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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Aug 31. 2023

소속사 손 들어준 법원, 피프티 피프티의 미래는?

▲ 피프티피프티 ⓒ 어트랙트 


"무엇보다도 멤버들이 복귀하길 원한다."


지난 28일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가 언론 및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밝힌 법원 결정에 대한 일성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피프티피프티가 소속사를 어트랙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전 대표는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의 복귀를 언급하며 그간의 고통을 호소하는 한편, 억울함을 풀어 다행이란 취지의 소감을 전했다. 전 대표는 "많은 대중이 저를, 회사를 응원해 주셔서 눈물나게 감사하고 나도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한테 조금이나마 모래알처럼 응원을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다만 전제는 확실했다. 법적 논쟁의 한 축이자 프로듀싱을 맡긴 외주업체 더기버스와 안성일에 대한 법적 대응은 이어나가겠다는 것. 어트랙트 측은 더기버스 안 대표 등에 대해 사문서 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한 상태다.
 

"한편으로는 (멤버들을) 강탈해 가려고 했던 탬퍼링(계약 기간 만료 전 외부 세력이 접촉하는 것) 집단을 응징할 것이다. 끝까지 법적 처벌을 받게 할 거다. 형사고소는 이미 했고 증거는 넘친다. 그래서 이번 판례가 한국 가요계, 한류 발전에 저해되는 음해세력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좋은 교훈이 됐으면 한다. 그래야 드라마든 음악이든 더 열심히 제작을 할 것 아닌가."

 
이미 예고된 장기 소송전

앞서 피프티피프티 측은 지난 6월 '정산 의무 불이행'(불투명한 정산), '건강보호 의무무시'(신체적 정신적 건강 관리 소홀), '지원 부족'(실력 갖춘 음반 제작자의 부재) 등을 근거로 계약 해지 청구 소송에 나선 바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 신뢰관계를 파탄시킬 정도의 정산의무 또는 정산자료 제공의무의 위반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 현재까지 제출된 소명자료만으로는 채무자가 채권자들의 건강관리·배려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 더기버스가 더 이상 채권자들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지 않기로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채무자가 전속계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어트랙트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단 근거로는, 아직 지급받을 정산금이 확인되지 않고, 건강 문제와 관련해서도 어트랙트가 일정 등을 조율해 병원 진료를 받도록 하고 수술 일정 등도 잡았으며, 멤버들이 어트랙트 측에 문제 제기를 하거나 시정 요구도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이에 대해 피프티피프티 측 법률 대리인은 28일 <연합뉴스>에 "멤버 측과 협의해야 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항고할 가능성이 큰 분위기"라고 전했다. 멤버들과 가족들의 대리인이 보인 이러한 반응은 향후 지난한 법적 다툼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피프티피프티 측은 지난 16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법원에 "멤버들과 그 가족들은 원소속사 어트랙트가 재무회계적으로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법원이 계약 해지를 전제로 판단해 줄 것을 재차 요청한 셈이다.

아울러 어트랙트 측이 더기버스 안 대표 등을 고소한 데 이어, 지난 17일 피프티피프티 멤버 네 명도 전홍준 대표를 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이러한 고소고발의 연쇄로 볼 때 "여전히 멤버들이 돌아오길 바라고 돌아오리라고 믿고 있다"는 전 대표의 바람이 이뤄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도 움직였다. 법원의 기각 결정 다음 날인 29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소셜 미디어에 "자식들 호적 파버리려 한 악덕 프로듀서로부터 중소기획사를 지키는 '피프티피프티법' 발의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그러면서 "이러한 가처분 소송은 결국 기각됐고 논란은 일단락됐다. 중소기업의 성과를 가로채려던 시도는 결국 무산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하 의원은 피프티피프티 사태를 두고 "한 악덕 업자가 이 (중소기획사의) 성과를 자신의 이익으로 독차지하려 했다. 외주 제작사에 불과한 한 프로듀서가 걸그룹 멤버들을 회유하여 계약을 해지시키고 자신의 소속으로 만들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며 "회사 입장에선 웬 외부 세력이 침입해 자식들 호적을 바꾸려는 친권 소송을 제기한 것과 마찬가지"라 비유했다.

