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게 품다

다르게 살아보려 애쓴 시간들

by 가을꽃나무

그날도 평소처럼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랫배가 꾹꾹 찌르듯 아팠다.

단순한 복통인가 싶어 참고 일하던 중,

붉은 기운이 번졌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미 한 번의 유산을 겪은 몸이었다.


“유산기가 있어요. 절대 안정, 누워계셔야 해요.”

의사의 말 한마디에,

나는 모든 걸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절대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 사정을 설명하고, 사직서를 냈다.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때부터 넉 달 동안,

나는 거의 꼼짝없이 누워 지냈다.

입덧은 날마다 심해졌고,

먹는 일조차 고통이 되었다.


아기 아빠는 왔다 갔다 하며 나를 돌봤고,

주변의 도움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시간이 흐른 뒤,

의사는 “이제 괜찮습니다”라고 말했다.


움직여도 된다는 말을 듣자마자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으러 고향으로 향하기로 했다.

며칠간 고민 끝에,

남편에게 말했다.


“혼자 괜찮겠어요?”

“응, 걱정하지 마.”


그때 나는 그 말을

아무 의심 없이 믿었다.


고향에 도착한 날,

몸을 뉘이고 막 쉬기 시작했을 때

다음 날, 엄마가 코로나에 걸려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엄마는 미안해했지만,

나도 안다. 누가 알았겠는가.

본인도 몰랐던 일을.


그럼에도 나는 속상했다.

어렵게 찾아온 아이였기에,

아이를 걱정하면서 동시에

엄마를 원망하는 내 마음이 너무 미웠다.


병원에 입원했다.

임산부라 약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의사는 괜찮다고 했지만,

나는 차마 먹을 수 없었다.


그저 수액을 맞으며

약은 먹었다고 간호사에게 거짓말했다.


믿지도 않던 신을 찾으며

뱃속의 아이가 무사하길,

그리고 내가 끝까지 버텨내길 바랐다.


며칠이 지나고,

퇴원해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며

나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얘는 진짜 코로나 베이비야. 그래서 튼튼할 거야.”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 아이가 훗날 유아 천식으로

그렇게 고생하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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