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의 생일을 검색해보다 '죽음'과 '탄생'을 만나다.
10월 10일. 데칼코마니 같으면서 컴퓨터 언어가 떠오르는 이 날은 무슨 날일까. 나의 반려견 '완치'의 생일을 맞아 10월 10일의 의미에 대해 검색해보았다.(심지어 년도와 월일이 세트 같다!)
2020년도 10월 10일에는 2개의 법정 기념일이 공존하고 있다. 첫 번째는 <호스피스의 날>. 매년 10월 둘째 주 토요일로 정해진 '세계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날'은 2016년도 8월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올해로 국내에서 네 번째로 맞이하는 법정 기념일이다. 그리고 <임산부의 날>이기도 하다. 2005년 개정된 「모자보건법」에 의해 10월 10일을 ‘임산부의 날’로 지정하였다.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10월과 임신기간 10개월을 의미하는 10일의 의미를 더하였다. 2020년 10월 10일은 날짜의 닮은 모양처럼 탄생과 죽음에 대한 기념일이 함께하고 있다.
설암 4기 암 환자인 나, 그리고 나의 강아지 '완치'의 생일이 호스피스의 날이라는 것이 오묘했다. 내 기수가 기수이니만큼 나도 호스피스에 대해서 알아본 적이 있다. 그동안 '호스피스'는 '죽음'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암'처럼 말이다. 호스피스를 생각하면 몸이 연쇄해진 사람들이 모여 하늘의 뜻에 따라 떠날 차례를 기다리는 호스피스 병동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렇게 알아본 호스피스는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넓은 범위였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의 신체적 증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환자와 가족의 심리 사회적, 영적 어려움을 돕기 위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이루어진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가가 팀을 이루어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경감시켜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의료 서비스입니다. -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
암 치료를 겪어보니 호스피스에 대해서 다른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호스피스는 쉽게 말해 말기 암과 같은 중증병에 대해 본 치료를 제외 넓은 범위의 의료 서비스이다. 암 치료를 오랜 시간 거치면서 우울증, 공황 장애, 불안 장애, 섬망 증세에 시달리기도 했었다. 의사소통에 대해서 도움이 필요했고 장기간의 재활 치료가 필요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보니 완화의료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죽음의 의식을 가지고 맞이할 수 있도록, 환자와 환자의 가족이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지친 육체와 상심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가족들을 위해서 말이다.
나는 6개월에 한 번 유서를 쓰고 있는데, 유서를 쓰는 것은 삶을 충실하고 감사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주어 매우 도움이 된다. 오늘 하루는 내 글을 만난 독자들이 유서를 써보거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의 죽음은 어떤 모습으로 맞이하고 싶은지, 장례식은 어떻게 치르고 싶은지, 연명 의료를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말이다.
더하여 임산부의 날이니 만큼 '임산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좋겠다. 혹시 임산부의 날에 태아를 먼저 떠올렸을 수도 있다. 나는 이 글을 쓰며 10월 10일의 호스피스의 날과 연계시켜 생각하다 보니 곧 탄생을 할 태아에 대해서 먼저 생각했다. 그러나 임산부의 날이 '임산부'를 위한 날이었음에 스스로 부끄러웠다.
최근 '14주 낙태 허용' 입법 예고에 대하여 임산부의 권리와 태아의 권리에 대해여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태아의 인권과 권리가 좀 더 강한 것 같고, 그다음은 임산부, 그다음은 태아의 친부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화제다. 오늘 하루는 임산부에 대해 더 나은 삶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스물아홉의 나는 주변에 임산부 친구들이 몇 있다. 지하철과 버스에는 임산부를 위한 배려석이 있지만, 그것에 대해서도 많은 시행착오와 시민의식 향상의 과정에 있는 듯하다. 한 친구는 "임산부가 되면 마트도 못 가고 혼자 못 돌아다녀."라는 말에, 그만큼 힘든 것인가 생각했다. 마트에 가면 입덧이 심해지나. 아니면 체력적으로 힘든 건가. 여러 유추를 세워보았다. 원인은 혼자 가면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지 못해서였다.
아뿔싸.
임산부의 세계는 알면 알 수록 신기하다. 내가 당연하게 내렸던 차 사이의 공간들이 임산부에게는 너무나 좁은 공간이었다. 그래서 임산부 친구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든 행위에는 주차를 해줄 수 있는 사람과 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목일에는 '나무'에 대해서 한 번 찾아보고, 지난 한글날에는 '한글'의 소중함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는데, 오늘은 '임산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아야겠다.
'완치'의 생일을 검색해보다 '호스피스'와 '임산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역시 반려견은 언제나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무조건 완치는 언제나 참 잘했어요~) 브런치로 이 글을 나눔으로써 작가님과 독자님들과도 '호스피스'와 '임산부'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충실한 하루는 좋은 삶은 준다. 그러나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했을 때 나의 삶이 더 풍족해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같다. 오늘 하루 끝에 나의 삶 하나와 나와 다른 삶 하나를 생각하는 밤을 보내길 바란다.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에서 제공하는 아래의 내용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공유한다.
Q.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임종할 때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다?
아닙니다.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적극적으로 통증 등 증상 치료와 환자와 가족의 정서적, 사회적, 영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Q.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는 암환자만 받을 수 있나요?
아닙니다. 2017년 8월부터 암 외에도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후천성 면역결핍증, 간경화 환자분들 중 호스피스·완화의료가 필요한 경우 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단, 호스피스 전문기관에 입원은 암 환자만 가능하며 다른 질환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는 가정형, 자문형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해 드립니다.
Q. 호스피스 서비스는 비싸다?
아닙니다. 다른 의료 서비스와 같이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특히, 암환자는 본인 부담금 5 %만 적용됩니다. 다만, 다른 의료 서비스와 같이 상급 병실료 등 비급여 항목 부분은 병원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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