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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Mar 05. 2019

"그런데 유시민은?" 홍카콜라와 배현진, 그리고 MBC


▲ 분주한 배현진 <홍카콜라> 제작자 배현진은 제작 소품을 들고 스튜디오로 향하던 중 취재진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이희훈

 
"인기(때문이라서)가 아니고 재밌어요. 하고 싶은 말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본인 스스로가 재밌는데, 후원금까지 상당하다. 유튜브 채널 'TV 홍카콜라'의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만면에 미소를 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재밌다"고 답했다. 지난달 14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아래 <스포트라이트>) '홍카콜라 VS 알릴레오 팬덤' 편의 카메라에 포착된 홍 전 대표의 '유튜버'로서의 모습은 그렇게 즐거워 보였다.

마침 'TV 홍카콜라'가 개국 한 달을 기념해 홍대 인근의 한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을 갖는 날이었다. <스포트라이트>는 총괄 제작자로 나선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의 모습도 담았다.

잘 나가는 'TV 홍카콜라' 총괄 제작자 배현진

취재진을 막고선 홍보 스태프 역할까지 자처하던 배현진 제작자는 실시간 생중계에서도 "후원을 너무 많이 해주시니까 제가 좀 무서운데요, 감사합니다"라며 전직 아나운서답게 진행자 역할까지 도맡고 있었다.

<스포트라이트>는 이렇게 네 번에 걸친 실시간 방송으로 'TV 홍카콜라'가 벌어들인 후원금이 총 1300만 원이라고 전했다. 각각 서울이 480만 원, 대구가 300만 원, 부산이 310만 원, 창원이 290만 원이었다. 유튜브의 '슈퍼챗'이란 후원 시스템을 통해서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방영 시점에 이미 이러한 후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여부를 두고 예방 차원에서 공문도 발송한 상태였다.

"저희가 일정 수익이 들어오면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몫을 돌리고, 잘 아시다시피 저희가 장비가 방송국처럼 아주 넉넉하지가 못해요. (장비를) 보강해서 좀 더 좋은 품질의 방송을 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작자 배현진이 후원금에 대해 밝힌 설명이었다. 앞서 홍 대표 역시 'TV 홍카콜라'를 통해 "나는 방송 수익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선관위가 'TV 홍카콜라'와 같은 후원금 모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슈퍼챗을 통한 이른바 '쪼개기 기부'가 정치자금법상 정치인에 대한 1년 후원 한도인 500만 원을 넘기는 형태로 불법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최근 선관위의 판단이었다. 외관상 운영 주체가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운영 목적,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

홍 전 대표가 최근 한국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가 도중 하차했던 현직 정치인이기에, 이러한 선관위의 유권 해석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반면 비교 대상이었던 '유시민의 알릴레오'의 경우, 노무현재단에서 운영 중인 방송이고, 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공공연하게 정치 일선에 복귀하지 않는다고 밝힐 만큼 정치자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와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이렇게 MBC 전 아나운서 출신인 배현진이 총괄 제작자를 선언하고 생방송 진행까지 도맡은 'TV 홍카콜라'. 4일 현재 25만의 구독자를 보유, 구독자 면에서나 화제성 면에서 보수 유튜브 매체의 대표 주자로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마이크를 잡은 홍 전 대표가 연일 내뱉는 그 주장들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헌데, 'TV 홍카콜라'의 제작자 배현진이 지난 2일 자신에게 '최장수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라는 수식을 남겨준 MBC를 겨냥, 독한 표현이 담긴 문장으로 저격에 나섰다.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함께 승강기를 탄 기자들이 쏟아 내는 질문에 홍준표 전 대표는 말을 아꼈다.ⓒ 이희훈

 
MBC를 향해 혀를 차기도 안타깝다는 배현진, 왜?

"저만 나가면 다시 좋은 친구 된다며 잘 배운 멀쩡한 분들이 '피구대첩, 양치대첩' 거짓말하고 패악을 부리고 다른 이들 인격 짓밟으며 인간성과 자존심을 버렸으면 잘 사셔야죠. 이게 뭡니까. 1%가 뭡니까. 혀를 차기도 안타깝습니다."

이 같은 글을 남기면서 배현진은 지난 1일자 <월간조선>에 'MBC 노조 "시청률 1.0% 찍은 뉴스데스크... 적폐청산 칼질뿐인 경영 문외한들의 예고된 참사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SNS에 게재했다. 해당 기사는 지난달 28일 MBC 노동조합(제3노조) 공정방송감시센터(아래 공감터)가 발표한 '1.0% 뉴스데스크 시청률, 정녕 망사(亡社)의 비조(鼻祖)가 되려는가?'라는 성명서를 고스란히 옮긴 내용이었다. 배현진의 의견이 반영된 공감터의 주장은 이랬다.

"2월 24일 MBC 간판뉴스인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전국 기준으로 1.0%를 기록했다. 애국가 시청률에 근접한 초유의 사태다."

"하지만 과거 기록을 보면 파업의 대참사가 있기 전 2017년 봄, MBC 뉴스데스크는 당당하게 SBS 8 뉴스와 경합을 다퉜고 평일의 경우 SBS를 압도하기도 했다."

