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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Jul 01. 2017

'하담'을 떠나 보내며... <재꽃> 정하담 인터뷰



3년 간 박석영 감독의 영화 <들꽃>과 <스틸 플라워>, <재꽃> 속 '하담'을 연기한 정하담은 이 하담에게 "영혼이 박제된 것 같다"고 말한다.  단순히 박석영 감독의 '뮤즈'가 아닌, 그 캐릭터와 함께 한 시간들을 고스란히 마음에 새긴 연기자만이 할 수 있는 소감이리라. 


이제는 어엿히 독립영화계의 주목받는 배우로 성장한 정하담. 그가 어쩌면 마지막으로 '하담'을 연기하게 될 작품일지도 모를 <재꽃>이 오는 7월 6일 개봉한다. <재꽃> 속 하담이와 함께 "멋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정하담은 하담이란 캐릭터를 떠나 보내며 진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렇게 하담이, <재꽃>이, 스물넷 배우 정하담을 더 아름답게 성장시켰다.  


- 간단히 <재꽃> 속 하담과 <재꽃>이란 영화를 소개한다면.       

"하담은 고아로 자라났고, 많은 고난을 겪고 어엿한 성인이 되어 시골 마을에서 검정고시 공부를 하며 밭에서 일도 하고 잘 살고 있는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고아로 유추될 수 있는 해별이라는 인물을 만나서 벌어지는 드라마이다. 아빠를 찾으러 온 소녀가 시골마을에 도착하며 벌어지는 농촌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굉장히 아름답고 감동적인 영화다."      


- 박석영 감독의 '꽃 시리즈' 3부작의 완결인 <재꽃>까지 세 편을 모두 함께 했다. 

"처음부터 3부작을 생각하고 작업한 건 아니었다. <<들꽃>>을 하다보니 <스틸 플라워>, <스틸 플라워>를 하다 보니 <재꽃>이 나왔는데 <재꽃>은 두려웠던 측면이 있었다. <들꽃>과 <스틸 플라워>가 영화가 개봉하고 소개된 것들이 있어서, <재꽃>은 더 어려웠다. 또 감독님과 당분간 영화를 못 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어서 열심히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스틸 플라워>와 달리) 배우들이 많아서 즐겁게 참여했다. 환경적으론 시골이어서 더 좋았고.       


그리고, 힘들어했던 과거 속에 현재의 내가 가서 구해주는 듯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이제는 잘 알겠다. 어려웠을 어린 시절 나한테로 지금의 내가 가서 구해줄 수 있는 것 같은, 위로에 대한 영화구나 라는 느낌이랄까."      


- 박석영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설명한다면.      

"감독님은 일단 창조적인 에너지가 넘치신다. 작업할 때 스타일은, 영화는 중요한 장면들이 어떻게든 꼭 찍힐 거라고 믿는 것 같다. 그래서 영화를 찍을 때 굉장히 집중해서 할 수 있게 해주시는 것 같다. 또 영화 속 캐릭터를 매우 사랑해서, 배우가 집중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순간을 정확하게 알아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믿음이 생긴다."      


- 전작 <스틸 플라워> 때와 <재꽃>에서의 하담은 어떻게 다를까. 또 어떻게 연기했나.        

"<스틸 플라워>는 연기할 때 현재적인 상황, 이 사람의 절실함을 생각하며 연기했다. <스틸 플라워> 속 하담을 제가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재꽃>에서는 이 친구가 더 큰 모습이고, 굉장히 예쁜 모습으로 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상냥함이 조금은 더 있었으면 좋겠고 남을 신경 써주는 마음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해별이를 대할 때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정의로움, 따뜻함을 그 관계 안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연기할 때, <스틸 플라워>와는 굉장히 다른 느낌이었다. 정확하게는 <스틸 플라워>를 할 때는 마음을 단단하게 먹으려고 노력했고, <재꽃>을 할 때는 마음을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했다. 상대방에 대해서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감싸주고 지켜줄 수 있는 사람으로 하담을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조금은 더 섬세한 언어를 쓰는 것처럼 느껴졌으면... 말은 많이 안 해도 마음을 다 느끼고 있다는 것을 관객들이 느꼈으면 했다."       


- 장해금이 연기한 해별 캐릭터와 함께 하는 장면이 많다.  

"해별이는 실제로도 밝고 '똘망똘망'하고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예쁜 친구다. 연기를 할 때도 편안하고 당차서 좋았다. 하담에게 해별은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너무 많이 생각나게 하는 친구다. 해별이와 겪고 있는 환경이 똑같기 때문에 해별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반응하기가 힘들었다. 자기 일처럼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하담에게 해별은 지키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 그래서 더 마지막 대사가 인상적이다. 

"걔는 열한살이에요"라고 말하는 대사는 정확하게, "저는 그 때 저는 그때 열한살이었어요" 라는 마음을 담아서 외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연기를 했고. 하담이 해별에게 미안한 측면이라는 건, 그렇게 그 친구를 봤을 때 자꾸 자기에게 이입을 해서 너무 일치시켰던 부분이 있어서, 지키려고 했던 행동이지만 미안함이 쌓였던 것 같다. 그래서 "해별아~" 하고 달려가는 장면에서는 미안함이 매우 컸다. 진짜로 그 친구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으로 달렸다. 아무리 지키려도 한 행동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다 잃어버릴 수 있다는, 없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컸던 것 같다."  

    

- <재꽃>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영화를 볼 때마다 계속 바뀌겠지만, 처음 영화를 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텐트 안에 해별이가 있고, 하담이가 "해별아~" 하고 찾아온다. 해별이가 나와서 "언니 뛰어왔어?", "왜 이렇게 늦게 왔어"라고 했을 때, 하담이가 "미안해" 라고 하는 순간이 되게 예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장면을 계속 곱씹게 되었다. 섬세함과 아름다움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 <재꽃>을 본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담, 해별이를 외롭게 느끼진 않았으면 좋겠고, 잘 살 거라는 마음으로, 예쁘고 아름다운 영화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또 21살, 22살, 23살에 영화를 찍고 지금 24살이 됐는데, 제 인생에서 클래식을 만든 거 같은 기분이다. 영원히 기억에 남을.  앞으로 제가 어떻게 뭘 하고 살던, 어떤 작품을 만나고 어떤 배우가 되고 이런 건 아직까지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하담에게 내) 영혼이 박제된 것 같다. 20대 초반을 아름답게, 행복한 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 3부작 속 하담이란 캐릭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며) 만나서 너무 고마웠어 라고 얘기하고 싶다. 3년 동안 연기하면서 너무 많이 배우고, 즐겁고 행복했어. 앞으로도 멋진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할게. 고마워."   



        INFORMATION

제     목 : 재꽃

장     르 : 드라마

감     독 : 박석영 (<들꽃>, <스틸 플라워>)

출     연 : 정하담, 장해금, 정은경, 박명훈, 박현영, 김태희

제작/배급 : 딥 포커스

개 봉 일 : 2017년 7월 6일

등     급 : 12세 이상 관람가

공식 페이스북 : www.facebook.com/ashflowermovie

공식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ashflowerfilm


SYNOPSIS

아스팔트 깨어진 틈새마다 자라나는 들풀처럼

그렇게 한 아이가 온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평범한 삶을 보내고 있는 하담(정하담)에게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아빠를 찾겠다며 자신과 꼭 닮은 열한 살 소녀, 해별(장해금)이 찾아온다.

고요했던 마을은 해별의 등장과 함께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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