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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잠깐만

[당신과 나에게, 씀]잠깐만, 불러세우고 싶었다

by havefaith
잠깐만.jpg

잠깐만,

불러세우고 싶었다


이제서야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주앉아

한번쯤은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을

빙그레 웃으며 털어놓았다


기분나쁜 이야기는 아니면 좋겠다고

담아두거나 한 귀로 흘리거나 하는 건

오로지 그대의 마음에 달렸다고

그리고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 건

내 몫이라고


잠깐 힘들어 기대고 싶어진 건 아닌지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서 그런 건 아닌지

그대가 나에게 해준 것들이

혹시 잠깐의 착각은 아닐지

흙먼지가 가라앉고 파도가 잔잔해지길

가만히 기다려 보았다


뜻밖에 꿈 속에서

그대를 만나면 반가울 때

무서운 꿈에 눈을 뜨면

쿵쾅거리는 심장소리에 맞춰

문득 당신이 떠오를 때

그냥 갑자기 당신은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질 때

목소리가 듣고 싶어질 때


왜 그랬을까

나도 궁금해서 생각해봤는데

좋아하는 것 같아, 아니 좋아해서 그래


그런데 잠깐의 답답함으로

털어놓은 얘기가 그대에게

부담스러운 미안함을 선사할까봐

당신에게 왈칵 마음을

섣불리 쏟아버리지 않도록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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