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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Jan 20. 2021

소개팅전문가

니코복코와 기린이

  나는 오지랖도 참 넓디 넓다.

 로가 만날수 없는... 그런 소개팅이었다.


  내겐 여동생 한명이 있다. 착하지만 포스가 있고 할말은 해야 하는 여동생이 있다. 여동생 방과 내 방은 마주보는 구조였다. 남매가 친하기 어렵다곤 하지만 우리 관계는 나름 괜찮았다. 정확히 말하면 들쭉날쭐한데 이 당시에는 괜찮았었다.

  동생이 저녁에 통화를 하고 있다.


  " 벌써? 벌써 선을 본다고? 나이가 몇갠데 선을 봐. 너희 엄마도 너무한다. 나는 생각 없고.. "


  동생은 나보다 2살이 어렸고, 나는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28살에 다니고 있었다. 여자는 군대라는 제도가 없으니 졸업은 예전고 사회생활도 벌써 2년이나 다.

  동생이 통화를 어느정도 하더니 끊고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열려있는 문틈 사이로 말을 걸었다.


  " 어이 동생님. 친구가 누구길래 벌써 결혼상대를 찾는다고 합디까? "

  " 친한 앤데, 엄마도 알걸. 같이 예고나와서 대학도 같이 다녀. 착한데 키가 170이 넘고 여드름이 좀 있어. 너무 착해서 탈인 친구야. "

  " 사진 줘 봐봐. 내가 구해줘 볼께. "

  " 물어보고 줄게. "


  잠시뒤 동생이 사진을 보여줬다. 음, 키가 커서 그런지 기린이 생각 났다. 만화 캐릭터같이 말똥말똥한 눈에 정말정말 순해보이는 친구, 내가 장담컨데 남자와 말 한마디 섞어보지 않았다.


  " 얘,연애 안해봤지? "

  " 그럴걸? 쑥맥이라 말 잘 못해. "

  " 좋았어. 내가 접수 할게. 번호 줘. "


  그렇게 받은 번호, 핸드폰에 꾸욱꾸욱 전화번호를 저장했다.



  대학시절 나와 친하지만 나를 유독히 괴롭히던 친한 동기 형이 있었다. 나는 재수, 그 형은 삼수. 동기끼리 말을 놓던 시절은 우리 학번부터 없어졌다. 같은 학번인데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며 형과 아우의 선을 지켰다.

  형은 군인 집안이었다. 형 집은 부천 17사단 내에 있었다. 아버지께서 연대장이기에 사단 내에 집이 있었다. 오래되고 좋진 않았지만 정말 넓디 넓었다.

  몇번 놀러가서 군인들과 축구도 하고 집 앞에서 고기도 구워먹고, 정자에서 수박도 쪼개 먹었었다. 하지만 군인의 특성상 아버님은 몇년 뒤 다른 부대, 지방으로 발령이 나셨다. 형은 서울에서 학교를 다녀야 했기에 살곳을 다시 구해야 했다. 다행이도 군인 가족이라는 혜택을 받아 보라매 쪽, 공군 기숙사에 머물게 되었다.

  그 후 공군 기숙사도 몇번 놀러 갔었다. 일인실이 아닌 다인실의 기숙사라 걱정을 하긴 했지만, 룸메로 있던 친구가 너무 착해 눈치를 보지 않고 놀기도 하고 자기도 했다.

 매 학교 동기끼리 늦게지 술을 마실 때면, 혼자 집에가기 싫은 형 뒷목 옷깃을 잡고 끌고 기숙사로 데려 왔다.

  그 날도 고주망태가 되어 끌려 왔던 날이었다.


  " 형, 이제 놔요. 다왔어요. 안가요 안가. 집에.. 오늘 뭐 할건데요. 그냥 잘거잖아요. "

  " ㅋㅋㅋ 있어봐. 한잔 더 하자. 너 낯 안가리자나. 사람 몇명 더 부를께. "

  " 누군데요? "

  " 연애 한번도 못해본 애 있어. 자격증 공부하고 있는 앤데 착해. 답답하긴 해도 착해. "


  기숙사 앞 포장마차에서 기다리는데, 어디서 많이 본듯한 애가 노란 군대 깔깔이를 걸치고 슬리퍼를 질질 끌 나왔다.


  " 형, 형 룸메잖아요. 알죠. 당연히. "

  " 인사해. 앤 니코복코야. "


  얼굴은  많이 마주쳤지만 정식으로 인사한건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얼굴 생김새 중 가장 기억에 남는건 코였는데, 복스럽게 컸다. 진짜 컸다. 내 나름대로 별명을 니코복코라 지었다.


  " 안녕하세요. 정식으로 인사 드리는건 처음입니다. "

  " 아, 동갑이라고 들었어요. 말 놓으시죠. "


  인사를 하곤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운동 좋아하는 아이였고 웃는 모습이 착했다. 특히 얘도 형에게 강압적으로 끌려다니는 애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런지 동병상련 느끼고 금새 친해졌다.

  키는 170조금 넘었나? 몸이 다부졌다. 말에는 사투리가 뭍어났고 모든 동작을 천천히 조심스레 했다. 천성이 착한 아이였다. 다만 아쉬운 건 위트라곤 정말 없었다. 무슨 말만 하면 분위기가 싸해지게 만는 그런 아이였다.


