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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루아의 고양이 Jan 30. 2019

신년 계획의 재활용

작심삼일을 이겨내는 현실팁


새해가 찾아오면 통과의례처럼 이런저런 계획들을 세우며 한 해를 시작하는 비장한 결의를 다진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채 들추지도 못한 버킷 리스트를 벌써 지운 듯한 성급한 쾌감을 불러오는 신년 계획 작성의 설레발. 하지만 열흘 정도 지나 새해맞이의 들뜬 기분이 사그라들 무렵이면 다시금 무(無)로 돌아간 백지장 같은 신년 계획표와 마주하게 된다. 데자뷔 같고 도돌이표 같은 나의 새해 첫 달 결심은 한심하지만 이런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그리하여, 올해는 결심을 달리했다.

새로운 다짐을 세우는 대신 그간 미처 못 이룬 신년 계획들을 모아 재활용하기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먼저 나의 신년 계획이 왜 자꾸 곁길로 새는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1. 계획은 한 번에 하나씩


신년을 맞이하면 인생 리셋 버튼이라도 누른 것처럼 '새로운 나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하여 이런저런 다양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어느 때보다도 의욕이 샘솟는 1월에는 수많은 목표들을 한꺼번에 시작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금세 계획 자체가 흐지부지해지기 쉽다.


올해는 1월에는 글쓰기, 2월에는 외국어 공부, 3월에는 운동, 4월에는 악기 연습 등 월별로 딱 한 가지씩만 주요한 계획을 세워 매진하기로 결심했다. 이번 달에 시작한 글쓰기의 경우, 보름 정도 꾸준히 실행하고 나니 이미 작은 습관으로 발전되어 다음 달에 새로운 목표를 시작하더라도 지속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2. 계획은 한 입 크기로, 소소한 것부터


그동안 세웠던 계획의 문제점 중 하나는 처음부터 너무 큰 목표를 설정했다는 것이다. 매일 일기 쓰기, 매달 책 8권 읽기, 매일 한 단원씩 외국어 교재 진도 나가기 등의 목표는 언뜻 쉬워 보여도 실제로는 빡빡한 기존 일과와 병행하기 벅찰 때가 종종 있었다.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빈번해질수록 이내 실망하여 결국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목표를 현실적으로 잡으니 계획을 실천하는 날이 늘어갔고 성취감에 점점 즐거워졌다. 안 하던 무언가를 시작하면 일단 습관이 들도록 반복하는 것이 중요한데, 느슨한 목표를 세우니 느리더라도 어쨌든 조금씩은 내 몸에 인이 배기기 시작했다. 끈기 있게 끝까지 계획을 밀고 나가려면, 무엇보다 나의 지구력 수준에 알맞은 크기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3. 계획에도 쉼표가 중요해


계획도 가끔은 재정비가 필요하다. 막상 결심한 계획을 시작하고 보니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도 있고, 내 신상에 뜻하지 않은 변화가 생겨 부득이하게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사태도 발생한다. 철저하게 세운 계획이 일단 틀어지기 시작하면 '아... 올해는 이미 글렀어.' 하는 자책에 지속하려는 결의 자체가 흔들리기 쉽다. 하지만 '계획은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이라고 생각하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잠시 쉼표를 찍고 되돌아올 수 있다. 계획을 이런저런 이유로 중도 포기하는 것보다는 느린 달팽이 걸음이라도 꾸준히 이어가는 쪽이 조금이라도 결실을 맺는다는 점을 잊지 말자.




내일이면 2019년을 맞이한 지 꼭 한 달째.

올 한 해는 매일은 아니더라도 주 2회씩 꾸준히 뭐라도 쓰겠다는 나의 첫 번째 목표는 무사히 이뤄냈다!


블로그는 물론 페이스북이며 인스타그램 등의 SNS를 일절 하지 않는 나에게 있어 브런치는 때로 느슨해질 때면 서로 토닥이며 응원해주는 묵묵한 스터디 그룹 같은 존재로 해이함을 다잡아주었다. 올해 1월 16일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린 이후 그동안 3개의 매거진을 연재하였고, 이 글로 딱 10번째 게시글을 채웠으니 기분 좋게 중간 목표 달성의 성취감을 맛봐도 좋지 않을까?



스스로 쓰담쓰담, 지난 보름간 애썼노라고 다독여주고 싶은 오늘.

글 하나씩 완성해갈 때마다 나만의 서재에 책 한 권을 더 꽂아놓은 듯한 뿌듯함이 있어 제법 풍요로운 오늘이다.


앞으로 다가올 열한 달도 조급해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에 맞춰 내실 있고 옹골차게 올 한 해를 채워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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