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일
2024년 7월 25일
지희야, 그제 네 편지를 읽자마자 <일의 천재들>이라는 책이 너무 흥미롭고 궁금해서 바로 사서 순식간에 읽었어. 이 책을 소개해 줘서 고마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푹 빠져서 단숨에 읽었어. 그동안 무의식 속에서 내가 풀지 못해 답답해하던 문제의 답을 알게 된 기분이야.
지희의 파트장님은 분명 배울 점이 많은 분 같아. 리더의 위치에서 팀원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배움을 멈추지 않고, 좋은 정보와 지식을 나눠주기 위해 노력하니까. 그런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지희와 지희의 동료들이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된다. 나도 그런 조직을 빨리 만들고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럽기도 하네.
나도 지희가 ‘사고’와 ‘지원’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데 동의해. 자신의 업무 천재성을 인지하는 게 얼마나 삶을 편안하게 하는지 책을 읽으며 많이 생각했어. 지희가 자신의 능력을 어떤 방향으로 활용하고 싶은지 발견해가고 있는 것 같아 좋다. 나의 업무 천재성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할 기회를 줘서 고마워.
나는 본래 ‘창의성’과 ‘끈기’ 천재성을 갖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적극적으로 리더십 공부를 하고 팀 빌딩 역량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판별’과 ‘독려’ 능력이 활성화된 거지.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서 내가 지희처럼 ‘사고’와 ‘지원’ 천재성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일할 때 즐거웠던 게 아닐까 싶네.
최근 나는 새로운 일의 영역과 형태를 구상 중이야. 이 시기가 나의 ‘사고’, ‘지원’ 능력을 키우기 위한 시간이란 것을 인지했어. 주위를 관찰하며 페인포인트와 니즈를 찾고, 유의미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는 훈련을 하고 있어. 가설을 세우면 바로 실행해 보며 일이 되게 하는 방법을 구상해보기도 해.
일하는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자신의 ‘천재성’이 아닌 분야의 능력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시험받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해. 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 내가 지금 그 위에 있는 것 같아. ‘좌절’ 영역의 업무 능력을 키우는 시기라 고되긴 하지만, 분명히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
물론 자신의 업무 천재성만 발휘해도 되는 환경에서 평생 일할 수 있다면 즐거울 거야. 하지만 반드시 나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걸 넘기 위해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순간은 오더라. 내가 가진 능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능력들을 키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거지. (브랜딩 에이전시를 창업하고 운영할 때는 오로지 나의 ‘천재성’ 영역인 ‘창의성’과 ‘끈기’로 일했고, 합병하고 공유 오피스 브랜드를 만들고 조직을 운영할 때는 리더십 역량을 갈고닦으며 다른 영역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결국 우리의 일은 잘하는 영역과 못하는 영역이 아니라, 타고난 영역과 능력을 키워야 하는 영역으로 나뉘는 건 아닐까? 어떤 능력은 퇴행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균형 있게 성장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해.
다행히도 나는 배움과 경험으로 내 좌절 영역까지 균형 있게 성장시키는 일을 평생 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 물론, 타고난 업무 천재성을 최대로 발휘하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