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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Mar 14. 2019

장자연·승리 사건 공통점 부실수사 의혹, 이번엔 풀릴까

정준영 사건 보도로 불거진 '유착 정황', 관심 기울여야


▲14일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의 한 장면. 정준영 카톡방 관련 공익제보자 방정현 변호사가 출연했다.ⓒ CBS

 
"저는 대한민국이 그렇게 나약하다고 생각 안 해요. 그리고 경찰분들도 제가 알고 계신 분들, 제가 만난 분들 대다수가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지고 사명감을 가지고 사회 정의 실천을 위해서 진짜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고요. 대다수예요.

그런데 이게 전체의 모습으로 자꾸 사람들이 몰고 가는 게 저는 좀 안타깝고요. 그리고 그로 인해서 정말 훌륭하신 분들, 훌륭한 경찰분들, 다른 수사 기관이나 정부 분들의 그런 분들이 피해를 입으시는 게 너무 안타깝고요. 그렇게는 여러분들께서 (생각) 안 하셨으면 좋겠고요."

정준영의 휴대폰 대화 자료를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방정현 변호사는 13일에 이어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도 출연했다. 그는 승리와 버닝썬, 정준영 사건 등에서 드러난 일부 경찰의 유착 의혹으로 전체 경찰이 피해를 입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지난해 11월 버닝썬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드러난 경찰과 권력층의 유착 관계와 수사 축소·은폐 의혹 중 일부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방 변호사 역시 두 번째 출연한 이 방송에서 승리와 정준영의 카톡 대화방 자료에서 드러난 이른바 '경찰총장'의 진위에 대해 재차 확인하고 있었다. 앞서 방 변호사는 지난 12일 SBS < 8뉴스 >와의 인터뷰에서 "고위층이 다수의 공권력과 어떤 유착관계들이 담겨 있는 자료였고 특히나 경찰과 유착관계가 굉장히 의심됐다"며 "경찰에 넘겼을 때 정말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까"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3일 저녁 방송된 SBS < 8뉴스 > 중 한 장면.ⓒ SBS

 
방 변호사가 관련 자료를 경찰이 아닌 국민권익위에 넘긴 이유다. 이러한 결과 이낙연 총리는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경찰의 유착 의혹에 대해 경찰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해 의법처리하라"며 "혹시라도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못한다면, 어떤 사태가 닥쳐올지 비상하게 각오하고 수사에 임하라"고 강조했다. 이후 경찰의 수사는 급물살을 탔고, 승리의 입건과 함께 정준영 사건 역시 수면 위로 올라오기에 이르렀다.

그렇다. 이렇게 경찰 수사의 중요성은 재차 삼차 강조돼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경찰총장' 연루까지 언급된 경찰의 유착 의혹이고 이후 '사후약방문'과 같은 경찰의 수사 의지다. 분명히 필요하고 요구되는 사항이지만, 안타까움과 함께 씁쓸함이 밀려온다.

경찰을 향한 불신, 당연하다

13일 오후 민갑룡 경찰청장이 부랴부랴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했다. 이날 민 경찰청장은 "경찰 고위층까지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려고 간담회를 자청했다"며 "경찰 감사관실 역량을 총동원해 철저히 수사하고 범죄 단서가 발견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단죄하겠다"며 수사 의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저녁 방송된 SBS < 8뉴스 > 중 한 장면.ⓒ SBS

 
하지만 같은날 SBS의 후속보도는 경찰을 또다시 곤혹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13일 <뉴스 8>에서 SBS는 2016년 당시 정준영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이 포렌식 복구 업체에 정준영의 휴대폰 증거인멸을 요구하는 듯한 정황이 담긴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지만 해당 경찰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증거 인멸 요구 사실을 부인했다.

"어차피 본인(정준영 씨)이 시인하니까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 차라리 000(업체)에서 데이터 확인해 본 바, 기계가 오래되고 노후되고 그래서 '데이터 복원 불가'로 확인서 하나 써주면 안 될까 해서요."
   

