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반짝이는 시선으로 기록한다는 것에 대하여
작년에 본 영화 중 울림이 가장 깊었던 작품은 바로 <패터슨>.
'패터슨'이란 이름의 미국의 한 소도시에서 버스 기사로 일하는 동명의 패터슨은 루트가 정해진 버스 노선처럼 예측 가능한 순환 노선 같은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끝없이 반복되는 시지프스 신화 같은 나날들이지만, 패터슨은 자칫 지난함의 연속으로 그칠 일상을 시를 통해 성냥불에 불이 탁 붙듯, 순간 뜨겁고 농익게 점화시킨다.
마치 그가 쓴 '오하이오 블루 팁 성냥'이라는 시처럼 말이다.
시간이 어찌 흘러간지도 모른 채 어둑어둑한 석양 녘을 맞이할 때면, 그저 분주함에 떠밀려 하루를 마감하는 느낌에 안타까운 순간이 종종 있다.
잠깐 멈춰 숨을 고르고, 나를 둘러싼 소우주를 찬찬히 응시하는 법을 잊지 않게 위해 오늘도 끄적임을 이어간다.
브런치는 그런 나에게 있어 패터슨의 작은 비밀 노트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이 비밀 노트의 페이지를 차곡차곡 채워갈수록 더욱 단단해져 있을 나 자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