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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Jun 14. 2018

언론이 주목한 ‘홍준표 패싱’.. 자업자득

홍준표와 자한당의 향후 진로, 지방선거가 흥미진진한 이유

교통 체증이 아닌데, ‘빠아앙앙’ 경적 소리가 유난히 요란하다. 차량 연설에 나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목소리가 묻힐 정도다. 그 옆에선 장재원 대변인 수석 대변인의 얼굴도, 차량 앞에선 선거 운동원들의 얼굴도 점차 일그러진다.

“서울에서만 이런 줄 알았더니, 반대하면 그냥 지나가면 되지. 서울 강북가면 저런 차가 많아요. 싫으면 그냥 가면 그 뿐이지. 그냥 지나가면 되지.”

1일 소셜미디어 상에서 화제를 모은 홍준표 대표의 부산 해운대 6.13 지방선거 유세 동영상 속 홍 대표는 짐짓 의연(?)해 보였다. 홍 대표는 “6월 13일 투표는 나라 살리는 투표다”라며 “주사파만 행복한 나라”를 만들지 않기 위해선 자유한국당에 한 표를 달라고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연신 차량 속 부산 시민들이 울리는 경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옆엔 정작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서병수 후보는 없었다. 홍 대표를 반대하며 지나가(pass)는 부산시민들의 경적 농성만 가득했을 뿐이다. 홍 대표를 향한 부산의, PK의 민심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급기야 1일, ‘홍준표 패싱’이 본격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방선거 본격 유세전, 대세는 ‘홍준표 패싱’?

“어제 충남, 부산에 이어 오늘 울산에서도 정작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홍 대표 패싱’ 현상이 이어졌습니다.”

1일 MBC <뉴스데스크>는 “여야, 전략지역 주력…안팎 ‘악재’ 속 어수선한 선거전”이란 지방선거 리포트에서 위와 같이 꼬집었다. 홍 대표의 “세금은 이렇게 긁어내면서 왜 경제가 안 살아나느냐. 긁어내서 공산주의식으로 배급을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라는 발언을 전하면서도 그와는 반대로 가는 당내 분위기를 지적한 것이다.

이날 ‘홍준표 패싱’을 거론한 언론은 MBC 뿐만이 아니었다. 채널A <정치데스크> 역시 “유세장에 없는 한국당 후보들…‘홍준표 패싱?’”라는 제목을 뽑았고, 한겨레도 “김기현도 서병수도… 텃밭 영남서 ‘홍준표 패싱’?”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같은 날 노컷뉴스도 “포항 5일장 찾은 홍준표 대표, 후보들은 부글부글…‘홍 패싱?’”이란 제목을, 더팩트는 “우려는 홍준표, 도망치는 후보자들...‘요지경 선거판’, 프레시안은 “선거지원 나선 홍준표…후보들 반응은 ‘썰렁’”을, 문화일보 조차 “한국당 후보들 ‘홍준표 패싱’…이인제·서병수 이어 김기현도”을 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방송 매체 중 JTBC <뉴스룸>은 꽤나 상세하게 이 ‘홍준표 패싱’을 보도한 사례다.

“홍준표 대표는 오늘 오전 울산을 찾았습니다. 정작 자유한국당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김 후보 측은 토론회 관련 녹화 촬영을 하느라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저녁에 홍 대표는 경기도 성남을 찾았지만 같은 시각, 남경필 경기도 지사 후보는 경기도 의정부에서 유세를 했습니다.

어제 충남과 부산에서도 한국당 이인제 충남도지사 후보와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는 홍 대표와 다른 곳에서 일정을 가졌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 후보들이 일부러 홍 대표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다만 경북 유세 현장에서는 한국당 이철우 경북도지사 후보가 홍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어제는 일정이 달랐던 이인제 후보는 오늘 충남 천안에서는 홍 대표와 유세를 함께 했습니다.”

<뉴스룸>의 1일자 <홍준표, 한국당 후보 지원유세…정작 후보들은 ‘딴 곳’에?> 리포트 내용이다. 이처럼 점차 커졌던 당내 반발 기류를 넘어 광역당체장 후보들이 실제로 홍준표 대표를 기피하고 있다는 보도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 둘째 날인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쌍용동 이마트 앞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충남 천안 합동 유세에서 홍준표 대표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홍준표과 자유한국당의 향후 진로, 6.13 선거가 흥미진진한 이유

“한국 갤럽이 2016.4.11-12 여론조사에서 새누리 37,민주 20으로 두 배 가깝게 지지율 발표를 했는데, 그 직후 선거 결과 새누리 122, 민주 123으로 우리가 야당이 분열되어 국민의 당이 있었는데도 참패했습니다. 이번에도 하는 행태를 보니 지난 대선 때와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여론조사기관이 혹세무민 하는 세상입니다. 괴벨스의 나라입니다.”

“지금 하는 여론조사는 민주당 지지층이 20퍼센트 더 응답하는 편향된 여론 조사라고 합니다. 국민여러분! 드루킹 사건에서 보듯이 여론조작과 지지율 조작으로 국민을 현혹해서 선거를 치룰려고 저들은 획책하고 있습니다. 괴벨스 정권에 현혹되지 마시고 어용방송, 어용 언론에 현혹되지 마시고 6.8-9 2번으로 사전투표해 주시고 투표 날은 주위 친지들에게 모두 투표 하시도록 권유해 주십시오. 투표만이 민생파탄을 막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홍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둘째 날인 1일에도 여론조사 흔들기에 목을 맸다. 본인의 페이스북은 물론 선거 운동 차 나선 지방 곳곳에서도 위와 같은 발언을 계속했다. 이날 오전 홍 대표는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은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80%라고 하는 것은 전부 거짓말”이라며 “실제로는 40%를 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렇게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프로를 넘지않는다는 홍준표 대표의 이 발언 - 정신상태의 문제라기보다는 선거 전략상 내지른 것이니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행위 입니다.”

맞다. 딱하기보단 지극히 정파적인 선거용 멘트일 뿐이다. 정신 상태의 문제가 아니라 허위사실 유포의 문제다. 그러나 현실은, 심지어 부산에서도 (본인 주장대로)서울 강북(?)과 같은 경적 시위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후보들이) 도망가죠. 그러니까 후보. 괜히 선거운동 시간만 잡아먹고 낭비하고 이미지만 나빠지니까 도망 다니는 거지.”

결국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던 정두언 의원의 진단이 엄연한 현실이 되고 있다. 그의 진단대로, 이번 지방선거 이후 야당발 정계 개편이 이어질지, 자유한국당이 ‘영남 자민련’으로 몰락할지, 그 책임을 홍준표 대표가 오롯이 지게 될지, 이 모두가 이번 6.13 지방선거를 흥미롭게 관전해야 할 충분한 이유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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