▲지난 13일 저녁 방송된 SBS < 8뉴스 > 중 한 장면.ⓒ SBS

 
기자가 통화 내용을 들려주자 이 경찰은 "내가 상당히 난처한 입장이 된 거죠?"라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현직 경찰이니만큼 자신의 행동이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등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증언들은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2016년 정준영 사건을 최초 보도한 기자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범죄 혐의 자체에 대한 수사가 굉장히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제가 받았는데요. 경찰이 두 달여 간 몰래카메라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제일 먼저 이루어졌어야 하는 것이 저의 상식으로는 그 휴대폰을 확보하는 부분이었을 것 같은데 정준영씨 측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또 '고장 나서 수리 중이다'라고 한 걸 이걸 계속 기다려줬다는 거죠."

버닝썬 사건 초기부터 역삼경찰서에 제기된 부실 수사와 축소·은폐 의혹은 정준영 사건에 이르러 경찰 수사 전반의 불신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최근 경찰은 버닝썬을 둘러싼 각종 불법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126명의 인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13일 SBS는 "수사 인력 40명을 동원한 드루킹 대선 댓글 조작 수사와 비교해도 3배 이상 규모의 초대형 수사팀"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특히 해당 사건을 취재 중인 기자의 분석과 전망은 그러한 불신을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사실 이게 본인들이 증거인멸을 해달라고 했던 그 업체를 3년이 지나서 지금 오늘(13일) 뒷북 수사를 하면서 압수수색 하는 거거든요. 상당히 압수수색의 의미가 의문점이 나오는데 실제로 경찰과 이런 유착의 의혹 때문에 신고자 방정현 변호사는 경찰이 아닌 권익위를 찾아갔던 거고, 권익위가 사실 그 모든 원본 자료를 검찰에 넘기고 수사 의뢰를 한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이 검찰의 수사가 시작이 되면 양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있고 정작 수사해야 할 대상은 놔두고 엄한 제보자만 색출하는 게 아니냐 이런 비판이 하루 종일 인터넷에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 근본적 의혹이 이는 상황에서 수사가 어떻게 될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경찰조사가 시작되자 줄줄이...
   

▲ 정준영-승리, 시간차 경찰 출석가수 정준영과 승리가 14일 오전과 오후 각각 불법동영상 촬영 및 유포 혐의와 성접대 의혹과 관련,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이정민

 
14일 승리와 정준영이 경찰에 출석했다. 승리와 사업을 함께 하고 성매매 알선과 경찰 유착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도 이날 경찰에 불려나갔다. 같은 날 대화방을 공유했던 하이라이트 용준형도 경찰 조사 이후 불법 동영상을 공유한 사실을 인정했다. FT 아일랜드 최종훈 역시 논란이 됐던 음주운전 전력을 시인했다. 소속사로부터 퇴출됐거나 퇴출 일로에 섰고, 팬들 역시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경찰 조사 이전까지는, 수사가 급물살을 탔던 정준영을 제외하고 이들은 모두 소속사를 통해 연루 의혹을 부인하거나 조작설까지 제기했다. 여론에 힘입어, 이낙연 총리의 지시에 부랴부랴 경찰이 전면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면 이들은 과연 어떤 핑계와 거짓말로 위기를 넘기려 했을까. 해당 연예인 외에도 YG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소속사들이 여론에 뭇매를 맞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납작 엎드리는 자세를 취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14일 오전 민갑룡 경찰청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며 "현재 막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사안이고 그에 대해서 수사를 통해서 확인해가는 과정 중에 있다. 모든 사안을 명명백백 밝힌 뒤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겠다"고 거듭 머리를 조아렸다. 질의에 나선 국회의원들이 질타를 쏟아낸 것은 당연지사였다.
   

▲ 행안위 출석한 민갑룡 경찰청장민갑룡 경찰청장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마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남소연

 
이 모든 불신과 질타를 불식시키는 길은 한 가지다. 결국 경찰의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국민들이 어디까지 납득할 수 있느냐다. 경찰이 축소하고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의혹이 생긴 사건의 실체를 국민권익위에 제보하면서까지 밝혀낸 것은 다름 아닌 일반인 제보자다. 경찰이 권력과의 유착 관계를 조사하면서 제 살을 도려내기에 가까운 내부 수사까지 감수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는다면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필두로 경찰에 쏠린 국민적인 이목과 불신을 해소하긴 힘들어 보인다. 20만 건이 넘는다는 대화방의 일부만 조사해도 이 정도다. 경찰이 관련자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일 필요는 차고 넘친다. 특히나 버닝썬 사건의 경우, 경찰 유착 정황은 물론 고위 권력층까지 뻗어 있는 의혹의 줄기를 빠짐없이 수사해야 할 것이다.