"(MBC의) 메인뉴스 시청률 추이를 보면 파업 이전 그나마 경쟁력을 유지하던 뉴스데스크가, 파업 이후 올림픽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도 경쟁사에 한없이 짓눌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회당 수억 원을 들여 제작된 미니시리즈 <아이템>도 상상을 초월하는 '땅바닥 경쟁력'으로, 새해 들어 경쟁력 반전을 노리던 최승호 경영진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요컨대, 현 최승호 사장 체제의 MBC가 정상화 이전보다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주장이었다. MBC 노동조합은 지난 2013년 3월 설립한 새노조로, 김세의 전 MBC 기자, 최대현 전 아나운서, 박상규 전 부국장 등이 공동위원장을 지냈다. <월간조선>은 이 MBC 노동조합 내 공감터의 주장을 지속적으로 기사화하고 있는 매체다.

배현진이 옮긴 노조 공감터의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주로 낮은 시청률을 근거로 <뉴스데스크>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이 주장은 지상파 전체 메인뉴스의 시청률 하락세를 놓고 보면 지엽적인 평가라 할 수 있다. 공감터가 1.0%를 기록했다고 주장한 지난달 2월 24일 <뉴스데스크> 전국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기준 2.0%였다.

<뉴스데스크>가 주중 평균 3~5%대, 주말 2%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폭락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이러한 시청률이란 유일무이한 잣대가 과거 '극우 방송'으로 전락했던 과거의 MBC 뉴스와 <뉴스데스크>를 현재보다 낫다고 주장할 근거도 되지 않는다.

공감터의 주장처럼, MBC가 2019년 들어 공을 들인 월화드라마 <아이템>이 다소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 중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역시 개별 드라마의 부진과 함께 지상파 전체가 겪고 있는 시청률 난맥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또 현재 MBC의 경영상 어려움이 노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역시 과거 '김재철 체제' 이하 이전 정권이 망가뜨린 MBC의 잔재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마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의 주장은 어불성설에 가까워 보인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배현진 앵커 시절 <뉴스데스크>가 어떤 보도를 했는지 기억하고 있기에 더더욱.

"현 정권의 공공연한 블랙리스트"라던 MBC 전 아나운서 배현진의 오늘

"인격살인에 가까운 회사 안팎의 고통 속에서 왜 그동안 말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 회사 내에 초등학생도 하지 않을 이지메(괴롭힘)와 린치를 제 입으로 얘기하면서 제 뉴스와 제 회사에 침을 뱉고 싶지 않았다."

지난 2018년 3월, 자유한국당에 입당할 당시 배현진이 자유한국당의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 자리에서 "나는 현 정권의 공공연한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하며 내놓은 주장이다.

지난 2일 MBC를 향해 "혀를 차기도 안타깝습니다"라던 배현진이 언급한 '피구대첩'과 '양치대첩'은 지난 2017년 파업 당시 MBC 언론노조 구성원들이 과거 MBC 간부들이 공공연하게 '앵커 배현진'을 챙겼던 일화를 털어놓으면서 알려진 사례들이다. 어찌 보면 일종의 내부 폭로요, 어찌 보면 '앵커 배현진'의 '화양연화' 혹은 그 반대로 '치부'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감터가 주장한 "1% 시청률"이라는 <뉴스데스크>가 그렇게나 안타까웠을까.

"MBC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일부 세력을 몰아냈다는 식으로 여론이 주도됐다. 사실은 각자 개인 사정에 따라 파업 문제에 대한 생각이 나뉘었다. 대의명분을 따르는 소수, 편승하려는 사람들,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저와 같은 사람이 있었다. 내부투쟁이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됐고, 정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언론의 본분 망각에 대해 얘기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 시기에 MBC를 나와 정치인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TV 홍카콜라' 제작자로 변신한 배현진은 지난달 2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에 입문한 계기를 위와 같이 설명했다. 설마 "언론의 본분에 대해 얘기해줄 사람"이 본인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MBC의 두 차례에 걸친 파업이 그저 정치적 논쟁이었고, 여전히 자신은 그와 무관하게 개인의 사정으로 거리를 뒀다고 생각하는 걸까.

어쩌면 그러한 사고야말로 지금의 '정치인 배현진'을, 'TV 홍카콜라' 총괄제작자 배현진을 있게 한 원동력인지도 모를 일이다. 일방의 주장과 일방의 응원, 그리고 홍 전 대표의 저렴한 언어가 난무하는 'TV 홍카콜라'를 제작하고 또 생방송을 진행하는 원동력 역시도. 그리고 4일,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선관위의 결정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TV 홍카콜라' 방송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주장이 아닐 수 없었다.

"유시민 알릴레오는 되고 홍카콜라는 안된다고 합니다. 군사정권 때도 이런 후안무치한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홍카콜라 운영자로부터 단돈 1원도 받지 않는 단순한 출연자에 불과합니다. 돈이 수수돼야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뒤집어씌울 수 있는데 단돈 1원도 받지 않는 나를 정자법 위반 운운하고 있는 것을 보니 벌써 정권 말기 같습니다.

오늘부터 홍카콜라 운영자들이 선관위의 협박에 굴복하여 슈퍼쳇 기부금은 변호사의 자문대로 동영상을 만드는 데만 사용한다는 자막을 명시하든지 슈퍼쳇을 중단한다고 합니다. 이기붕의 자유당 말기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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