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8. 조명

[당신과 나에게, 씀]남이 커주지 않아도

by havefaith

은은한 조명에서 평온함을 즐기다가

갑자기 이 모든게 싫어지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렇지 않았는데


욕심이 많은 줄 알았다

물론 많기야 하다

부러움에 사로잡힌 걸 숨길 때도 있다


하지만 조명은

남이 커주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익숙하다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해내는 것

익숙하지 않은 건

좋아하지 않는 것을 묵묵히 해내는 것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

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만 해도 갑자기 기운이 나는 걸

해보자

실패해도 아직 돌아갈 길도 남은 마당에

더 이상 잘못될 게 뭐가 있겠나

실패하더라도 아쉽더라도

미련은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참 오래된 첫사랑이었다

참 굴곡있는 짝사랑이었다

그만 할 때도 되었다

이뤄지지 않거나 환상을 벗어나거나


조명이 사람에 깃들고

환상에 깃들지 않게 될 것이다

keyword
havefaith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구독자 997
매거진의 이전글27. 집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