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성태의 시네마틱 Feb 11. 2019

'여성단체' 탈을 쓴 신종 범죄조직의 추악한 민낯


▲지난 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밤의 대통령과 검은 마스크' 편의 한 장면ⓒ SBS


"이른바 '성매매 자폭단' 등을 수사 중인 경찰(중부일보 11월 13일자 27면 보도)이 추가 혐의 확보를 위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반려되며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들은 해당 조직이 수사망에서 벗어날 경우, 집단 보복 등을 당할까 우려하고 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현재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성매매 근절 활동을 하고 있는 민간단체 소속 A씨 등을 협박, 강요, 업무방해, 마약 등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지난 1월 2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성매매자폭단이라는 여성단체의 탈을 쓴 범죄조직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합니다>란 청원이 소개한 <중부일보> 기사 중 일부다. 지난 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밤의 대통령과 검은 마스크 - 공익단체인가 범죄조직인가?'편이 소개한 바로 그 청원이다.
 
<그알>은 "3년 전, 천안의 유흥가에는 성매매업소에 '손님'으로 가장해서 들어간 후 신고를 하고 사라진다는 청년들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며 "석 달 간 천안 지역 신고 실적만 70여 건, 천만 원이 넘는 자비를 들여가며, 수도권과 충청지역 불법 성매매 업주들의 넋을 놓게 만든 이들의 정체는 '여성청소년 성매매 근절단', 일명 '여청단'이라 불리는 비영리민간단체의 단원들"이라고 소개했다. 청원과 기사에서 고발한 '성매매 자폭단'이 이 '여청단'인 셈이다.
 
앞서 이 청원자는 "범죄조직이 미투집회에 참여하고 거리정화 활동을 하는 등 성매매 근절에 앞장서고 있으면서 동시에 뒤로는 성매매업소들에게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며 "성매매알선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경찰조사를 보아서는 막대한 자금을 벌어들이는 조직이 양성되었고, 그러한 범죄조직이 성매매근절에 앞장서고, 미투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단체로 탈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찰과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불법과 위법을 오가는 두 얼굴 
   

▲지난 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밤의 대통령과 검은 마스크' 편의 한 장면ⓒ SBS


그렇다면 이 성매매 자폭단, 즉 여청단은 어떤 활동을 벌여왔던 걸까. 이 여청단은 검은 마스크를 쓰고 혜화동에서 열린 미투 관련 집회에 참여하는 한편 '미투 더 넥스트'라는 어플을 개발, 배포해 일반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운영해 왔다. 소셜미디어 상에서도 활발히 홍보를 해왔다.
 
심지어 작년 11월 경기도청에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까지 버젓이 마친 상태였다. 외적인 행보만으로는 성매매 산업을 뿌리 뽑고 미투운동을 지지한다고 외치는, 남성만으로 이뤄진 페미니즘 단체로 보일 구석이 충분했다. 하지만 여청단의 이러한 외부적인 활동 뒤에 불법과 위법을 오가는 두 얼굴이 존재했다. 청원 속 <중부일보> 기사를 더 보자.
 
"A씨와 해당 조직원들은 경기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등지에서도 미투운동 집회에 참여하고, 거리 정화활동을 하는 등 표면상 성매매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직은 성매매 업소에 들어가 성매매를 유도한 뒤, 업주에게는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 등을 요구하는 '이중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납에 응하지 않는 업소는 같은 방식으로 경찰에 수차례 신고하거나,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해 단시간 수백 통의 스팸전화를 걸어 업장 문을 닫게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A씨가 성매매 업소가 아닌 일반적인 술집을 운영하는 업주들을 상대로도 협박하고 조직에 들어오길 강요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여성단체의 탈을 쓴 범죄조직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합니다" 
   

▲지난 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밤의 대통령과 검은 마스크' 편의 한 장면ⓒ SBS


정리해 보자. 젊은 남자들만으로 이뤄진 '여청단'이란 단체가 성매매근절에 앞장선다며 불법 성매매 업소에 잠입, 신고를 일삼았다. 미투 관련 집회와 현재도 설치할 수 있는 관련 어플과 소셜 미디어 등으로 외부 홍보에 나섰다. 경기도청에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까지 마쳤다. 하지만 기존 여성단체들은 이들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자 지역 신문사 등에 잇따라 제보가 이뤄졌다. 그 중심엔 <그알>이 직접 인터뷰한 신씨, 즉 기사 속 A씨가 존재했다.

