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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량 Apr 04. 2022

마음의 온기가 필요한 겨울의 플레이리스트

MUSIC :: 1분기 플레이리스트

2년 만에 오프라인 콘서트에서 관객의 기분을 만끽하고, 8년 차 보이그룹에 입덕해 삶의 활력을 되찾고,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싶은 노래를 만난 1분기 플레이리스트를 결산한다. 지난 계절의 감상과 동요를 담아.




1월
에이티즈 - 야간비행 (Turbulance)


세상은 내게 포기만을 택하라는 듯
끝없는 어둠만

이 끝에 우린 어디로 어떤 모습으로
무엇이 돼야만 하나
단지 난 겨우 나이기도 벅찬 나인데

...

이 끝에 우린 여기서 지금 모습으로
무엇이 돼야 한다면
나는 내가 되기를 바라
너도 같기를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공연, 특히 K-POP 오프라인 공연이 엄격하게 제한된 지난 2년여 동안 대부분의 공연은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다. '3개월 뒤에는.. 6개월 뒤에는..' 연약한 희망에 기대어 버틴 공연 산업은 2022년이 되어서야 조금씩 기력을 차리고 있다. 2021년 말 <TWICE 4TH WORLD TOUR [Ⅲ]> 서울 공연의 관객 수용부터 시작해 대규모 K-POP 콘서트 개최가 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2년 만에 K-POP 콘서트에 관객으로 참석했는데, 바로 2022년 1월 7일~9일 올림픽홀에서 열린 <ATEEZ 2022 WORLD TOUR [THE FELLOWSHIP]>이다.


<야간비행>은 앵콜 곡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 곡이었는데, 콘서트 전 발매한 최신 앨범 <ZERO: FEVER EPILOGUE>의 타이틀 곡이기도 하다. 새벽 공항에서 서늘한 고요를 견디며 활주로를 바라보는 심상을 노래하는 듯한 가사는 여행의 설렘보다 비행의 고단함이 묻어 난다. 추락의 두려움을 감수해야 하는 비행일지라도, 사람들 눈에는 그저 별처럼 보이는 아름다움이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서글픈 위로의 서사다. 동시에 정사각형의 돌출 무대에 동그랗게 마주 선 멤버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다정한 위로의 메시지다.


그 노래의 메시지가 나에게도 마음 깊이 전해져서인지 1월의 슬프고 지친 마음은 이 노래가 다 어루만져 주었다. 매 순간 처음 살아내는 삶이라지만 두 번째 겪는 일은 덜 아프다던데, 그래도 아프다는 사실만은 그대로여서 슬픔으로 방황할 때 이 노래가 있어 무척 다행이었다. 제목만큼 꼭 밤 풍경을 바라보며 들으면 더욱 좋은 노래. 새벽 3시쯤 대교를 건너며 망망대해 같은 한강을 지날 때는 마치 노래가 곁에 앉아 있는 것만 같았다.




2월
세븐틴 - 같은 꿈, 같은 맘, 같은 밤



끝이 없는 저 하늘 위로
별들이 쏟아지는 이 밤
내 옆에 잠든 널 바라보면서

나와 같은 꿈을 꾸고 같은 맘으로
같은 밤을 함께 마주 보는 그대여

...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너의 곁에 나 있어 걱정 말아요


세븐틴의 팬이 되었다. 팬클럽인 '캐럿' 멤버십에도 가입했다. 1월 말의 일이다. 2019년 8월에 공연 공부를 이유로 단독 콘서트 <SEVENTEEN WORLD TOUR [ODE TO YOU] IN SEOUL>에 간 적도 있고, 2021년 10월 미니 9집 <Attacca> 발매 때는 업무를 이유로 현장에서 몇 시간 동안 함께하기도 했다. 근데, 갑자기, 난데없이, 별안간, 2022년 1월에 입덕을 했다. 2015년에 데뷔해 올해로 활동 8년 차인 그룹에게.


더욱 당황스러운 점은 신보가 나오면 앨범 단위로 들으며 취향에 맞는 곡에 하트를 눌러 놓는 내가, 첫 청취에 좋다고 생각하면 플레이리스트를 다시 들을 때마다 몇 번이고 꼭 그 곡에서 제목을 확인하며 "나 취향 소나무네" 자각하는 내가, 2021년 6월 발매된 미니 8집 <Your Choice> 앨범의 <같은 꿈, 같은 맘, 같은 밤>을 이미 개인 SNS에 추천하기까지 했는데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로 입덕 후에 또 빠졌다는 점이다.


자체 제작으로 인정받는 세븐틴은 작사, 작곡뿐만 아니라 안무, 프로듀싱까지 그룹 내에서 해결하기에 비하인드 영상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노래나 무대의 제작 배경과 과정을 섬세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노래는 멤버 '정한'의 고충이 녹아 있는데, 녹음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눈물까지 보였을 때 프로듀서인 멤버 '우지'의 위로가 고마웠다고 한다. 알고 들으니 달리 들리기도 하고, 눈물을 쏟을 만큼 진심인 일을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는 부러움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또 한 계절을 보내주는 2월은 이 노래로 덩달아 따뜻했다.



3월
(여자)아이들 - ESCAPE


그늘진 시간 매일 외로운 밤
늘 혼자 견디지 말고 Just take my hand

우는 것보다 웃음소리가 더 어울리는데
Baby, I'll take you there

어디든 널 데려갈게
I'm coming with you
아무 생각 없이 달려가
I'll run with you, run with you, you
I'll be right by your side


작년 이맘때 (여자)아이들의 새로운 미니 앨범 발매를 알린 적이 있다. 그로부터 1년, 그룹에게는 시점을 나누는 경계가 생겼다. 시련을 겪은 탓이다. 2022년 3월 발매한 첫 정규 앨범 <I NEVER DIE>의 의미는 그래서 남다르다. (여자)아이들의 메시지를 분명히 주창하고 정립해야 하는 시기. 또렷한 기운의 앨범명에서도, 나를 규정짓는 편견에 맞선다는 내용의 타이틀 곡 <TOMBOY>에서도 그 결의가 느껴진다.


앨범 소개글에는 곡마다 딱 한 줄씩의 소개가 붙어 있다. 나는 산문형 인간이라 운문형 인간에게 형언하기 어려운 동경심을 갖고 있다. 노래 가사는 이미 한 편의 시인데, 그 시를 쓴 사람이 딱 한 줄로 뽑아낸 감정의 응축은 읽어 내리는 순간 코끝부터 매워진다. 앨범에서 가장 귓가에 오래 남은 노래, <ESCAPE>의 소갯말은 이렇다. '혼자 견디지 않아도 돼. 지치거나 주저앉고 싶을 땐 내 손을 잡아, 어디든 데려가 줄게.'


대학에서 전공으로 영화 기획을 하면서 나는 나의 결핍과 욕망을 마주했다. 모든 이야기가 해소되지 못한 분노와 도달할 수 없는 사랑으로 귀결됐다. '창작자는 결국 평생토록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의 이야기처럼 하다 가는 거구나' 생각했다. 그러니 노래 역시 곡자로부터 영 먼 곳에서 나올 수 없다. 가장 듣고 싶은 말이면서 가장 해주고 싶은 이야기일 이 노래의 소개가 새삼스레 사무치는 이유다. 당신도 혼자 견디지 마시길. 저는 덕분에 의지할 마음이 하나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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