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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량 Apr 18. 2022

왜 내 음반은 늦게 올까?

INSIDE :: 케이팝 하는 당신에게, 요즘 음반 유통 이야기

현재 케이팝 덕질 중이신가요? 요즘의 음반 판매점을 음반사라 부르시나요? 덕질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은 예약 판매 기간에 구매하시나요? 포토카드에 진심이신가요? 그렇다면 이 글을 읽어주세요. 케이팝 하는 당신에게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요즘의 음반 유통을 알고 똑똑하게 덕질하세요!




내 가수 활동은 끝났지만
내 음반은 아직도 [배송 준비 중]


앨범내놔 @eonjeonyago
음반사들이 나를 잊은 건 아닌가 의심스러움
활동 끝났는데 포카 교환도 못함
당연함. 앨범이 안옴
오후 9:12 · 2022년 x월 x일 · Twitter for iPhone
대리오프깡DM @goforoffggang
상여자특) 예판 nn장 주문했지만
어차피 배송 천년 걸리니까 첫날 오프깡 감
오전 7:32 · 2022년 x월 x일 · Twitter for Android


케이팝 덕질 커뮤니티 중 가장 접근이 간편한 트위터에 '음반사'를 검색하면 음반 배송을 기다리는 팬들의 넋두리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새벽 배송, 당일 배송, 예약 배송 등 온갖 종류의 배송 혁신으로 나라가 떠들썩한 시대에 배송에 일주일은 기본으로 걸리는 산업이 있다. 음반 산업이다. 그래도 사회적인 논란거리 조차 되지 않는 산업 또한 음반 산업이다. 내 돈 수십만 원, 아니 수백만 원이 묶인 채 환불도 배송도 받지 못한 채로 무기한 대기. 정확하지 않더라도 대략의 배송 일정이라도 알게 되면 감지덕지다.


한편 음반 판매점의 질의응답 게시판 뒤에는 배송 일정을 묻는 nnnn번째 질문에 똑같은 답을 nnnn번째 붙여넣는 직원이 있다. 공지를 통해 배송 일정을 알렸지만 무의미하다. 사람들은 공지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공지를 보고도 같은 질문을 다시 한다. 팬덤과 소통하는 최전선에서 일하는 것은 즐거움과 고통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견뎌내야 한다. 이미 여기저기서 받은 호구 취급에 열이 오를 대로 오른 팬들의 언행은 거칠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하지만 간단치 않다. 이게 음반 유통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내 음반은 어디쯤 왔을까?

알아도 쉽지 않은 음반 유통 구조


드림어스, 지니뮤직,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와이지플러스. 케이팝 음악 크레딧에서 필수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이름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들의 정체가 바로 유통사다. 뮤직 비즈니스에서의 유통사는 일반적인 유통의 역할이 그러하듯 제조된 상품, 즉 음악(음원/음반)이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가닿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유통사의 주요한 역할 중에는 투자도 있지만 지금은 당장 소비자가 앨범 배송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문제에 집중하기로 한다.) 유통사는 제작사로부터 받은 음반을 전 세계로 유통하기 위한 다양한 경로를 관리하는데 갈래는 국/내외, 온/오프라인, 도/소매점 등 다양하게 나뉜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음반은 보통 제작사-유통사-도매점-소매점(판매점)의 단계를 거치는데 대부분의 배송 지연 문제는 두 가지 이유로 발생한다. 1)유통사에서의 출고 지연, 2)소매점(판매점)에서의 출고 지연.


유통사는 보통 물류를 담당하는 내부 부서 또는 외부 파트너와 함께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구 서울음반)는 과거 음반 유통 경험을 살려 내부에서 물류를 처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드림어스는 외부 파트너(M2M코리아)와 긴밀한 협력 관계로 움직이고 있다. 유통사에서 도매점으로 음반을 출고할 때는 공급 물량의 한계, 도매점별 출고 우선순위 등의 이유로 지연이 발생한다. 만약 유통사에서 도매점으로 빠르게 출고가 이뤄졌다 해도 중간 단위의 도매점을 몇 번 더 거쳐 음반을 입고 받는 소매점도 있다. 반면 도매와 소매를 겸하는 업체도 있는데 이들은 경우에 따라 비교적 빠르게 입고 받아 빠르게 출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판매점의 규모만으로 배송 속도를 가늠할 수는 없다. 음반 발매 후 판매점 입고까지 빠르게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판매점 자체의 물류 운용 능력 부족으로 배송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핫트랙스, 예스24, 알라딘 같은 대형 판매점의 경우 도서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에 작은 규모의 온라인 판매점이나 로드샵과 물류 속도를 비교하면 월등히 낫다. 배송 예정일을 안내하고 배송 현황을 안내하는 것 역시 그렇다. 반면 작은 규모의 판매점은 이미 위와 같은 이유로 입고 자체가 늦어진 상황에서 물류비 절감을 위해 인력, 자재 등을 한정적으로 운용하다 보니 더욱 출고가 늦어지기도 한다.




이번에도 살 수밖에!

결국 팬들은 알고도 당한다


이제 팬들은 선택할 수 있다. 빠른 배송을 기대할지, 배송 지연을 감수할지. 누가 배송 지연을 감수하겠냐고? 그렇게 묻는다면 케이팝 덕질을 잘 모르거나, 판매처별 특전에 개의치 않는 사람이다. 요즘의 음반 판매 전략은 단연 '포토카드(포카)'이기 때문이다. 어느 판매점에서 가장 예쁜 포토카드를 받았는지에 따라 팬들의 희비가 갈린다. 일반적으로 구매가 집중되는 신보 예약판매 기간에는 포토카드 이미지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팬들은 다양한 판매처에서 음반을 중복으로 구매한다. 애석하게도 배송 지연이 발생하는 판매점에서 예쁜 포토카드를 받을 확률을 무시할 수 없기에 팬들은 오늘도 배송이 늦을 것을 알고도 그곳에서 음반을 산다.


똑똑한 덕질을 한다는 건 단순히 아는 것만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음반 유통 구조처럼 개인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 기다리는 것과 모르고 기다리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적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배송 지연을 당하는 게 아니라, 예쁜 '미공포(미공개 포토카드)'를 받을 확률을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이제 우리는 확실하게 안다. "입고 사정에 따라 배송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이 딱딱한 문구가 음반 유통의 속사정을 구구절절 말할 수 없는 판매점 차원에서의 최선의 안내라는 사실을.




참고 자료

김진우·유지연·이아름·이창호·허영아, 『뮤직비즈니스바이블』(2016), p. 118~121

벅스, 뮤직포스트 <레이블을 알면 음악이 보인다! 국내 편- 11. 서울음반 (현 로엔엔터테인먼트)> (2016)
https://music.bugs.co.kr/musicpost/6RQM4GJUMBU2CGZ0FE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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