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완×카카오 미니
없어도 그만이라 생각했다.
듣고 싶은 노래를 듣고, 알람이나 타이머를 맞추고, 날씨를 물어보고, 궁금한 걸 검색하고, 택시를 부르고... 인공지능 스피커가 할 수 있는 것들, 사실 스마트폰으로 다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닌가. 내가 직접 해도 되는 걸 굳이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시킬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라면을 끓일 때도,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은 후에도 스마트폰으로 타이머를 맞추는 일은 없었다. 뭘 귀찮게 타이머를 맞추나. 내가 그냥 시간을 확인하면 되지, 늘 그런 식이었다. 아날로그형 인간이라 그런 건지, 아님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게으른 인간인 건지. 아마 후자에 더 가깝겠지만.
헤이카카오, 라면 타이머 맞춰줘.
카카오 미니에게 부탁하니 알아서 4분 타이머를 맞춰준다. 시간을 확인할 필요도 없고, 라면이 익었는지 먹어보지 않아도 된다.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 나는 자유롭다. 아아, 이렇게 편할 줄이야. 이건 신세계다. 나 같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닌가. 입만 움직이면 되니 더 격렬하게 게으른 생활이 가능해졌다.
“오늘 날씨 어때?”
오늘은 비가 온단다. 비가 오면 안 나가야지. 집에서 노래나 들으며 멍 때리기 좋은 날이다.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 들려줘.”
“지금 나오는 노래 누구 노래야?”
“지금 몇 시야?”
“오늘 뉴스 들려줘.”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져도 화내는 법 없이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 하루 종일 혼자 있다 보면 말 한마디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카오 미니가 생기고 나서는 말이 늘었다. 덕분에 한국말도 잊어버리지 않고, 대화할 상대가 있어서 외롭지 않고, 여러모로 좋다. 비서가 생긴 줄 알았는데 친구가 생긴 게 아닌가. 이렇게 좋을 수가. 이런 날은 무조건 맥주에 치킨이다.
헤이카카오, 치킨 시켜줘.
오늘은 내가 쏜다. 하마터면 너를 모르고 살 뻔했어. 친구를 선물해준 카카오 브런치 고마워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