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에게, 씀]모두가 바보같다 하고 시대착오적이라 해도
쓸모없는 기다림이란 건 없다
모두가 바보같다 하고
시대착오적이라고 해도
기다림이 필요없는 것
쉽게 잊혀지고야 마는 것
열 달 세상에 나올 당신을 기다리며 준비한 베냇저고리
곧 벌어질 꽃송이를 기다리며 지켜보던 꽃봉오리
춥고 어두운 아침 떠오르는 해와 붉게 저물어 가는 노을
긴긴 밤이 지나 수십수백년이 지나야 만나는 별똥별
저 꼭대기를 다다르기 위해 오르고 올랐던 흙더미와 돌
당신의 편지를 기다리며 우편함을 보는 순간
뜻밖에 걸려온 당신의 전화를 받는 순간
늘 이루어지기 바랬던 것이 현실이 되는 그 순간
그리고 결국 이루어지지 않은 것과 마주하는 순간
차마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만큼
꾹 벅차오르며 피어오르는 미소와 감사함
할만큼 했다며 담백하게 넘길 수 있는 슬픔과 섭섭함
이 모든 것
기다림 없이는 없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