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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Jan 01. 2019

서지현 검사부터 ‘평양냉면’까지…

[2018년의 사건, 인물 ③] 드루킹 이후, 네이버는 과연 안전한가

 

▲ 지난해 4월27일 평화의 집에서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인 옥류관 평양냉면.<사진제공=뉴시스>

[2018년의 먹방] 평양냉면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

지난 4월 이후, 머리 속을 내내 맴돌던 바로 그 ‘어록’. 그리고 그 직후 남한 사회에서 ‘평양냉면’을 ‘힙’한 음식으로 등극시킨, 아니 신드롬을 일으키게 만든 장본인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었다. 손석희 앵커도 그랬던 것 같다. 지난 11월 <뉴스룸>에서 그는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라는 제목의 앵커브리핑으로 ‘평양냉면’을 소개한 바 있다. 
 
“지난 4월 27일의 남북정상회담 중 화제의 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은연 중에 내뱉은 이 말이었습니다. 평양에서 판문점까지의 거리는 그의 말대로 멀다고 하면 안 되는 거리였지요. 이 말이 왜 나왔을까. 바로 냉면 때문이었습니다. 그에 말에 따르자면 ‘어렵사리 평양에서 가져온’, 그래서 제법 먼 길을 온 냉면을 소개하다가 문득 ‘멀다 하면 안 될 길’임을 자각했던 것이겠지요. 그는 본의였든 아니었든 중의법을 구사한 셈이었습니다.”

‘먹방’이 대세인 시대, 평양냉면이 남북 평화 모드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될 줄 작년만 해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시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7~13일 ‘남북교류협력사업 의식조사’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8.8%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찬성했다. 반대는 22.4%에 그쳤다. 

적어도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냉면을 한번쯤 먹어 본 이라면, 김 위원장의 답방에 반대할 리 없을 것이다. 서울과 평양이 멀지 않다는, 평양냉면으로 깨달은 그 비범한 진리가 2019년에는 좀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기를. 경기도가 추진 중이라는 남한 옥류관 1호 역시 2019년 성황리에 ‘신장개업’ 하기를.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2018년의 신검] 이재명의 ‘점’

징병 ‘신검’가 아니다. 현역 광역단체장이 병원에서 심체 검사를 받았다. 그것도 여배우와의 스캔들 때문이었다. 지난 7월 이재명 경기지사가 아주대학병원에서 신체 검증을 받았다. 김부선씨가 제기한 점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일부 기자들은 커튼을 치고 참관했다는 후문이다. 이 지사는 당시 “인생사 새옹지마, 사필귀정”이란 심경을 전했다. 한국정치사의 참담하기 이를 때 없는 이례적인 순간이었다. 왜냐고?

안희정 지사가 ‘미투’ 폭로와 함께 정치사 저편으로 사라진 오래, 이전의 성추문 의혹이나 성추행 논란, 실형 선고와는 전혀 다른 스케일의 스캔들이 언론을 잠식했다. 최종적으로 검찰은 관련 고발사건에서 무혐의로 처리했지만, 그 파장은 일파만파였다. 경기도의 6.14 지방선거 이슈는 이 여배우 스캔들로 잠식됐다. 과연 이 스캔들이 그럴 만한 사안이었는지, 이 선정적인 ‘나몰라’ 의혹 앞에 무분별한 보도를 일삼은 언론은, 그리고 그러한 피로한 보도를 접해야 했던 국민들 중 승자와 패자가 과연 누구인지 되돌아 볼 일이다. 

그와 더불어, 아직 끝나지 않은 ‘혜경궁 김씨’ 관련 송사와 그를 둘러싼 논란 역시도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짚을 때다. 압승을 거둔 지난 지방선거의 결과도, 이 지사의 개혁 전선도, 심지어 ‘문파’ 논란까지 불러온 이재명 지사 관련 스캔들이 한국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그 주체가 누구였는지 따져 볼 일이고. 그 피로감은 분명 정치 전체의 혐오는 물론이요 ‘개혁’적 정치인의 후퇴와 보수의 이익으로 귀결되지 않겠는가. 

