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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걸침 Apr 17. 2023

하루를 재는 자벌레

 

파지 줍는 노인

골목의 한기를 한 장씩 접는다


아침마다 백팔 배

무릎에 바람이 괴어도


해가 반으로 접히기 전에

종이 농사를 지어야 한다


허리를 접을수록

곡식이 익는다


길의 둔덕은 돌 밭이고

매야 할 밭은 멀다


저쪽 빵집 사장은 생을 접었는지

제법 열리던 간판도 접었다


골목은 보호색

노인의 풀칠은 보이지 않는다


한 걸음 술의 뒷심을 받아야

두 걸음 오늘을 줍는 선승


천 원짜리 하루 몇 장 받아 들고

소주 병에 기댄다


술잔으로 하루를 재는 자벌레


남의 대문 밭둑에 앉아

잠깐 좌선에 들어

누가 버릴 내일을 줍는 꿈을 꾼다


오후 햇살은 죽비


굽은 그림자 하나

저는 다리에 끌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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