또 한 명의 제보자, 윤지오

"그리고 또 한 가지 마지막으로는 진짜 제가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이 제보자에 대한, 특히나 공익적인 목적의 제보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너무 좀 허술한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 부분을, 이번 기회를 통해서라도 제보자를 정말 현실적이고 실효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그런 장치를 제도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진짜."

방정현 변호사는 같은 방송에서 이렇게 호소하고 있었다. 방 변호사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제보자가 "이제 어쨌든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가 들어갔고 그러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 등장하겠다, 나가겠다, 당당히 나가겠다. 이제는 나가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다.

방 변호사가 거듭 제보자의 안위를 걱정했던 것과 달리 사건의 엄정한 수사를 위해 제보자가 신변을 밝힐 각오가 돼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무려 10년 전 경찰의 부실·축소 수사 의혹으로 고통 받고 있는 또 한 명의 제보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 역시 식지 않고 있다.

"윤지오씨가 지난 10년 동안 거처를 항상 옮겨 다녔고, 신변에 불안을 느껴왔다고 했죠. 윤씨 증언으로 지목된 가해자들에 언론사 고위직뿐 아니라 정치인도 거론될 정도니까요. 어찌 됐든 각각의 사건, 각각의 수사 계속해서 감시하는 게 계속 수사가 제대로 되는지 지켜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울먹이는 윤지오씨‘장자연 사건'의 목격자로 알려진 고인의 동료배우 윤지오씨가 12일 오후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숙소를 마련해준 여가부 등 도움을 받은 일을 언급하며 울먹이고 있다.ⓒ 권우성

 
13일 KBS <뉴스9>의 <'정준영'에 묻힌 '장자연'.."신변보호" 청원 20만 돌파>라는 '뉴스줌인' 보도 중 일부다. 고 장자연씨의 동료인 배우 윤지오씨와 관련된 청와대 청원 소식을 전하며 앵커는 "저희 입장에서도 윤지오씨를 이곳 스튜디오에 초대해서 이야기를 직접 듣고 뭔가 이슈를 만들어 봤는데 사실 이런 상황은 어쩔 수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뉴스9>에서는 "너무 속상하다, 언니 장자연 사건만 올라오면 항상 이슈가 이슈를 덮는 것 같다"는 윤지오의 SNS 글을 전하는 동시에 "버닝썬 등 연예계로 이어지는 이슈에 장자연 사건이 묻히고 있다", "정준영 사건 터뜨려서 관심 돌리고 지금 더 집중해야 할 일들 사라지게 만드는 일 그만해라"라는 네티즌들의 지적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14일 오후 4시 기준, 윤씨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 글은 25만 6천 명의 추천을 받은 상태. 13일 윤지오씨는 이에 대해 "여가부가 숙소를 지원해줬고, 신변 보호는 사설 경호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13차례 조사를 받았던 윤씨는 오는 3월 말로 예정된 검찰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 사이 승리의 입건과 정준영 사건이 급물살을 타면서 여론과 언론의 관심도 쏠린 게 사실이었고, 윤지오 역시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방정현 변호사의 말마따나, 이러한 제보자에 대한 보호의 허술함은 이미 관련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지적돼 온 사실이다. 더군다나 윤지오씨의 경우 장자연 사건의 중요 참고인으로 13차례 진술까지 했다. 지난해 < PD수첩 >에 이어 최근 실명과 얼굴까지 공개하며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유일무이하게 증언을 이어오고 있는 이가 바로 윤지오씨다.
   

▲지난 13일 저녁 방송된 SBS < 8뉴스 > 중 한 장면.ⓒ SBS

 
검찰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은 물론 권력과의 유착관계 정황까지, 10년 전 장자연 사건의 미해결이 작금의 '폭탄'급 사건을 낳았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버닝썬 사건과 정준영 사건 역시 제보로 출발, 경찰의 유착과 부실수사가 폭로됐다는 유사점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한민국 남성들의 성이나 유흥문화나 이를 공고히 해왔던 '남성연대'에 대한 지적 또한 타당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행여 미진한 조사 결과와 그에 대한 검찰의 대처가 나온다 해도, 장자연 사건과 제보자에 대한 보호 장치 역시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인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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