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ent-Led Conference
한국에 돌아갈 날이 다가오니 마음이 여유롭지 못한 것도 있지만 실제로 너무 바빠 브런치에 글을 올릴 시간이 없어요. 바쁜 일정 중 학부모 상담은 정말 인상 깊어 공유하고 싶었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공유하게 되었어요. 그때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 않아 정보 위주로 공유할게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학부모상담은 큰 기대를 갖고 학교담임선생님을 방문했던 것 같아요. 둘째가 2학년때까지도 큰 기대가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그런 기대가 없어졌던 것 같아요. 3월 학기 초 상담은 매년 비슷한 내용으로 우리 아이들에 대해 내가 선생님께 설명하는 자리였고 이후 선생님은 간단하게 잘 살펴보고 지도하겠다는 답변이라도 주시면 고마워했던 것 같아요. 2학기때 이루어지는 상담은 집에서 보지 못하는 모습에 대해 혹시나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 항상 참여했지만 별다른 얘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독립이는 매우 사회성이 좋아 다소 수다스럽고 아이들 또는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특성을 좋게 보는 선생님은 좋다고 평가했고 그렇지 않은 선생님은 좀 시끄럽다는 평가를 했지요 ㅋㅋ. 배려왕은 너무 소심하고 조용해서 혹시나 친구 간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곤 했지만 착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 같아요.
하와이에 지난 학기에 와서 이루어졌던 상담은 처음이기도 하고 해서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참여했었지요. 독립이는 예상처럼 가자마자 잘 적응했고 담임선생님께서 우리 학교의 K-star라고 하시더라고요. 모르는 아이들이 없다고, 배려왕은 여전히 소심하지만 집중력도 좋고 필기도 너무 잘하는 등 학교생활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했던 것 같아요. 지난 학기에는 상담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하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새 학년이 되어 또 상담신청을 받기에 또 비슷한 이야기가 오갈 텐데 가야 될 필요성이 있나 싶었어요. 아마 바빴으면 안 갔을 텐데 딱히 할 일도 없어 참여했었는데 안 갔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지요. 여기는 학부모 상담을 student-parent-teacher conference라고 하는데 아이, 학부모, 선생님이 함께 하기는 하지만 왜 컨퍼런스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학생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바꿔서 운영했는데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먼저 6학년(여기는 중학교 1학년) 배려왕의 담임선생님을 뵈었는데 선생님과 배려왕이 옆에 앉고 맞은편에 남편, 저, 그리고 독립이가 앉았어요. 그때부터 배려왕이 미리 준비한 내용을 중심으로 발표를 하기 시작했지요(배려왕이 영어로 발표하는 것을 처음 듣는 순간이었어요). 선생님께서 제시한 12가지 핵심역량 중 자신이 자신있는 것 3가지와 부족한 것 3가지를 발표하고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계획까지 발표했어요. 이후 선생님의 의견이 있었고 특히 부족한 부분과 관련하여 선생님으로서 어떤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지 그리고 배려왕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배려왕 선생님의 나이가 70이 넘으신 분이라 담임선생님이 되었을 때 약간 아쉬운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배려왕이 평소에 유머러스하시고 좋다고 하셨는데 상담을 해 보니 능력도 있으신 분이라는 것을 알겠더라고요. 특히 배려왕이 곧 사춘기가 올 텐데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가 오는데 그것이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부모로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씀도 주셨어요. 본인도 아이가 4명이고 손자까지 있는데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사춘기 시절은 다르며 여자 아이가 더 힘들 수도 있다고요. 독립이가 사춘기를 겪고 있어 이보다 심하면 나는 어찌 살아야 되나 잠깐 걱정되기도 했던 시간이었어요. 자기 자신에 대해 발표하는 배려왕을 보면서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느꼈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어찌 그렇게 잘 파악하고 있는지 대견스럽더라고요.
다음은 8학년인 독립이의 담임선생님을 뵈러 갔지요. 운영방식은 비슷했으며 독립이가 자신에 대해서 발표하기 시작했어요. 8학년이라 그런지 보다 객관적인 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발표를 하더라고요. 사회, 정서, 인지적 측면에서 진단한 결과를 기반으로 자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같은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이가 이렇게 다를까요? 배려왕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독립이는 강점이라 생각하고 있고, 배려왕의 강점이 독립이의 단점이라니요. 그리고 이후 교과목에 대한 지금까지의 성적을 기반으로 잘하고 있는 부분과 더 노력해야 할 부분에 대해 발표를 하는데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를 객관적으로 잘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8학년에서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학습활동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어요. 저는 항상 걱정인 수업시간에 집중은 잘하는지, 친구들하고 너무 떠들지는 않은지 등에 대해 물어봤지요. 선생님의 답변은 똑똑한 아이라 언제 떠들어도 되는지 조용해야 되는지 알아서 하니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하면서 기본적으로 수업에 집중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담임선생님께서 긍정적으로 말씀해 주셔서 그렇지 말씀하시는 내용을 들어보니 독립이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정말 신나게 재미나게는 지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지난번 아이들의 영어실력과 관련하여 STAR 점수 (독해력, 어휘력, 문법)는 오르지 않았다고 썼었는데 이번에 학교가서 아이들이 발표하는 것을 들으니 스피킹 실력은 정말 많이 발전했어요. 하루에 한 편의 네플릭스 시리즈를 보는데 여름방학 때부터는 영어자막 없이 보고 있거든요. 여기에서의 학교생활은 분명히 스피킹과 리스닝 실력 향상에는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독립이는 간혹 이웃들과 이야기를 하기에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았으나 배려왕이 그렇게 잘하는지는 정말 몰랐거든요. 이번에 다녀오니 더 이상 학교생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안심되었어요.
이번 상담활동을 통해 한국학교의 학부모 상담도 이렇게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의 교육 관련 신문사에 투고해야겠다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누가 실어주겠냐고 하면서 브런치에 올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정말 감흥이 남달랐어서 이것을 널리 알리고 한국에도 적용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는데 지나고 보니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ㅋㅋ. 그리고 저는 관련 경험이 없지만 우리 나라의 선생님들도 훌륭하니 이미 이렇게 하고 있는 선생님들도 계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