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지 줍는 노인
골목의 한기를 한 장씩 접는다
아침마다 백팔 배
무릎에 바람이 괴어도
해가 반으로 접히기 전에
종이 농사를 지어야 한다
허리를 접을수록
곡식이 익는다
길의 둔덕은 돌 밭이고
매야 할 밭은 멀다
저쪽 빵집 사장은 생을 접었는지
제법 열리던 간판도 접었다
골목은 보호색
노인의 풀칠은 보이지 않는다
한 걸음 술의 뒷심을 받아야
두 걸음 오늘을 줍는 선승
천 원짜리 하루 몇 장 받아 들고
소주 병에 기댄다
술잔으로 하루를 재는 자벌레
남의 대문 밭둑에 앉아
잠깐 좌선에 들어
누가 버릴 내일을 줍는 꿈을 꾼다
오후 햇살은 죽비
굽은 그림자 하나
저는 다리에 끌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