제보를 종합해보면, 과거 성매매 관련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씨는 성매매 포털 사이트와의 연계로 수익을 얻는 한편 경기 지역 성매매 업소와 유흥업소 등의 관리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협박과 강요가 이뤄졌다. <그알>은 지금은 여청단을 탈퇴한 상태라는 신씨와 여청단 간부들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제보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신씨와 여청단은 제보자들에게 자신의 업소 외에 영업에 방해되는 업소를 지목하는 한편 여청단에 가입할 것을 종용했다. 이를 거부한 제보자들은 심각하게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것은 물론 신경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었다.
 
또 다른 여성 제보자는 이성 관계로 만났던 신씨가 자신에게 마약(필로폰)을 먹인 뒤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제보자에 따르면, 신씨는 신고 후 한 달이 지나서야 이루어진 체포에서도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48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초범이란 이유로 풀려났다. 제보자들은 석연치 않은 석방을 두고, 신씨가 평소 공권력의 윗선이나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그알> 제작진을 만난 신씨는 어떤 입장이었을까.
 
신씨는 무척이나 당당했다. 그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랬다. 과거 전과는 있지만 이후 성매매 근절에 투신하고 결식아동을 돕기 위해 단체를 만들었고, 현재는 억울하게 마약 사건에 연루돼 잠시 단체를 나온 상태라는 것. 성매매 업주들 사이에서 자신이 유명한 것도 알고, 그렇기에 자신이 가진 자료를 활용해 활동을 이어나가겠다는 것. 무엇보다 여청단 활동이 정부에서 인정한 합법적인 활동이라는 주장이었다.
 
"1조를 만드는 게 비현실적이다? 불가능하다? 가능해요. 대한민국의 성매수자 데이터베이스를 다 얻게 된다면. 안 되면 1300만 개 오픈하죠 뭐. 대한민국, 제가 볼 적엔 마약까진 모르겠지만 섹스공화국이라고 저는 확정하고 있습니다. 국내 남성 중 성매매를 안 한 건 김수환 추기경님 정도?"

그 중 가장 황당한 것은 이른바 '유흥탐정' 사건으로 화제가 된 성매수 남성 전화번호와 자료 거래를 수익 목적으로 더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신씨는 그 번호들을 가지고 자료를 만들고, 거래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는 항변까지 늘어놨다. 그것도 꽤나 자세하게 계획을 설명하면서. 그 당당함에 혀를 내두를 시청자가 한 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새로운 '유흥탐정' 꿈꾸는 여청단 실세의 '큰 그림' 
   

▲지난 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밤의 대통령과 검은 마스크' 편의 한 장면ⓒ SBS


그렇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강요와 협박을 일삼고, 단체를 조직해 불법과 위법을 오가고, 마약 투약과 성폭행 혐의까지 받고 있는 자가 실세로 활동한 단체가 과연 '미투 운동'의 의의와 의미를 제대로 알기나 했을까. 과연 그 단체를 봉사단체라 부를 수 있을까.  

이와 관련, <그알>은 여청단의 전·현직 단원의 제보를 통해 여청단 단원들이 월급을 받고 있으며, 성매매 업소 잠입 신고 외에 성매매 포털 사이트 관리를 통해 성매매 업소 광고 등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제작진과 인터뷰한 여청단 관계자는 단원들이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 봉사활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단체의 활동 자금 역시 순수한 기부를 통해 조달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알>이 만난 제보자들의 인터뷰는 이와는 정반대였다. 신씨와 여청단 관계자들은 성매매 근절은커녕 성매매 업소나 포털과의 커넥션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한편 여청단에 우호적인 업주들을 신고와 협박 등으로 규합, 세를 불려 나가고 있었다.
 
제보자에 따르면, 여청단은 "초봉이 180 정도이다. 그리고 단원은 20,30명 정도다"라며 "자금의 출처는 모르겠지만 돈이 필요하면 어디선가 기부금이 들어온다"라고 말했다. 그 기부금은 아마도 성매매 포털 등과 연계된 성매매 업소에서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다.
 
