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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Feb 06. 2021

소개팅전문가

서른셋 여자들

  아내 친구들이 놀러왔다.

첫째 아이를 데리고 나가 약속이 끝날 때까지 있으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너무 일찍 아이가 집에 가자고 졸라대는 통에 집에 들어왔다.

 아이의 신발을 벗기고 거실로 들어갔다.

 아내의 친구들은 옹기종기 거실에 앉아 있었다. 음식을 배달시켰는데 함흥차사로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 했다.

 최대한 대화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첫째아이와 둘째아이를 같이 보려고 노력했다. 처음 아내 친구들을 봐던게 24살 때였는데, 벌써 33살 들이라니 감회가 새로웠다.

  9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세 친구들은 각자의 삶을 살았다.

  한명은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동갑과 결혼을 했다.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 했었다. 2년간의 노력에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고 둘의 갈등이 심화되다 이혼을 결정했다.

  한명은 7년간의 연애를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결혼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커플이지만 현실적인 집과 돈문제로 차일피일 결혼을 미루고 있는 듯하다.

  나머지 한명은 결혼을 준비하다가 의견이 맞지 않아 중도 파기했다. 다행히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결혼을 준비 중이다.


  대화에 끼지 않으려 했지만 조금씩 들리는 대화에 궁금함이 자꾸 생겼다. 그리고 예전에도 안면이 있는 친구들이었기에 서스름 없이 나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이들의 주제는 아이 얘기를 하는 아내와 달리

  " 연 애 "

  였다.

  주위 유부남만 득실대는 나에겐 연애란 단어 자체가 많이 생소해진지 오래다. 연애와 친구인 '설렘' 단어도 장말 오랜만에 들었다.

  그리고 보니 옷차림이 많이 달랐다. 가죽원피스를 입거나 투피스를 입고 써클렌즈까지 끼고 있는 친구들은 당장에라도 클럽에 직행할 것 같았다.


  " 오빠, 어떤 남자가 괜찮은 사람이예요? "

  " 이제, 다들 박사학위 딸때쯤 되지 않았어요? "

  " 이제는 대충 다 보이죠.. 상대가 어떤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한건 지금도 괜찮은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을까요? "


  나는 둘때 아이를 아기띄에 둘러매고 앞뒤로 왔다갔다하며 생각에 빠졌다. 첫째는 다행히 밖에 한번 나갔다와서 자동차와 함께 혼자 잘 놀고 있었다.


  " 음, 확률적으로 많이 없는거 같아요. 지금와서 보니 나이가 많아도 결혼을 못한 분들은 이유가 다 있는 것 같아요. 눈이 높거나 노는 걸 아직 포기 못했거나.. 다 알잖아요? "


  아내 친구들은 고개를 다들 끄떡이며, 말을 이었다.

 " 그런거 같아요. 그럼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잔데 .... "

 사귀고 있는 남자 친구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면서 어떤 사람인지 평가해 주길 바라는 듯 했다. 아마, 둘째를 안고 이래저래 식사를 챙기는 모습에 신뢰가 좀 갔나보다. 무엇보다 결혼해서 7년간 잘 살고 있으니....


 " 얘기만 들어선 잘 모르겠어요. 나이가 다들 들다보니 스킬이 있어서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길 때가 많은거 같아요. 다만 서로 화내고 싸울 때 본모습이 나오니, 그 때를 잘 보면 판단이 잘 설거 같아요. 남자는 특히 싸울 때 본성이 나오는 것 같구요. "

  질문했던 친구가 동의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친구가 질문을 한다.


  " 내 남자친구는 운동에 미쳐있는데 이건 어떻게 해야되요? "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 뜨금했다. 나도 포함되는 사항이니 잘 포장해서 얘기해야지.


  " 나이가 30살이 넘어서도 무언가 하나에 빠지지 않고 있다면 자기 인생에 열정이 없는 사람 같아요. 회사도 대충 다니고 있고 취미도 대충대충하고 있다면, 별로지 않을까요? 술이나 여자에 열정을 쏟는게 아니라면 전 좋다고 봐요. 좋아하는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을 만난다는건 별로 인거 같아요. "


  나 나름대로 잘 말한 것 같았다. 뿌듯뿌듯했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아직 내 친구 중에 결혼을 하지 않은 이를 보면 무언가에 하나씩 빠져 있었다. 술과 클럽에 빠진 사람, 돈에 집착해 성공을 바라는 사람, 남들의 우상이되는 명예를 좋아하는 사람 등등.

  그 미치도록 좋아하는 무언가 하나땜에 나와 평생 같이 갈 사람을 찾을 시간조차 없는거다. 내 생각은 그랬다.

 여유가 생기고 어느정도 이뤄 결혼을 일구려고 하면 시간은 많이 기울어 30대 중반이 된다.

  아는 누나도 그랬다. 그 누난 태권도 전공을 살려 VIP 경호를 했었다. 국가직을 맡은 사람이 아프리카로 발령이 났고 누난 담당 경호원이라 5년. 5년을 떠나 있어야 했다. 누나는 그 때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이라 떠났다고 한다. 5년 후 한국에 와서 경제적 어려움도 해결해 집도 사고 운동도 하며 여유가 생겼지만 나이는 38살. 배우자는 지금부터 찾고 있다.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나도 경험을 해보니 결혼은 가치 선택에 있어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물론 얻는 것도 많지만 말이다.



  아내 친구들은 그렇게 연애 얘기로 3시간을 내리 수다 떨었다. 들어도 잘 들리지도 않았고 물어보아도 진지하게 대답할 만큼 내 흥미를 끌지 않았다. 다만 내 눈엔 아직 24살 처음보았던 순수했던 동생들이었다.


  좋은 사람만나기.. 정말 쉽지는 않지만 다들 잘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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