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남형씨 인터뷰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길 바라고 고통 속에서 헤매는 삶을 살아왔을, 어쩌면 끝나지 않을 고통 속에서 숨죽여 살고 계실 피해자가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길 염원하며 책(< 13번째 증언 >) 집필과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5일 고(故) 장자연씨의 동료였던 배우 윤지오씨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이런 글을 남겼다. 같은 날 윤씨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저는 항상 (장자연이) 문건을 왜 작성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자살로 알려진 장씨의 죽음 자체와 미진했던 경찰 수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윤씨의 인터뷰는 이튿날인 6일까지 화제를 모았다(관련 기사: "장자연 문건, 작성 이유는..." 10년 만에 나온 동료의 고백).
'장자연씨의 성추행 장면을 직접 목격했고, 경찰에 출석해 총 13차례나 관련 증언을 했다'고 밝힌 윤씨는 이날 방송에서 경찰이 부실 수사를 했고, 해당 언론사의 압박과 횡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자연 문건이 작성되던 시기 그 문건을 가지고 소속사 대표와 맞서려고 했던 고 장자연씨의 모습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특히 장자연 문건이 유서와 같은 성격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문제 제기는 분명 그간의 해석과는 확연히 다른 관점이었다.
하지만 수사기관에서는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묻지 않았다고 한다. "문건을 왜 작성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윤씨의 생각은 완전히 묻혀 버린 셈이 됐다. 윤씨는 그 이유로 "당시에 21살인 제가 느끼기에도 수사가 굉장히 부실하게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윤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추가 증언이 나왔다. 6일 같은 방송에 출연한 당시 장자연씨가 계약하려고 했던 연예기획사 대표를 통해서다.
"장자연 문건, 유서 아니다"
▲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생방송의 한 장면.ⓒ tbs
"제가 알기로는 (장자연 문건이) 유서가 아닌 걸로 알고 있어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된 겁니다."
문건이 작성되던 시기, 장씨는 분쟁이 있었던 소속사를 떠나 새로운 연예 기획사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당 기획사를 운영했던 김남형 대표는 <뉴스공장> 출연 배경에 대해 "故 장자연씨 문건이 왜 쓰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길래, 제가 알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윤씨와 마찬가지로 '당시 장자연씨가 소속사를 옮기려고 적극적으로 움직였다'고 회고했다. '문건 역시 장씨가 생을 마감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본인이 처한 상황을 벗어나고자 했던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대표는 '문건 작성을 권유했다는 유장호씨(장자연씨 전 매니저) 측에서 지속적으로 갈등을 유발했고, 장자연씨가 문건을 회수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장씨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상황을 타개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개인적인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생방송의 한 장면.ⓒ tbs
"故 장자연 씨가 문건을 쓰게 된 과정보다는 문건 속 내용만 관심이 계속 쏠려 있기 때문에 지금 유가족들은 말 못할 고통을 10년 동안 받고 있거든요. 성 상납이나 술 접대, 이런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고인과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상황이 됐어요. 현재 살고 계시는 유가족들은 너무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거든요. 그 부분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요컨대, 문건에 담긴 진실뿐만 아니라 문건을 작성하게 된 경위와 故 장자연 씨가 당시 어떤 의지를 갖고 있었는지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날 같은 방송에 출연한 주진우 기자 또한 사건 초기부터 취재하며 확인했던 사실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새 출발에 대한 의지가 강해보였던 장씨는 왜 목숨을 끊었는지, 경찰의 초동수사는 왜 미진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다시 모아지고 있었다.
부실했던 초동수사... 조현오 전 청장의 고백
▲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생방송의 한 장면.ⓒ tbs
"초동수사는 아예 안 됐고요. 수사가 아예 덮였어요. 분당경찰서에서 41명의 메머드 수사팀을 꾸리고요. 저도 (경찰 조사에 나)갔어요. 제 옆에 서 있던 연예계 관계자도 갔고요. 저를 취재 현장까지 태워 준 운전기사도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아서 그때 118명의 참고인이 조사를 받았습니다. 수사는 많이 했죠.
<조선일보> 주변 사람들 그리고 또 권력자 주변, 청와대 주변 사람이 있었습니다. 권재진 전 장관이 관련되어 있었는데 그 주변은 가지도 않고 나머지만 괴롭혔죠. 연예기획사 대표님한테 가서 계속 뭘 아는지, 어떻게 됐는지 계속해서 물어봤을 거예요. 저한테도요. <조선일보>, 특히 방상훈 사장에 대해 제가 뭘 알고 있고, 어떻게 취재했는지 그걸 알고 싶어서 계속 질문했습니다."
앞서 조현오 경찰청장은 MBC < PD수첩 >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조선일보>가 경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주 기자는 이와 관련 "수사 과정에서 김종승씨, 그러니까 故 장자연 원 소속사 사장이 <조선일보>와 관련된 여러 거짓말을 한다"며 "(경찰이) 눈앞에서 거짓말이 분명한 데도 그건 계속 덮었다"고 주장했다.
"조현오 전 청장한테 거칠게 저도 물었죠. '왜 故 장자연 사건을 이렇게 덮었냐, 당신 <조선일보> 때문 아니냐' 이렇게 물었는데, 처음에는 그런 이야기를 안 하다가 나중에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조선일보>에서 여러 차례 항의했고, 자신을 압박하고 뒤에서 압력을 넣어서 굉장히 곤란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었습니다."
▲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생방송의 한 장면.ⓒ tbs
이에 대해 진행자 김어준은 "초동수사가 제대로 안 됐고, 초반에도 이미 알았던 문건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겠다는 게 수사 당국의 입장"이라고 정리하기도 했다. 사건 당시 경찰 조사를 13차례 받았다는 윤지오씨는 물론 역시 경찰조사에 출석했던 김 대표와 주 기자 모두 경찰의 부실한 수사를 지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윤씨의 인터뷰를 보고 자신도 문건과 관련해 할 말이 있기에 방송에 출연했다고 밝혔다. 아마도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증언에 나설 수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오는 3월 말로 예정된 검찰 진상조사단의 조사까지 또 다른 이들이 나설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내일(7일)은 고 장자연씨가 세상을 떠난지 꼭 10년째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