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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Aug 11. 2023

대통령님, K팝 콘서트에는 제발 가지 말아 주세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 참석한 윤 대통령 부부 @뉴시스


"어제(2일) 개영식이 대통령실의 지시에 의해 강행됐다는 루머와 뉴스가 퍼지고 있는데 이는 완전히 가짜뉴스다. 잼버리 운영은 세계 스카우트 연맹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창행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이하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펄쩍 뛰었다. 개영식 직후인 3일 언론 브리핑에 나선 최 사무총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온열 질환자가 속출했던 개영식 참석을 둘러싼 루머에 대해 적극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다소 본질을 비껴간 해명이었다. 폭염 속에서 개영식을 강행한 것이 본질이 아니었다. 왜 하필 휴가 중이던 대통령 내외가 개영식에 참석을 강행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예정에 없던 VIP가 참석하며 의전을 받고 경호를 두텁게 만들며 행사 진행을 힘든 게 만들었다는 학부모들의 분통어린 증언이 이를 방증한다.
 
참가자들은 무더운 날씨에 야영지에서 개영식 현장까지 3시간 넘게 걸어야 했다고 했다. 걷다 서다를 반복하는 것도 모자라 경호원들은 가방 검사까지 했다고 했다(관련 기사 : 3시간 걸었는데 못 들어간 잼버리 개막식... "대통령 와서 가방 검사하다가"). 체감온도가 40도인 환경에서 잼버리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주인공이어야 하는 개영식에 대통령 부부가 참석해 꼭 사열을 받었야 했는지 분노하는 학부모들이, 국민들이 부지기수였다.
 
"어떤 애들은 탈수로 병원에 갔다 오기도 했는데 행사에서 가장 쇼킹했던 건 (그런 아이들에게) 내외빈 입장하는데 모두 일어나 달라, 큰 박수 부탁(하는 것을 보고) 진짜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 너무 화가 나고 이해가 안 됐다." -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새만금 잼버리 참가자 학부모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는 어떻든 VIP급 행사 수준으로 격상되기 마련이다. 특히 외국 학부모들이 분노했던 건 한국의 대통령이 참석한 믿을 만한 행사에서 자식들이 학대 수준의 대접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온열 질환자들이 속출한 것과 별개로 국민들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새만금 잼버리가 윤 대통령의 개영식 참석으로 더 큰 주목을 받게 된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한국스카우트연맹 명예총재직에 추대됐을 당시 초등학생 시절 보이스카우트를 경험했던 추억을 강조한 바 있다 .그 개영식 현장에서 윤 대통령은 참가한 김건희 여사와 스카우트 단복을 김건희 여사와 맞춰 입고 청소년들로부터 사열을 받았다. 구태여 받지 않아도 될 사열이었고, 의전이었다. 대통령이 행사의 내실을 챙기기보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모인 개영식장에서 보여주기식 의전에 집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제, 11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가 남았다.
 
무능한 정부의 보여주기식 이미지 메이킹


▲ 10일 오후 북상중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는 다음날인 11일 오후 예정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에서 사용할 무대 준비가 한창이다. ⓒ 권우성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고, 학생들에게 공급되는 식사의 질과 양을 즉시 개선하고 현장의 문제점들을 정부 모든 부처가 총력을 다해 즉각 해결하라."

 
잼버리 사태가 심각해지며 국내외의 비판여론이 쏟아지던 지난 4일, 휴가 사흘 째던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다. 생수에 냉장·냉동 탑차에 식사까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데 급급한 모습이 역력했고, 마치 공무원 총동원령을 내린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사이, 콘트롤타워는 부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직접 변기를 닦는 등 화장실 청소에 나섰다. 그게 새만금 잼버리 사태에 대처하는 국무총리의 할 일인지 의구심을 들게 만드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태였다.
 
또 새만금 잼버리 주무장관인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은 "새만금 잼버리가 오히려 한국의 위기 대응 능력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국민들의 한탄을 자처했다. 탄핵 위기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폐영식에 가까워질수록 K팝 콘서트를 강행하는 듯한 자세를 넘어 실제 "K팝 콘서트를 가장 신경 썼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윤 대통령도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모인 4만5000명의 스카우트 대원은 고국에 돌아가면 한국이 어떤 나라인가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는 물정 모르는 발언으로 비난을 자처한 뒤, "잼버리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놨다. 이 역시 전 세계에 유명 아이돌들의 화려한 무대가 보장된 K팝 콘서트를 통해 보여주기식 마무리로 국가적 망신으로 대변되는 새만금 잼버리를 포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타를 낳기에 충분했다.
 

