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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박국 May 31. 2019

우주멍게 <Room:Night> 음반 소개

앨범 라이너 노트

망설임, 혼돈, 바람 그리고…

다양한 감정과 색깔을 섬세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표현하는 우주멍게의 방, 밤 이야기


 우주멍게 Universe Mongae - This Night (Demo Mix)


‘This Night’는 트레몰로가 걸린 벨과 어택이 밀린 패드 신시사이저 사운드로 시작한다. 앨범의 첫 곡을 시작하기에 이보다 좋은 조합도 드물 것이다. 포 온더 플로어의 킥 사이로 번지는 스네어, 코러스가 들리기 전 피치가 높아지는 퍼커션은 곡의 긴장감을 더 한다. 하이햇은 코러스가 나오는 순간만 조심스럽게 등장했다가 사라지고 두 번째 벌스가 되어서야 클랩 소리가 비트의 ‘쿵짝’을 완성한다. 곡이 정말 흥미로워지는 건 중반부터다. “In This Night”라는 두 번째 코러스와 피치다운된 내레이션이 들린 후 등장하는 브릿지에선 새로운 멜로디 사이로 코러스 멜로디와 신스 라인이 변주돼 뒤섞여 있다. 전에 등장했던 내레이션은 새 벌스와 함께 한다. 전반부만 해도 망설이고 조심스러웠던 전개는 과감, 또는 혼란스러워졌다 후반부에 이르러  정돈된다. 전형적으로 시작해, 다양한 변주가 시도되는 사운드와 전개는 그것만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망설임과 혼돈, 바람으로 가득 찬 우주멍게 방의 밤 이야기를.


우주멍게의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정말 예쁜 것을 잘 모아 놓은 음악이라고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들었을 때는 똑 부러진다고 생각했다. 이를 ‘스타일리시’ 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음악부터 아트 워크, 패션까지 모든 부분이 ‘우주멍게’라는 이름으로 똑 부러지게 표현되고 있었다. 앨범 소개 글을 쓰기 전 결정을 내리기 위해 받은 음원을 듣고 나서는 감탄사를 뱉었다. 음반에서 내가 ’좋아하는 예쁜 부분’을 세다 어느새 손가락이 모자라게 됐다. 감탄한 건 이 때문이 아니라 그 부분이 꽤 섬세하게 조합돼 ‘우주멍게’의 작은 우주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Room:Day>에 이어 발매되는 <Room:Night> EP는 이름처럼 밤의 시간을 전한다. 다소 혼란스럽게 시작된 밤의 이야기는 어떻게 마무리 될까. 디스토션 걸린 베이스로 시작되는 두 번째 ‘Feels’는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군더더기 없이 직선적으로 전개되는 댄스 곡 ‘Feels’는 제목처럼 당신이 누구든 곡의 에너지와 메시지를 직접 느끼길 요구한다. 곡으로 빨려 드는 듯한 기분이 드는 후반부는 은근히 도발적이다. ’또’는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 그 중에서도 소리가 많은 곡이다. 건반으로 꾹꾹 누른 것 같은 몽글몽글한 베이스 소리, 우측에서 아무렇지 않게 툭 튀어나오는 하이햇 소리. “아니 혼자이고 싶어, 아니 마주치고 싶어” 코러스가 시작할 때의 무심한 신스 소리, “모르겠어”라고 말할 때 좌측에서 들리는 비장한 신스 소리. 우주멍게가 처음으로 “I’m living for love”를 부를 때는 주변음이 잔잔하다. 두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I’m living for love”를 부를 때는 신스, 퍼커션, 하이햇 등 다양한 소리로 채워져 전과 다른 뉘앙스를 전한다. 그건 확신일까, 혼란일까. 


우주멍게 Universe Mongae - loveistheonlyanswer

마지막 곡 ‘Love is the only answer’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확신인 듯하다. 이제 더이상 망설임도 혼돈도 없다는 듯 아르페지터가 걸린 신스 베이스 위로 곡은 전과 달리 비비 꼬지 않고 사랑이라는 유일한 답을 향해 간다. 그렇게 앨범은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지난 EP <Room:Day>의 마지막 곡이 ‘Fake love’였다는 걸 생각하면, 그럴 듯한 대비다. 재미있는 건 앨범의 발매 순서와 반대로 두 EP를 합친 앨범 <Room> CD의 수록곡 순서는 <Room:Night>이 먼저고 <Room:Day>가 후반부라는 점이다. <Room:Night>은 <Room:Day>와 동전의 양면처럼 대비되는 사운드와 한편으로는 전 EP의 프리퀄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정도면 감탄사를 뱉을 만하지 않은가? 


가능하면 <Room:Night>을 들은 후 <Room:Day>를 다시 듣길 바란다. 사실 (음악가가 권하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제 선택권은 여러분에게 주어졌으니) 어떻게 들어도 상관없다. 해피엔딩이 좋다면 순서를 바꿔 들어도 좋다. 우주멍게의 방은 사랑에 관한 다양한 감정, 색깔, 향기 그리고 풍부한 이야기로 차 있고 그걸 모두 듣기 위해선 며칠 밤낮도 모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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