이와 관련해 이 제보자는 또 "경쟁 사이트에 성매매 업장 사이트들의 광고가 올라가 있으면 광고를 내리라고 대포폰으로 문자 경고한다"라며 "신씨가 그 사이트로부터 매달 6천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보자는 "신씨가 특정 사이트에 성매매 광고를 몰아주고 그 광고비를 여청단 단원들의 계좌로 받았다"라며 "신씨한테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고 업자들이 상납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씨는 도청에서 이뤄지는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에 가깝다는 허점을 이용, 여청단을 정식 등록 단체로 둔갑시켰다. 또 수원 지역 정치인들과 실제로 접촉하고 그 활동 범위를 넓혀 나가기도 했다. 미투 집회 참여와 같이 합법을 가장해 대외 활동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지난 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밤의 대통령과 검은 마스크' 편의 한 장면ⓒ SBS


그러나 <그알> 제작진은 2018년에 열린 여청단의 임시총회 간부와 참석자 명단을 입수했다. 문건 속에는 전과자인 신씨 이외에도 성매매 업소 운영 의혹이 있는 이들이 포함돼 있었다. 여청단 감사라는 박아무개씨는 "신씨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다"며 "개인적으로 일탈 행위한 것은 우리와 상관이 없다. 우리 단체에 성매매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없고, 지난번에 모두 문제가 되는 이들은 제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작진이 파악한 명단 중 한 명은 현재도 버젓이 성매매 알선 행위 등을 일삼고 있었다. 박씨는 이어 "머지않은 미래에 정치가 하고 싶다"며 "그래서 돈 안 되는 일인데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진행자인 김상중의 입을 빌려 <그알> 제작진은 아래와 같이 일침을 놨다.
 
"용돈을 벌기 위해 단원이 된 청년, 유흥업소를 지키려고 입단한 성매매 업주, 각종 범죄 혐위로 경찰 조사를 받는 실세, 그리고 정치를 꿈꾸는 인물까지. 이들 중 진심으로 성매매가 근절되기 원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미투 운동'까지 악용한 여청단의 해명
 
"여청단은 3년 동안 350여 건의 신고, 고발 전력이 있습니다. 불법 성매매 업소 관계자들이 저희를 싫어하고 불편해 하는 만큼 저희 단체의 활동이 성매매 근절에 기여가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체의 가입 절차상 회원들의 직업과 형사 처벌 기록은 파악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단체에 기부되는 모든 금액은 온라인으로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며 외부의 지적은 법률적으로 자세히 알아보고 보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작진과의 서면 인터뷰에 응한 여청단 관계자가 보내온 내용의 핵심은 이랬다. 자신들이 성매매 근절에 기여했고, 회원 개개인의 불법성은 자신들과 무관하며, 향후 기부금을 포함해 모든 절차를 법률에 의거해 진행하겠다는 이 표면적인 답변은 <그알> 제작진이 취재한 내용이나 과거 지역신문 보도나 청와대 청원 내용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즉, 비영리 민간 단체로 등록된 여청단 활동을 그만 둘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투 운동은 정말 한국 사화에서 오랫동안 성폭력, 성희롱, 성차별의 피해에서 숨죽이고 참아왔던 여성들이 자신의 인생을 걸고 폭로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미투운동은 정말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난 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밤의 대통령과 검은 마스크' 편의 한 장면ⓒ SBS


제작진과 인터뷰한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의 말이다. 지금 당장, 여청단이 운영 중이라는 '미투 더 넥스트' 어플을 보라. 얼마나 허술하고 그 방향성조차 모호한지를. <그알>은 이 어플이 위치 추적 수집 등을 통해 개인 정보까지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렇게 '미투 운동'과 성매매 근절 운동을 외부적으로 버젓이 내걸고, 안으로는 불법과 위법의 경계를 오가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여청단. 제작진은 김상중의 입을 빌려 "신씨와 같이 위험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혹여 또 다시 공익단체라는 이름을 빌려 자신의 힘을 과시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수사해 주실 것을 관계 당국에게 강력히 촉구합니다"라고 요구했다.
 
참담하다. 아무리 신종 범죄가 판치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시대의 화두이자 수많은 피해자들이 신음하고 있는 '미투 운동'을 악용한 사례까지 등장했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리고 공감하는 바다. 성매매 업소와의 커넥션 혹은 협박을 통해 수익에 거둬들이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들 여청단과 그 관계자들에 전한 진행자 김상중의 마지막 경고를.

"만약 공익을 가장해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들의 민낯을 드러나게 할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꼰대논란' 박원순의 반성... 이게 끝이어선 안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