"대형공연 무대 셋업준비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구장 잔디 보험매트. 아시바, 레이허, 트러스, 전기포설, 음향, 조명 등 작업만, 철야를 해도 아무리 빨라야 최소 3일이 걸려요. 오늘 하루 종일 비가 내렸으니, 무리한 작업 중에 안전사고가 나지 않았을지(아니 틀림없겠죠) 걱정입니다. 무대 지근거리 학생은 물론, 적재장비 등 시설 지날 때 안전에 더욱 조심해주세요."

 
온라인 상에서 주목을 받은 어느 공연 관계자의 우려 글 중 일부다. 행사 준비는 물론 관객 출입부터 경기장 입장과 복귀까지, 3만 명이 한꺼번에 몰리는 대형 행사를 태풍이 서울을 관통하는 기간 준비하는 것이 현실 여건 상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된 콘서트 준비 현장은 실로 아찔했다. 전문가들은 콘서트 준비 현장이 안전 조치 미흡 등 산업안전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이태원 참사를 겪은 국민들이 걱정이 태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정부가 자처한 꼴이다.
 
새만금 잼버리는 내실보다 보여주기식 이미지 메이킹에 집착해 온 윤 대통령의 현 정부의 총체적 난맥상을 온 국민은 물론 전 세계에게 알린 안타까운 사태로 기록될 전망이다. 개영식은 물론이요 특히 K팝 콘서트가 연기되고 확정되며 준비되고 있는 과정이 그 절정이라 할 있다. 정부는 부인하지만 이를 위해 아이돌들이 강제 동원되는 듯 보인다.
 
또 행사 마무리에 공무원들이 총동원되고, 관을 넘어 민이, 기업들과 국민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동원되는 중이다. 무능한 정부가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꼴이라 할 수 있다. 그런 K팝 콘서트 행사장에 윤 대통령이 모습을 보인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잼버리 사태를 겪는 와중에도 끝날지 모르는 정부의 무능에 국민들은 한층 더 분노하게 될 것이다.
 
K팝 콘서트에 쏟아진 우려


가디언의 온라인 기사 ⓒ 인터넷 갈무리


"세월호 사건으로 300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대부분은 학생들이었다. 지난해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150명 이상의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군중 통제 부족과 잘못된 비상 대응 등 때문이었다. (새만금 잼버리를 포함한) 이 3개의 사건 사이에 공통된 요소는 찾기 어렵지만 재난 관리를 책임지는 한국의 정부조직이 문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외신들이 새만금 잼버리의 실패 요인을 낱낱이 분석하는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그 중 위와 같은 분석을 담은 <가디언>의 <최악의 악몽: 한국은 처참한 스카우트 잼버리를 재고한다>는 국내 언론들이 감히 쉬이 쓰지 못하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기획 기사였다.
 
그 3개의 사건 중 임기 1년 3개월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2개가 벌어졌다. 능력이, 실력이 있어야 위기 대응도 능숙할 수 있다. 부안에서 참가자들이 조기 철수하며 실패가 현실화된 새만금 잼버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월호를, 이태원을 겪은, 그리고 연일 터지는 정부의 미숙한 새만금 잼버리 관련 위기 대응을 온 국민이 목도 중이다. 국민들은 준비 부족을 넘어 강제동원령과 같은 상황 속에서 급조된 K팝 콘서트장에서 행여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나 않을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새만금 잼버리가 보여주기식 이미지 메이킹으로 무마할 수 있는 단계는 진즉 끝나버렸다. 그러니 부디 개영식에서 언론의 카메라 앞에 섰던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물론이요, 국무총리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여가부, 행안부, 문체부 장관 모두 K팝 콘서트로 인해 대혼잡이 예상되는 상암월드컵경기장 주변은 얼씬도 하지 마시길. 이왕 강행한 행사이니만큼 본연의 의미 그대로 청소년들이 K팝 스타들에 환호하고 뛰어 노는 축제의 장에 나타나 훼방을 놓을 생각도 마시기를 간청 드리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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