법안이 현실화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피프티피프티 사태가 여의도 정치권의 관심을 사는 데까지 나아간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전 대표의 바람과 달리 "가수를 안 하면 안 했지"라는 반응을 보이던 피프티 피프티는 과연 원 소속사로 복귀할 수 있을까.

중소돌의 기적과 몰락
 

▲ 서울 강남구 어트랙트 앞. ⓒ 연합뉴스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는 빌보드 차트를 넘나드는 K-팝 그룹으로서도 전무후무한 곡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9월 첫째주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무려 23주간 머무른 큐피드는 여전히 25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주보다 한 단계 오른 순위요, 뉴진스의 슈퍼 샤이가 7주 만에 80위로 내려앉은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인기다. 유럽과 북미를 포함한 해외에서의 식지 않은 인기를 반영하는 차트라 할 수 있다.
 
어트랙트 측도, 피프티 피프티나 더기버스 측도 이러한 성공과 그로 인한 수익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다. 지난 19일 방영돼 편파 논란을 자처했던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추산한 미국 시장 내 수익만 더기버스 측이 최소 약 18억, 어트랙트는 최소 약 55억에서 65억이었다.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리며 빌보드에서의 성공이 국내에서도 이어지리라 예상됐던 피프티피프티가 '배신돌'로 낙인찍힌 데엔 이러한 막대한 수익을 둘러싼 이전투구 양상에 갓 데뷔한 멤버들이나 가족들이 눈을 돌린 것 아니냐는 국내 K팝 팬들의 의혹의 눈초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의구심에 불을 지핀 것이 바로 피프티피프티 상표권 신청 논란이었다.
 
계약 분쟁 와중에 어트랙트와 협의 없이 피프티피프티 측이 상표권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은망덕하다는 이미지가 굳어진 것이다. 하지만 피프티피프티 측은 국내에서의 이미지를 당장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법원에 제출한 심문재개신청서를 통해 추가 소명 기회를 요청하면서 멤버들의 법률 대리인이 강조했던 것도 어트랙트의 선급금 채무 문제였다. 사태의 본질과 별달리 상관없는 멤버 측과 더기버스 측은 어트랙트의 선급금 90억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 중이다. 이에 대해선 편파 방송 논란의 당사자인 SBS 측도 한 음악유통사 관계자의 상반된 주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선급금은) 진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건 회사 대 회사의 계약인 거지, 이 돈에 대한 출처나 쓰임새나 이런 건 아티스트가 전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현업에서 제가 데뷔시킨 애들만 지금 수백 팀인데 이런 사례는 처음이고요. 투자금을 어떻게 활용했느냐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한 것도 좀 논리가 안 맞는 거죠."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과거 동방신기의 불공정 계약 소송이나 연습생을 포함한 아이돌 그룹의 인권 침해 논란 등 가요계를 둘러싼 케케묵은 이슈까지 재소환되는 중이다. 참고로, K팝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외신을 포함한 언론들이 지적해 왔던 것이 2세대 아이돌 때부터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K팝 업계를 지탱하는 팬덤의 영향력과 그들의 심정적 비난이 피프티피프티를 향한 이슈파이팅의 형태로 결합하면서 비난이 과도해졌다는 일각의 문제제기도 법원 판결에 따라 그 의미가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 판결을 종합하면,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이 열악하거나 비상식적인 대우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핵심은 역시나 돈이다. 지금도 발생 중인 막대한 수익이 휘발되는 것도 아니다. 활동 중단 등 상식적이지 않은 과정을 통해 원 소속사에 소송을 제기하고 항고를 고심 중이라는 데뷔 만 1년 차 멤버들과 가족들, 더기버스를 향한 동정 여론이 일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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