[2018년의 댓글] 드루킹

“특검이 5년을 구형했습니다. 컴퓨터등업무방해 3년, 공직선거법 위반 2년. 정치특검의 예정된 수순입니다. 최종 선고는 1.25(금) 예정입니다. 그날은 특검이 외면한 이 사건의 진실이 꼭 밝혀지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29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본인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자신의 최후 변론 전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특검은 이와 함께  ‘드루킹’ 김동원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지방 선거를 뒤덮은 이슈였던 드루킹 사건이 해를 넘겨 2019년 1월 최종 심급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복기해 보자. 과연 이 사건이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단식을 하며 여론몰이에 나설 만큼의 사안이었는지. 김 지사의 주장대로 ‘정치특검’의 안일한 수사가 사회적 피로감만 가중시킨 것은 아닌지. 그 과정에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책임을 지고 숨을 거뒀다. 정치판의 협잡꾼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그 바닥에서 기생하기 마련이다. 과연 드루킹 일당이 그보다 더 거대한 세력이었다고, 지금 자신할 수 있는 이 누구인가. 

오히려 드루킹 사태와 관련해 정치 자영업자들과 함께 자정이 요구되는 혹은 개선이 시급한 쪽은 거대 포털 네이버와 네이버 댓글이 아닐까. 그 막대한 영향력에 비해 매크로와 같은 공격에 허술한 관리 책임과 그로 인한 여론 조작 가능성은 어찌 할 텐가. 드루킹 사건 이후, 네이버는 과연 안전한가. 
   

▲ 지난해 5월10일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중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방문하여 위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018년의 공약(혹은 프레임)] 최저임금, 그리고...

민주당이나 정의당은 찾아볼 필요도 없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역시 2020년까지 8,000~9,000원 선을 약속했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당 차원에서 내건 공약이었다. 19대 대선 공약이라고 달랐을까. 홍준표, 유승민 후보 공히 2020년까지 1만원 도달을 당당하게 내걸었던 바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렇지 않다. 문재인 정부를 올 한해 무던히도 괴롭힌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그저 보수야당과 보수·경제지의 프레임 전략에 당한, 민생을 볼모로 잡은 대표적인 희생양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프레임 전략이 한 둘이 아니었다. 소득주도성장을 필두로 “경제가 망해간다”는 프레임은 집값 폭등이나 경기 침체 프레임과 맞물려 “문재인 정부는 경제에 무능하다”는 ‘망국’ 프레임으로 번져갔다. 그 결과, 보수 기득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40% 대로 폭락시키는데 성공했다. 집권한지 만 1년 전후로, 이러한 프레임은 극에 달했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소득주도 성장, “경제가 망해간다” 프레임에 대한 반박은 이미 널린 나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나 기득권 측의 저항이 언제나 거세고 힘이 세다는 ‘진리’일 것이다. 아마도 2019년의 관건은 청와대가, 정부여당이 이 프레임과 맞서 어떤 효율적인 전략을 짜느냐가 아닐른지. 

[2018년의 검사] 서지현 검사와 미투
 
“제가 ‘올해의 인물’이라기보다는 ‘미투(#metoo)’가 올해 우리사회에서 큰 울림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생각합니다. 미투는 공격적인 폭로가 아니라 공감과 연대의 운동이고, 저는 누구 한 사람을 공격하려 한 것이 아니라, 바로 서야 할 검찰을,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우리가 바꿔나아가야 할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에 공감하고, 성폭력이 결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 사회의 문제였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고, 함께 바꿔가야 할 세상을 이야기하게 되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서지현 검사는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소감을 전했다. 그렇게, 서지현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한국 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미 전 세계에서 타전 중이던 ‘미투’는 이 피해입은 검사의 입에서, 그 행동에서 출발했고, 한국사회 전체로 번져 나갔다. 

   

▲ 서지현 검사. <사진제공=뉴시스>


그 미투는 서 검사의 말마따나 권력의 문제, 사회의 문제라는 점에서 현재 진행형이요, 2019년에도 여전히 부각돼야 할 이슈다. 이 미투를 확장하면, 젠더와 페미니즘 이슈로 귀결되며, 이러한 인식은 <조선일보>와 장자연 이슈에도, 제주 예맨 난민 이슈에도, 양진호와 웹하드카르텔 등 사회 전반과 연결된다. 

결국 차별과 불평등이란 인권의 문제로 확장되고 수렴되는 ‘미투’야말로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의 삶과 눈, 그리고 미래와 직결되는 이슈 아니겠는가. 2019년에도 여성들의 목소리가, 절규가 더 널리 퍼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리고 미투를 외친 피해자들이 더 이상 피해자 다움을 강요받지 않기를 바란다. 안희정 재판도, 김기덕 감독의 행보도 계속해서 주목해야 할 이유는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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