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00 object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temonday Apr 26. 2021

봄의 기억


올봄엔 꽃과 나무를 많이 보았다.

안산에서 보았던 벚꽃잎 흩날리던 장면도,

햇빛이 곳곳에 묻어 금빛으로 일렁이던 나뭇잎도,

놓치지 않고 마음에 담아둘 수 있어 다행이었다.

우리가 말하는 '초록색'이란 단어 속에는

얼마나 많은 초록이 담겨있었던 건지.



안산을 오르던 중 앞에 걸어가시는 할머니의

꼬부랑 머리카락 속에 핑크색 벚꽃잎 하나가

숨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저 숨겨져 있는 벚꽃잎은 어떻게 발각이 되려나.

할머니가 오랜 등산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시면,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던 할아버지 혹은 손주가

'아이- 머리카락에 벚꽃 숨겨왔어?'하고 웃으며 벚꽃잎을 떼어주려나?

아님 친구 할머니와 헤어지고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약간은 헛헛한 마음을 안고 탄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살피던 중, 숨겨진 꽃잎을 발견하고 슬쩍 웃으시려나.

나는 떨어지는 거대한 나뭇잎사귀에 싸대기는 맞아봤어도 저렇게 귀여운 꽃잎이 머리카락에 숨겨져 있는 행운 따윈 없었는데.



그렇게 꽃을 잔뜩 보고 온 날엔 사방팔방 꽃을 그려놓았더라. 이것 역시 봄을 기억하는 방식이겠거니 싶었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가 접시를 보고 좋아하겠지, 싶었는데 엄마는 분홍색 꽃 접시를 보고

이건 문어냐고 물었다.

아 엄마는 문어도 좋아했지, 참..

사람은 역시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 같다.


이렇게 봄이 가는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9. 그랑블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