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가을꽃나무

갈대처럼 흔들리던 스무 살 무렵,

우연히 본 글을 통해 처음으로 심리검사를 받게 되었다.


검사 결과는 한 권의 책으로 도착했고, 그 제목은 「내 마음의 보고서」였다.
지금은 운영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지만, 그 책은 나라는 사람을 처음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 소중한 계기였다.

책 속에는 나의 성향과 기록이 차분히 담겨 있었다.
질문지에는 그림을 그리는 항목도 있었는데, 나는 산을 좋아하던 습관대로 한 그루 나무를 그렸다.
그리고 결과지를 읽어 내려가던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당신의 내면은 다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네요.
그런데 쓸쓸히,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어요.

당신은 평생 단 한 사람을 기다리는군요. ❞

그 한 줄 앞에서 이유도 모른 채 펑펑 울었던 기억.
퉁퉁 부은 눈으로 다음 날 출근하던 그날의 감정이 아직도 선명하다.

나는 평생 외로움 속에서, 나를 온전히 알아줄 단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세월이 흐르며 그 나무의 의미는 점점 잊혔졌다.
비혼을 꿈꾸던 나는 결국 결혼을 했고, 아이까지 낳게 되었다.



그러나 결혼, 관계, 가족이라는 얽힌 문제 속에서 무너지고, 치료 중에도 힘겹게 버티던 어느 날,
나의 무기력한 얼굴을 향해 아이가 방긋 웃어주었다.
그 웃음을 보는 순간 잊혔던 나무가 다시 살아났다.





❝ 너였구나… 평생을 기다렸던 단 한 사람. ❞


내 모습이 어떠하든, 오로지 나만을 바라봐주는 아이.

내가 꼭 소중한 존재가 된 느낌을 알게 해주는 아이.

그 아이 덕분에 나는 마침내 꽃을 피울 수 있는 나무가 되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기다린 단 한 사람은 바로 내 아이였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가을에 태어난 다정한 아이 덕분에 비로소 가을꽃나무가 되었다.





아이의 눈 속에서 좋은 엄마, 대단한 엄마가 아니라 따뜻한 엄마이고 싶다.


검은 도화지 같은 가정에서 태어나 검게만 살아오던 내가,

이제는 따뜻한 색을 선택해 걷기로 했다.
그 발자취가 바로 글이다.


느리고 서툰 엄마지만 배우고 깨달아 가며,
무엇보다 아이의 따뜻한 색을 지켜내고 싶다.


이 안의 모든 글은 나와 아이의 여정을 시작하는 첫 발자국이다.
누구를 가르치려는 것도, 비난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아이의 색을 지켜주고 싶은, 나의 다짐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