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사를 운영하며 느끼는 인생의 지혜들
"직원들 월급은 내가 꼭 책임지겠습니다!"
다른 건 그렇다해도 나도 이 말을 하는 스타트업의 대표들은 창업심사에서 모두 탈락시킨다. 이 말의 본질에는 '나는 누구에게나 착한 사람이고 싶다'라는 욕망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늘 수술대처럼 차갑게 운영해야 한다. 사람을 바꿔서 쓰려고 하지 말고 당장 쓸 수 있는 사람을 쓰려는 판단을 해야하는 곳이 바로 회사다. 그래야 수익이 연장되고 그래야 회사 전체가 계속 살아갈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욕 먹을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회사를 운영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동거동락하던 직원들을 냉정하게 쳐내기도 해야하고, 치고 박고 싸우던 원수와도 악수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 드라마처럼 의리를 지키며 회사도 생존할 수 있는 기적같은 일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나 역시 충치 같은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언젠간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조금 더 기회를 주면 나아지겠지...' 싶었다. 하지만 사람을 쉽게 바꾸려는 경영자의 오만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작은 습관 하나 바꾸는 것도 세상을 바꾸는 것만큼 어렵다고 하는데 감히 내가 사람을 고쳐 쓰겠다 마음 먹었던 것이다.
회사의 사정은 오로지 내 몫이었고 그들은 '정해진 날에 월급이 잘 들어오나?'만 신경쓰고 있었다. 주인의식이라는 말은 주인만이 가질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관련된 법령을 다 찾아보고 절차에 따라 그들을 해고했다. 물론 '실망이다',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는 식의 분노 섞인 푸념들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경영자다. 내가 욕 먹는 순간이 싫어 회사의 이익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사람들을 계속 품고 있을 수 없었다. 가까운 사람들이 전화번호부, 메신저, SNS에서 사라지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그 시간을 견뎌냈다.
이것을 외면했던 내 주변의 대표님은 결국 사업을 접었다. 사소한 문제가 있었던 직원과 결국 법정 소송까지 갔고, 그것을 처리하느라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했다. 그는 결국 승소했지만 병을 얻었다. 병실에 누운 그에게 음료박스를 내미는데 몇 년 후의 내 모습이 될까봐 겁난다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 날 저녁 나는 내가 운영해 나가야하는 회사들(무려 6개다)을 하나씩 정리해보고 다음을 구분했다.
1) 경영자로서 개입해서 해야하는 업무
2) 직원을 뽑아 외주주는 것이 더 효율적인 업무
3) 1과 2의 중간에 있는 업무
이렇게 업무의 구분표를 작성해보니 그제야 알았다. 사업의 출발선에 있을 때 했던 이 작업은 매달 했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당장은 편집디자인 말고는 인력을 뽑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기본적인 마케팅에 대한 개념을 익히고 나면 마케팅 담당자를 구하기로 했다.
몇 백 명 되는 회사보다 실력 있고 마음 맞는 최소의 인원으로 구성한 작은 회사가 더 낫다. 회사의 규모의 효용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나'라는 사람에게 더 맞는 회사의 운영 방식이 그렇다는 말이다. 나는 일을 하면서도 그 사람의 철학을 이야기 해보고 싶고 직원들의 성장에 기여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런 인원이 백 명이 넘어간다면 나는 사업보다 HR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당장은 폐업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의 생존력을 키우기로 했다. 아주 조금씩 최소 인원들의 실력을 키워가며 적합한 때에 적합한 인재가 주변에서 등장하기를 기다려 보려고 한다. 그러다 사업모델의 튼튼함을 이해한 투자자가 나타난다면 그 때 갈고 닦았던 실력을 뽐내 보는 걸로 자기위로를 해 본다.
틀을 벗어난 생각을 씁니다.
아웃오브박스.
출판사 흥해라.
#작은회사 #출판사 #생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