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있던 한국 민주주의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최장집 저서의 포인트와 개인차원에서 상정해 볼 법한 개념을 담았다. 우선, 담론으로서의 민중을 설명하는데, 그것은 어떤 가치관이나 이데올로기적 비전을 통해 한국사를 이해하는 특정의 역사관, 한국 사회의 구조와 문제를 해석하는 사회 구성에 대한 특정의 이해, 그리고 이러한 틀에 바탕해 특정의 민주주의관을 공유하는 추상화된 사회집단, 내지 그러한 의미 지평과 가치관,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종의 운명적 의미 공동체를 지칭한다라고 나와 있다.
즉, “담론으로서의 민중”은 단순히 사람들을 묶는 개념이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 사회적, 이념적 틀 안에서 형성된 가치와 의미의 공동체를 가리킨다.
민중운동과 민중운동 담론의 중심에는 ‘총체성‘의 비전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유신체제와 군부권위주의 세력으로 국가폭력이 가장 적나라하게 표출되던 80년 광주항쟁의 정치적 경험과 이후 반독재투쟁이라는 배경을 반영한 것이다.
무엇이 이런 폭력과 이를 강제한 군부권위주의를 가능케 했는가? 민주운동 담론의 비전은 해방 이후 분담과 냉전반공주의 그리고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개입과 이후 미국의 역할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비전은 현상적으로 존재하는 악의 구조뿐만이 아니라, 그 기반이 되는 근원적 힘에 반대하는 총체적 부정의 관점을 배태하고 있다. 또한 분담과 전쟁, 냉전반공주의와 국가기구를 둘러싼 기득집단을 부정함으로써 기존의 국가, 사회질서와 양립하기 어려운 총체적 안티테제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제국주의적 권력과 국내의 독재 권력으로부터 해방된 자주적이고 민주화된 사회, 노동자, 농민과 같은 민중들이, 자본주의적 착취와 노동화가, 그 평등으로부터 해방된 경제적으로 평등한 사회, 그리고 미국의 헤게모니가 관철된 냉전으로 인해 분단된 민족이 다시 결합해, 민족의 대동단결이 실현되는 통일된 민족국가를 총체적 대안으로 상정한다.
1. 군부권위주의와 폭력의 원인
군부권위주의와 그 폭력을 가능하게 한 주요 원인은 한국 사회의 역사적·구조적 배경에 있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의 분단, 냉전 시대의 반공주의, 그리고 미국의 개입과 역할이 이러한 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2. 민주운동 담론의 비전
민주운동은 단순히 표면적으로 드러난 악(군부 독재 등)을 반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본적인 힘(제국주의, 반공주의 등)까지 반대하는 총체적 부정의 관점을 가진다.
3. 총체적 안티테제
민주운동 담론은 기존의 국가나 사회 질서와 양립하기 어려운, 새로운 방향의 대안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기득권 세력(독재 권력, 제국주의적 개입 등)을 부정하며, 완전히 새로운 사회적 비전을 지향한다.
4. 새로운 사회의 목표
민주운동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정치적 해방인 제국주의적 권력(미국의 영향)과 국내 독재 권력으로부터 벗어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사회, 경제적 해방으론 자본주의적 착취와 불평등에서 벗어난, 평등한 경제 체제, 마지막으로 민족적 해방으로 보는 냉전과 분단의 결과로 갈라진 민족을 다시 결합시켜, 통일된 민족국가를 실현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 담론은 단순히 군부 권위주의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분단과 냉전, 자본주의적 착취, 미국의 영향 등 한국 사회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고, 완전히 새로운 민주적이고 평등하며 통일된 국가를 만들겠다는 포괄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한편 책에서 말하듯이, 민주화 운동 담론의 이념과 비전(antithesis)은 기존 체제(독재, 반공주의 등)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대안적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실천적 기반이 부족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1. 이념적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
민주화 운동의 비전은 완벽하고 이상적인 새로운 사회(자주적, 평등한 민주사회)를 목표로 했지만, 이 비전이 현실에 적용될 구체적인 방법론이나 전략이 부족했고,
예를 들어, 분단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과업이 필요했는데, 단순히 민족적 대동단결이라는 추상적 비전만으로는 설득력을 갖기 어려웠다. 이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데, 이상적 구호(예: 경제적 평등, 정의사회)를 내걸지만, 실제로 정책 실행이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2. 정치적 순진함
담론이 지나치게 도덕적이거나 이상적이어서, 실제로는 권력 구조를 뒤흔들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민주화 이후에도 기득권 세력(경제 엘리트, 관료 등)은 체제 안에서 여전히 권력을 유지했다. 이는 민주화 운동이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보다는 표면적인 정치적 변화(선거, 정부 교체)로 그쳤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오늘날에도 시민운동이나 정치운동이 현실의 이해관계나 복잡한 구조를 간과하면, 이상론에 그칠 위험이 있을 수 있다.
3. 체제와의 대립에서의 한계
기존의 권위주의 체제는 반공주의와 경제 성장을 앞세워 강력한 기반을 다졌고, 이를 무너뜨리기 위한 실질적 전략(경제 구조 개혁, 국제 관계 변화 등)이 부족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경제 성장 중심의 논리가 강하고, 국제적 의존(미국과의 관계 등)이 체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인데, 이는 과거 담론이 이런 구조를 넘어설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4. 민중의 변화된 요구와의 괴리
민주화 이후, 사회의 관심사는 정치적 자유에서 경제적 안정, 개인적 삶의 질로 이동했다. 하지만 민주운동 담론은 여전히 거시적이고 집단적인 담론(민족, 해방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오늘날도 사회운동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집단적 가치에만 의존할 경우, 개개인의 현실적 요구와 연결되지 못해 힘을 잃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실적 대안에 비관적인 이유는, 민주화 담론이 체제 비판에 머물렀을 뿐, 변화된 현실(민중의 관심, 권력 구조의 복잡성)에 적응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이상론과 현실 간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사례들과 연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