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부터 이어진 마음과 취향
봄바람 살랑거리는 이맘때쯤 되면 떠오르는 추억 하나가 있다.
바야흐로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있었던 일이다.
그때 당시 우리 집은 문 앞에 ‘단수’ 글자가 크게 쓰인 경고장이 붙을 정도로 가난했었다.
그리고 나에겐 절친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 친구는 우리 집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에게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고 할 때 자주 ”내가 살게“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녀가 가장 많이 사줬던 음식은 바로 오늘 먹은 이디야의 ’화이트초콜릿모카‘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많이 사주면서도 단 한 번도 생색낸 적이 없었다.
그 기억들이 너무 좋았어서 그런지 14년이 흐른 지금도 종종 생각이 나서 일부러 찾아 먹는 음료가 됐다.
모카맛, 화이트초콜릿, 커피를 좋아하게 된 계기 또한 그 아이의 영향이 큰 것 같기도 하다.
조금 전, 같이 일하는 직원분이 덥다고 연 문 틈 사이로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니 불현듯 그 친구 생각이 났다.
그래서 오랜만에 그 시절 음료도 한 잔 사 마셔보고 같이 일하는 분께도 커피를 한 잔 사드렸다.
그때 친구가 내게 대가 없는 자비를 베풀어준 게 아직도 세상에 돌고 있나 보다.
이젠 당사자에게는 사줄 수 없을 만큼 멀어진 사이지만 고마운 마음과 그때 생긴 취향은 여전히 간직한 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