 종류를 주문했다. 안심도 맛보고 싶었지만 오후 열두 시 반에 이미 재료 소진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따뜻한 가케우동과 붓가케 우동, 그리고 ‘테이블 당 1개만 주문 가능한’ 대표 메뉴인 납작 우동은 주문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참 많은 곳이었다. 탱글탱글한 면 발이 유독 맛있는 우동집이었고, 반숙란을 얹어 먹는 붓카케 우동 역시 참 맛있었다. 납작 우동은 말 그대로 납작한 우동 면 가닥이 여러 개 나와서 쯔유 국물에 적셔 먹는 메뉴인데 씹는 재미가 있었다. 한창 유행 중인 떡볶이 분모자와 비슷한 식감이려나.
단백질 섭취를 위해(?) 주문한 등심 요리 역시 맛이 좋았다. 우동 전문점이다 보니 돈카츠 역시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양배추 샐러드와 고추냉이를 곁들였을 때 조합이 훌륭했다. (하지만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길에 크로켓을 주문한 테이블을 여럿 보았는데 다음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크로켓을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 방문한 냉우동 맛집은 바로 대전의 <토미야 우동>이다. 아주 최근에 생긴 곳은 아니지만 주변 친구들이 워낙 칭찬을 많이 해서 오랜 시간 지도 맵에 저장해둔 곳이었다. 이동 경로와 주차가 어렵고 간혹 지옥의 웨이팅을 경험할 수 있다 해서 유명한 곳이라 미루고 있었는데 계획성 빼면 시체인(?) 그룹을 찾아 평일 점심에 여유롭게 다녀왔다. 확실히 서울과 대전 간의 차이도 있다고 느꼈던 게 우선 가성비가 훌륭했다. 기본 메뉴가 7-8000원 정도인데 원하는 튀김을 종류별로 올려도 만원 언저리인, 가성비가 아주 훌륭한 곳이었다. 일단 가격 측면에서 합격!
그리고 맛도 훌륭했다! (역시 여러 명이 추천한 이유가 있었군.) 나는 토리텐 붓카케 우동에 (혼자 치킨을 시켜먹지는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치킨 먹는 일을 참 좋아한다. 일본 가정식을 먹을 때도 본인의 최애 메뉴는 항상 치킨 가라아케 정식이다.) 야채튀김을 추가했다. 야채튀김?이라는 반응일 수도 있지만 워낙 입맛 동기화로 소문이 난 친구가 강력히 추천한 덕분에 꼭 야채 튀김을 주문해서 맛을 보았다. 그리고 그 친구와 한 번 더 깊은 우정을 확인했다. 양파와 감자 그리고 당근을 잘게 썰어 야채 뭉치를 튀겨낸 메뉴였는데 야채만으로도 참 달고 맛있었다. 역시 튀겨서 맛 없어지는 식재료는 없는 것일까. 쯔유 국물이 다소 짭조름하게 느껴졌지만 튀김과 함께 먹었을 때 그 맛을 잡아주어서 충분히 맛있었고, 주방에서 직접 면을 만드는 모습을 보며 공연을 관람하는 느낌도 받았다. 정말 맛있게 먹은 점심이었다.
꼭 대단한 가케우동 맛집이 아니더라도 외식할 때 온우동보다는 냉우동을 자주 주문하는 편이다. 가까운 일식집인 <111-7>에서도 여름 한정으로 냉우동을 판매하시는데 새우튀김이 두 개나 고명으로 올라간 냉우동은 대표 메뉴인 오믈렛 돈카츠와 조합이 참 훌륭하다. (예전에는 무조건 명란 파스타와 함께 먹었지만 안타깝게도 더 이상 그 메뉴는 존재하지 않는다. 흑흑) 무더운 여름날 땀도 나고 정수리 마저 뜨거워진 채로 시원한 음식점에 들어가 더 시원한 냉우동 한 그릇을 비우고 나서면, 무덥지만 살 만한 여름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다.
이열치열이라는 조상들의 지혜도 있지만 더울 땐 시원한 음식을 먹어주어야 찬기가 느껴지며 등줄기의 땀을 식힐 수 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차가운 음식은 먹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급하게 먹으면 언제나 소화불량으로 고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습하고 무더운 여름, 독자 여러분들은 어떤 음식으로 더위를 이겨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모두 다 온열병 없이 무탈한 여름 보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