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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슈 Aug 01. 2020

얼떨결에 온라인 사업을 시작해버렸다 : 하슈랜드의 시작



하슈랜드 아이디어스 샵이다.


나는 반짝임을 그리는 일러스트 소품샵, 1인 기업 하슈랜드의 대표이자, 아이디어스 상위 0.1% 작가다. 내 입으로 말하긴 민망하지만, 모바일 핸드메이드 판매 어플, 아이디어스에서 인기작가 3위까지 올라갔을 정도로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는 작가기도 하다. (아이디어스는 2020년 8월 현재 등록 작가만 16,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처음부터 이 일을 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 생각도 없었고, 아, 내 꿈은 만화가였다. 혹은 웹툰 작가. 지금은 어렸을 적 꿈꿔온 것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나는 지금 내 직업과 삶에 충분히 만족한다. 하슈랜드를 운영하며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내 그림으로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와 디자이너, 기획자, 마케터, C/S담당자- 그 사이 어디쯤 있는 내 포지션이 썩 마음에 든다.



 나는 어릴 때부터 밖에 나가서 노는 걸 좋아했고, 놀려면 돈이 필요했다. 매달 집에서 받는 용돈으로는 놀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교통비와 식비, 그리고 사고싶은 옷이나 화장품을 몇 벌 사면 끝나는 정도였으니까.


 놀려면 일을 해야했다.


  이상하게 우리 아버지는 내가 알바하는 것을 크게 반대하셨다. 알바할 시간에 공부를 하라고 하셨다. (사실 이 부분은 여전히 이해가 잘 안 가는 부분이다. 알바를 하면서 얻게 되는 것들도 많은데.) 그렇지만 난 용돈을 더 달라고 하고싶진 않았다. 내 힘으로 벌고 싶었는걸.



 처음엔 미술학원 강사를 했다. 미술학원 보조강사를 하는데에 집안 반대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 때 당시 시급으로 치면 센 편이었다. 2013년 기준, 최저시급이 5000원도 안 되는 4,860원인 걸 생각하면. 내 시급은 8,000원이었으니까. 주 2회 기준 30만원 조금 안 되는 돈을 벌었으니, 대학생의 용돈벌이치고는 시간대비 수입이 꽤나 쏠쏠했다. 그렇게 1년 좀 안 되는 기간동안 학원 강사를 했다.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수다떨고, 그림그리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이 재밌었던 것 같다.


 학원 강사 일을 하고 있을 때, 새로운 일이 들어왔다. 미술학원 후배가 키즈 카페에서 캐리커쳐 알바를 하고 있는데, 대타를 뛰어줄 수는 없냐고 묻는 거다. 재밌어보여서 한다고 했다. 실제로 사람을 앞에 두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재밌었다. 아가 손님들과, 부모님 손님까지. 사람 대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그리고 곧 그만뒀다. 캐리커쳐 알바는 시급이었는데, 시급으로 벌고 싶지 않았다. 장당 얼마씩 받으면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옛날 사진이라 화질도 안 좋은데다가 엄청 촌스럽다. 내가 만든 이상한 모자를 쓰고 캐리커쳐를 했다.

 

2014년 봄, 처음으로 홍대로 나갔다. 그 날 난 하루만에 미술학원 보조강사 한달 월급을 벌어왔다. 곧 미술학원 강사를 그만뒀다. 캐리커쳐를 하자! 돈이 되는구나. 주말마다 프리마켓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부지런해진 것은. 내가 직접 발로 뛰고 움직여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다. 알바보다 더 했다. 알바는 가서 그 시간동안만 일을 하면 일정 금액을 받아가는 구조지만, 이건 내가 열심히 호객행위를 해서 그림을 많이 그리면 돈을 더 많이 벌어갈 수 있었다. 홍대 프리마켓도 매주 신청해야 나갈 수 있는 것인데다가 휴가철이나 비가 올 때는 안 열리는 날도 있어서, 그럴 땐 다른 프리마켓을 찾아야 했다. 부지런히 내가 나갈 수 있는 곳을 찾았고, 매주 일했다.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렸다.


 오프라인 마켓에서 그린 캐리커쳐들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날짜, 장소, 그 날의 날씨, 캐리커쳐 사진, 그리고 아주 간단한 코멘트까지. 이걸 매일같이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남에게 내 그림을 주고, 내 자식같은 그림을 나는 다신 못 볼테니까. 사진으로 남겨서 간직하고 싶었고, 이왕 사진 찍은 거 블로그에 전시해두고 싶었다.


 내 그림이 마음에 들었던 건지, 나중에 다시 주문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어보는 손님들이 생겼다. 블로그에 캐리커쳐 온라인 주문글을 올렸다. 카톡으로 사진을 받아 그림을 그려주는 일도 종종 있었다.



 나는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평일엔 학교 다니면서 과제를 하고 주말엔 프리마켓에서 캐리커쳐를 하는 게 내 일상이었다. 그렇게 3-4년 여를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전공한 만화창작과는 졸업할 때 레포트가 아닌 만화로 졸업작품을 한다. 여느 미대 졸업생이 그렇듯, 나 역시 졸업전시회를 했고, 정신차리고보니 이미 학교를 졸업해있었다. 모 웹툰 회사에서 연락도 받고 미팅까지 마쳤는데, 영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사이 벌써 4월인가 그랬다.


 프리마켓을 몇 년 동안 다니면서, 주변 작가님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가 궁금해서 친했던 작가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그 때 처음 알았다. 핸드메이드도 온라인 시장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처음 블로그에 판매글을 올리기 전에, 온라인 마켓에 대해 몰랐던 건 아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그 당시엔 스토어팜)도 알아봤는데, 캐리커쳐 특성상 사진이 없으면 작품 제작이 불가하고, 결국 손님과 따로 연락을 취해 카톡 등으로 사진을 받아야했는데 이 과정이 많이 불편하다고 생각해서 블로그로 간 거였다.


 그런데 아이디어스는 달랐다. 일단, 어플에서 1:1 메세지 기능이 있다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따로 손님의 연락처를 알아내어 카톡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어플이 쉽고 이용하기 편하게 설계되어 있었고, 사용자 수도 꽤 있었다.


 , 이거다!

 아이디어스에 입점을 해보기로 했다.





* 다음편에서 계속

* 다음편은 내일 연재됩니다!




8월 한달간 매일 글을 연재합니다.

글이 올라오는 시간은 밤 10~12시 사이.

내일 또 만나요!


#하슈랜드사업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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