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섬이다

by 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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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35cm x 75cm, 현대서예, 걸침 작



오랜 친구를 만났다. 만난다는 설렘이 며칠간의 색깔을 바꿨다.

그런데 그 색깔이 지워지는 것은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늘 그런 식이다. 둘의 시선은 다른 곳에 닿았고 대화는 방향을 잃었다. 기차는 한쪽으로만 달렸다. 화선지처럼 스며들기 바랐던 마음은 열심히 부딪치는 둘의 잔처럼 서로를 밀어냈다. 아니 튕겨져 나갔다. 뤽베송 감독의 ‘그랑불루’처럼 상대의 심연에 깊숙이 들어가는 바다낚시, 그 깊은 외로움까지 낚싯줄이 닿지 못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겉물에 살짝살짝 던지는 플라이 낚시, 그런 가벼움만 날아다녔다. 묵직이 다가오는 그 영화의 감정과는 다르게 말이다.

‘혼자 있을 때 외로운 사람은 둘이 모이면 더욱 외롭다.’ 작가 이바라기 노리코의 말이다. 바꾸어 말하면 혼자 있을 때 외롭지 않은 사람이라야 둘이 있어도 외롭지 않다는 말일 수도 있다. 쉽지 않은 얘기다. 혼자 있어도 스스로를 달래며 생기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느 시인 말대로 우리는 서로 섬이다. 홀로 떠있는 섬이다. 그러나 모든 섬의 발은 다른 섬과 연결되어 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침에 홀로 숲을 거닐어 보라. 어제 저 숲이 하루종일 태양을 돌려 만든 산소가 내 가슴의 창을 열어준다. 서로의 사랑을 부르며 조잘대는 새소리는 내 첫사랑의 기억을 끌어온다. 바다에서 구름으로 올랐다가 물이 고픈 나무에 떨어져 준 시냇물은 내 시상으로 흐른다. 저 모든 것의 발길이 서로 얽혀 있음인데 과연 나 혼자라서 외로울까. 너는 나의 자극이 되고, 서로의 등이 스치고 있는 것을.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는 시인의 말은 그 만남의 따스함을 알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친구의 시선이 흔들린다. 같이 있으나 고독한 자리. 탁자를 한번 쓸어본다. 어느 깊은 숲 속의 톱날소리가 묻어 올라온다. 푸드덕 놀라는 새소리. 술 한잔을 따른다. 누룩 터지는 냄새, 벼 패는 누런 소리.

친구의 얼굴을 본다. 몇십 년 간 켜켜이 던져진 내 얘기들이 쌓여있다. 들은 듯 아닌 듯 내 얘기를 담은 저 소라귀. 그동안 내가 쏘았던 시선을 굳혀 국수로 만들면 몇 그릇이나 나올까. 그와 같았던 단어, 달랐던 문장, 그것을 녹여 국물로 만들면 몇 쟁반이 나올까. 너와 나는 섬같이 앉아있었어도 마음의 발은 닿아있었던 것. 앉은자리는 고독했지만 남은 자국은 외롭지 않았다.

술집을 나선다. 가로등이 두 섬의 그림자를 하나로 만든다.

이제 둘은


그렇게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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