  " 프랑스에서 라면은 못 먹는데, 왜 그런지 아나? "

  " 왜? 라면을 안 좋아해서? "

  " 불어써서. 불어서 못먹는다. 웃기제?.. "

  "..... "


  워낙 느릿느릿한 말투에 정곡을 찌르는듯한 포인트가 없다보니 정말 농담을 할 땐 심각하게 재미 없었다. 먹과 서예를 꺼내놓고 한복에 훈장모자를 쓰면 정말 잘 어울리는 아이 였다.

  그 날 이후에도 만날 때마다 몇번의 개그를 준비해 왔으나 단언컨데 재밌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는 친해졌다. 간 매개체인 형 없이도 자주 만났다. 특히 축구를 할때마다 서로가 서로를 불러 만났고, 운동을 같이 하다보니 쉽게 친해졌다.

  우리는 자주보는 친구가 됐다.


---


  동생에게 전화번호를 받은 뒤 몇 일이 지났다.


  주말이었고 날씨가 좋았다. 니코복코에게 같이 축구하러 가자 전화를 걸었다. 전화 신호음이 가는 동안 소개팅이 생각났다. 쑥맥 둘을 붙인다면? 딱이겠군. 니코복코가 전화를 받자 바로 물다.


  " 오늘 축구는 당연히 하는거지?그리고 소개팅은 옵션으로 할래? "

  " 에? 나 한번도 해본적 없는데? "

  " 역시, 너한테 딱일거 같아. 결혼각이야 나 믿고 해봐."

  " 무슨 결혼이꼬, 알았다. 사진 보고 결정할란다. "

  " 오케이, 좀 있다가 만나서 얘기하자. "


  축구를 한 날, 만나자 마자 사진 보여줬고 번호도 넘겼다. 기린과 비슷 키가 조금은 걱정 됐지만 서로 쑥맥이라 키를 볼 시간도 없겠다 싶다. 아마 둘다 머뭇거리며 시간을 보내겠지?


  주말이 지났고, 소개팅을 했다 싶었다. 동생에게 물어보려고 했으나 여자에게 먼저 물어보는 건 실례라 생각되어 친구에게 물었다.


  " 소개팅 어떻게 됐어? "

  " 진짜 착하더라. 그 후 매일 만났다 안카나. 3일 째 되던 날 사겼다. 고맙데이.. "(내가 사투리를 잘 몰라.. 사투리 억양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

  " 그럴줄 알았어. 잘 사겼으면 좋겠다. "


  시간은 흐르고 흘러.. 친구는 노량진에서 유명한 자격증 강사가 되어 있었다. 돈을 삽으로 푸고 있다는 소리만 얼핏 들었다. 연애는 지속 중이었고 높낮이 없이 평탄하게 연애를 했다.

  


  그 사이, 나도 연애를 했고 결혼을 위해 프로포즈를 했다. 바빠서 니코복코와는 서로 연락을 못했고, 청첩장을 돌릴때가 되어서야 기린과 니코복코에게 연락을 했다.


  " 둘이 꼭 왔으면 좋겠어. "

  " 뭐 해줄까? 우리 사귄것도 너 덕분인데.. 뭐 해줄 수 있는거 있으면 해줄게. "

  " 아냐.. 어? 정말 이지? "


  순간 이벤트가 떠올랐다. 재수씨가 졸업 후에 동화삽화작가로 일을 한다고 들었다. 나는 나와 아내가 만나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를 남겨두고 싶었다. 화 작가는 내가 되고 나와 아내가 주인공, 삽화를 부탁하기로 마음 먹었다.


  " 재수씨한테 부탁해도 돼? "

  " 그림이가? 직접 물어보거래이. "


전화를 얼른 끊고 이내 재수씨게 전화를 걸었다.


  " 저 기린아, 미안한데 부탁하나 해도 돼? "

  " 뭐든 부탁하세요. 연애도 오빠 덕에 한건데요. "

  " 무리한 걸 수도 있는데.. "

  " 괜찮아요. "

  " 그림값은 내가 치룰테니깐 내가 글을 주면 삽화를 몇개 그려줄 수 있어? "

  " 오빠, 그림값 생각보다 비싸요. 40cm×40cm 가 40만원 정도인데, 삽화 사려면 돈 많이 있어야 되요. 그러니깐 돈 줄생각 마시고 축의금이라 생각하고 그려줄게요. "

  " 진짜? "


  그 날.. 나는 아내와 나의 스토리를 동화로 작성했다. 물론 삽화도 받아 너무 감사히 책으로도 만들었다. 나중에 미대 친구들에게 들어보니 쉽지 않은 귀한 선물이라고 했다. 너무 고마웠다. 내 그림만 그려주고 헤어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 나와 아내가 결혼 하는 해에 그들도 백년가약을 맺었다.


  지금도 너무나 감사히 동화책을 간간히 꺼내 읽는다.

  그 둘은? 아이 낳고 잘 살고 있다. 다만 걱정이 되는건.. 무슨 재미로 살고 있을지 걱정이다. 동화책 삽화를 맡기게 되면서 재수씨와도 얘기할 시간이 많았는데 솔직 담백 그자체였다. 몇번 대화에 정적이 흐르기에 농담도 던져봤는데,

  " 아아, 재밌네요. "

  무미 건조하게 미소를 띄고는 다시 동화삽화를 그렸었다.

  그들의 아이들은.. 정막한 공기를 어게 버텨나갈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잘 살겠지? ㅎ


(아래 사진은 둘이 고른 커플 기념 컵이다. 어쩜 저런 표정을 고르는지 ㅎ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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