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성태의 시네마틱 Aug 14. 2023

'조민 기소' 논란... '찍히면 죽는다'는 검찰의 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가 6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 뉴스1


애비가 13번째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구체적 혐의는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하자, 언론은 자백하지 않는다고 애비를 비난했고, 검찰은 자백 외는 의미 없다며 새끼를 기소했다. 굴복 아니면 조리돌림 후 몰살. 민주헌정 아래에서 이런 공소권 행사가 허용되는 것이었구나. 국민이 준 검찰권이라는 ‘칼’을 이렇게 쓴다. "마이 뭇다"는 없다.  ‘칼’이 없는 사람으로 ‘칼’을 든 자가 찌르고 비틀면 속수무책으로 몸으로 받아야 한다. 또 찌르면 또 피 흘릴 것이다. 찌른 후 또 비틀면 또 신음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는 몇 번이고 더 사과 말씀 올릴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13일 검찰이 딸 조민씨를 재판에 넘긴 것에 대해 성토한 글 일부다. "나를 남산이나 남영동에 끌고 가서 고문하길 바란다"고 일갈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에 검찰은 언론을 통해 "자백을 강요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미 대법원이 정경심씨의 입시 비리 혐의를 유죄로 확정하면서 조민씨를 공범으로 판단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검찰은 앞서 두 번의 언론 브리핑 등을 통해 조민 씨의 기소 여부에 대해 조씨의 반성 태도, 조 전 장관과 배우자 정경심씨의 입장 변화를 강조한 바 있다.
 
조민씨의 공시 시효(8월 26일)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나온 검찰의 이러한 메시지는 조 전 장관 일가의 태도 변화 촉구하는 압박으로 읽힐 여지가 충분했다. 실제 조 전 장관은 재차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냈고(관련 기사 : 조국의 사과와 윤석열의 침묵), 조씨는 부산대에 이어 고려대에 제기한 '입학 취소 처분 무효' 소송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나름 검찰의 압박에 호응하는 모양새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조민 기소'를 둘러싼 논란들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 인터넷 갈무리


4년 전 검찰이 조 전 장관 부부를 기소하면서 자녀들을 공범으로 적시한 것을 두고 선택적 기소에 이은 '가족 인질극'이란 비판이 빗발쳤다. 검찰이 기소 재량권을 휘두르는 것으로도 모자라 4년 간 시간을 끌어 오다 공소 시효를 2주 앞둔 시점에 조민씨 기소를 한 것 역시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공직자의 비리 사건에 연루된 가족들을 함께 기소한 전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공소권 남용을 지적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조민에 대한 기소는 명백한 과잉수사에 기초한 명백한 공소권 남용이다. 이 기소는 공소절차가 불법이므로 법원은 즉시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일종의 괘씸죄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팽배하다. 검찰은 표면적으로 조씨에게 반성의 태도를 요구했다. 하지만 의사 면허를 반납한 조씨는 이후 사인으로서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조씨의 당당한 대외 활동이 반성을 요구하는 검찰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과거 엇비슷한 사건에서 보여준 검찰의 태도가 달랐다. 숙명여고 부정 시험 사건으로 공범인 아버지가 구속 기소된 쌍둥이 학생들에 대해 검찰은 불기소하는 대신 소년보호재판이 가능한 서울가정법원에 송치했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입시비리 사건으로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유라씨 역시 검찰이 최서원(최순실)의 공범으로 정씨를 지목했지만 기소하지 않았다. 이후 정씨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등에 출연하는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11일에도 조국 일가를 향해 "착하게 좀 살지", "위조 잡범이 열사났다"라며 비난 글을 게시했다.


검찰 공화국의 시대, '찍히면 죽는다'


"입학부정 주범 조민을 즉각 기소하라."


국민의힘 의원 44명은 2021년 2월 이 같은 내용으로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대검찰청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공직자의 입시 비리 혐의로 법원이 1심에서 정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한지 두 달이 지났던 시점이었다.


재판이 한창이던 조 전 장관이나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을 압박하고 공세를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조민 기소'를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검찰은 입시 비리 혐의 공범으로 입건을 유지 중이던 조 전 장관 자녀들에 대해 "수사를 이어 간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2년 반이 흘렀다. 조민씨를 공범으로 입건한 검찰도, 대검에 성명서까지 전달하는 정치적 행위를 앞세웠던 여당도 '조민 기소'라는 '해피엔딩'이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윤석열 검찰' 당시 명운을 걸었던 조국 일가족 수사야말로 검찰의 '무오류 신화'를 증명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조민 기소'를 강하게 주장해 온 여당 역시 불리할 것 없는 상황이다. 여당은 자기 일관성 확보 측면은 물론 사활을 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국 출마설'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나온 검찰의 '조민 기소'는 '전 정권 탓'에 올인 중인 국민의힘이 '조국 사태'의 책임을 물을 대상인 민주당을 압박할 수 있는 호재인 셈이다.


그럼에도 검찰의 공소권 남용 논란은 두고두고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공산이 크다. 조민씨 기소로 인해 자녀 문제로 의혹을 산 현 정권 인사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훨씬 더 냉정해 질 수밖에 없다. 당장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 회자되는 중이다.


국민들은 국정농단 사태를 연상시키는 정유라씨마저 봐준 검찰의 잣대를 다시금 의심할 수밖에 없어졌다. '수사로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던 윤석열 대통령의 법과 원칙, 공정의 잣대도 마찬가지다. 검찰공화국이란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이번 조민씨 기소로 인해 검찰에 '찍히면 죽는다'는 인식이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통령님, K팝 콘서트에는 제발 가지 말아 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