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스승의 날, 첫인사

by 화인


#첫글 #첫인사 #✒️






저는 본래 미술을 좋아하여 미대에 진학을 했습니다.

1년 동안 미대생활을 한 후,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휴학을 하고 만나게 된 것이 한문고전이었습니다.


요즘 10대, 20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신의 마음이나 특성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는 아이들도 참 많은데 당시 스무 살의 저는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의 무의식은 삶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찾길 요구하고 있는데 그런 내면의 소리를 못 들은 채, 그저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었던 것이지요.


그때까지의 삶은 내가 주인이 되어 인생을 '살았다'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살아졌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고전공부를 하며 비로소 내가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이 어디를 향하는지, 어떤 길을 걷고 싶은지 알게 되었습니다. 일깨워주신 선생님 영향으로 전공을 바꿔, 다시 동양철학을 공부하여 지금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삶의 큰 물줄기를 바꾸고 시간이 흘러 돌아보니,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천성적으로 예술을 좋아하며 춤과 음악, 문학을 좋아합니다. 상대적으로 경제나 경영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은 편입니다. 계획이나 계산을 잘 못한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이것은 제 성향일 수도, 가풍일 수도 있는데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경제에 대한 관념이나 개념을 나눌 일이 많지 않았고, 커서도 이 방면으로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고 크게 애쓰지 않아 온 것 같습니다.


성향이 그런데다 고전공부 속 재물과 청렴함에 대한 인식이 더해진 때문인지, 수업의 방식도 학생 한 명 한 명과의 만남에 신경을 쓰느라 경영에 대한 마인드나 사업가 의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원장이 되었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최근에야 경영에 대해 공부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저의 일터인 대치동은 대한민국뿐 아닌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대학 입시'에 초집중된 곳입니다. 사업자 등록증은 '교육 서비스업' 항목으로 등록이 되어있고, '교육 쇼핑'이라는 용어가 만연한 이곳에서, 제가 꿈꾸는 방식의 '스승'과 '제자'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을지 모릅니다.


급변하는 사회에 발맞춰 대응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는 입시의 성과가 최우선으로 중요한 이곳은 좋은 대학에 입학하여 '성공'하는 것이 최대의, 어쩌면 유일한 목표인 곳입니다. 실제로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지요.


이곳에서 제가 한자와 한문, 고전이라는 주제를 언제까지 활발하게 가르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입니다. 요즘 아이들의 어휘력 부족문제가 대두되며 한자교육의 중요성이 언급되고 있는 실정이라, 버티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저에게는,

제자라고 부를만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은 저를

대치동 무수한 학원 중 한 곳의

강사로만 생각하지 않고

선생이라 여겨줍니다.


그리고 한자와 고전공부는,

단순한 비교과의 한 가지 영역으로 보기에는

학습의 효과가 큰 과목입니다.


즐겁게 꾸준히 익힐 수 있다면 전 과목 공부의 기본이 되어줍니다. 여건이 되어 청소년기에 고전공부의 맛, 사유하고 사고하는 감각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평생 살아나가는 데 있어 좋은 거름이 되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과목입니다.






그사이, 저에게 오랜 기간 공부했던 제자가 어느덧, 귀여운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성실히 지도하는 선생이 되었습니다. 해가 바뀌어 또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한 철을 부지런히 함께 보내고 나니, 이전처럼 수업에만 집중하면 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게 됩니다.


제자 출신 선생님들이 한 명씩 더 늘어갈수록, 변화해야만 하고 성장하고 공부하고 발전해야만 하는 이유와 동기가 매일 저절로 샘솟습니다. 제자는 선생에게 배워 자라나고 선생은 그렇게 성장한 제자를 보며 또 성장하는 관계, 이것이 교학상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고마움과 함께 마음이 징 울립니다.


언젠가부터 마음에 담고 있는 문장이 있습니다.


"평생 제자로만 남는다면 스승에게 누를 끼치는 것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저를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선

'스승'이란 '스스로 선 존재'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저와 함께하는 선생님들도,

그리고 빛나는 제자들도,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스스로 꿈꾸는 모습으로 온전히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과거에 만났던, 지금 만나고 있고 앞으로 만날 모두와 이 의지를 나누고 싶습니다. 이런 의지들은 말로 전달하는 것 이 아닌, 삶으로 전하는 것이겠지요. 어쩌면 눈빛으로,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는 것으로, 가만히 옆에 있어주는 것으로 전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글로도 전달할 수 있다면 너무나 기쁘겠습니다.




마침 이렇게,

스승의 날에 브런치 작가 인증을 받아

덕분에 다시 의지를 되새기는 기회로 삼아봅니다.


제가 책을 통해 깨우치고 변화하고 위로받고 치유한 경험이 많아, 글을 쓰며 소통하는 삶을 동경합니다. 글을 쓰고 책을 쓰는 것이 언젠가 꼭 하고 싶었던 도전 중 하나였는데, 주저하고 있던 저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같이 문을 열 수 있는 힘을 보태준 제자 겸 동료 선생님들에게 고마움 담긴 사랑을 전합니다.


성장과 발전에 나이의 한계란 없습니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소위 중년의 나이에 접어드는 중이나,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모든 것들을 통해 나아가고 싶습니다. 이곳에 한 발 한 발 묵묵히 내가 선택한 가치와 의미를 지키며 살아나가는 모습을 남기려 합니다.


자신과의 대화, 세상과의 대화를 나눠주시는 많은 분들의 글들 읽으며, 저도 삶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실천한 기록을 나누겠습니다. 이런 계기와 공유의 장을 만들어주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언젠가 이 글이 다듬어져 제 책의 첫머리에 실리는 장면을 상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첫 글을 올립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화인 올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