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이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현대 문명에서 물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다룬다. 불과 문명을 다룬 이전의 글에서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수십만 년 전의 원시 인류처럼 여전히 물에 의존하는 생명체이다. 그저, 그것이 눈에 덜 띄게, 그리고 간접적으로 바뀌어 주의깊은 시선을 던지지 않고서는 미처 알아챌 수 없을 뿐이다. 무언가가 우리에게 당연한 것이 될 때, 우리는 그것을 더 이상 알아채지 못하게 된다.
힘을 제공하는 물: 수차와 수력 발전
직전의 글에서 살펴보았듯, 인류는 고대로부터 물에게 노동을 빚져 왔다. 육상에서는 큰 힘을 들여 낑낑거리며 끌고 당겨 옮겨야 했을 거대한 양의 물류 운송을, 태양의 힘을 빌어 순환하며(미주 1) 잔잔히 그러나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에게 위탁해 왔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 똑똑한 발명가가, 이 거대한 힘에게 다른 무언가를 시키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게 된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도 그렇듯, 먼 고대의 선조들도 지루하고 고된 반복 노동은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톱질을 한다든가, 멧돌을 갈아 곡식을 빻는다든가, 금속 제련을 위해 뜨거운 불 앞에서 망치로 주괴를 두드리는 따위의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 말이다. 물론 가축화된 대형 동물이 있는 곳에서는 가축에게 노동을 시킬 수도 있었겠지만, 동물들도 장기간의 노동에 지칠 뿐더러 돌봐주어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영리한 사람들은 그래서, 일을 마다하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는 자연에게 일을 떠넘기는 방법을 찾아냈다. 물레방아와 같은 수력 기반 기계들이 그것이다(그림 1).
그림 1. 중세 시대 수차의 구조. 물의 흐름을 이용해 수차를 돌리고, 이 회전력을 톱니로 전달하여 물레를 돌렸다.
물의 흐름을 회전 운동으로 만드는 것은 축에 바퀴만 달 수 있다면 아주 간단한 일이 되고, 여기에 간단한 기어, 크랭크나 캠(cam, 회전 운동을 직선 운동으로 바꾸어 주는 기계장치) 만 붙일 수 있다면 물의 일정한 흐름을 반복된 행동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미주 2). 따라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원전부터 시작해 증기 기관이 등장한 근대전까지 이러한 수차는 널리 사용되어 왔다. 이들은 물의 힘을 빌려 곡식을 빻고, 금속을 두드렸고, 나무판자를 썰었다. 영국에서는 수차를 이용해 인도에서 가져온 면직물을 짜는 방적기를 돌렸고, 이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은 증기기관으로 그대로 이어지며 산업 시대의 효시가 되었다(그림 2). 또한 이러한 수차는 그 근본 원리는 그대로 유지된 채로, 현대에서는 수력 발전기로 전환되었다. 여전히 물의 흐름을 이용하여 터빈을 돌리지만, 이제는 그 터빈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할 뿐이다. 이렇게 수력 발전을 통해 생성되는 전력은 전 세계 발전량의 1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그림 2. <스트랫퍼드의 종이 공장>, 1820, 존 컨스터블 작. 내셔널갤러리 소장. 좌측의 물레방아를 볼 수 있다. 물레는 돌아가며 종이를 만들기 위한 펄프를 찧었다.
물을 다스리다
그러나 자연이 늘 그렇듯, 통제되지 못하는 힘은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 온다. 물 또한 그러한데, 예상치 못한 대량의 폭우가 쏟아지게 되면 강과 하천은 범람하게 되고, 우리의 일을 대신하던 고마운 물은 파괴의 화신으로 돌변하게 된다(그림 3) 홍수에 뒤이어 들이닥치는 무지막지한 양의, 그리고 무게의(생수병을 날라 본 사람이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듯, 물은 굉장히 무거운 물질이다, 1세제곱미터의 물은 1톤이다!) 물은 지상의 거의 모든 것을 깨끗하게 파괴해 버릴 수 있었다. 인재이기는 하지만, 중일전쟁 중 중국군이 일본군을 막기 위해 터트린 황허 강의 제방은 홍수로 90만 명을 죽였고, 300만 명을 굶겨 죽였으며, 1200만 명의 이재민을 낳았다. 부족한 것도 문제인데, 농경에 기반하는 문명은 한 번의 가뭄으로도 존속이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이러한 파괴적인 힘을 가진 물을 다스리기 위하여, 인간은 치수 (治水) 시설을 지었다.
그림 3. 2010년의 파키스탄 대홍수. 같은 일이 작년에도 반복되었으며, 국토의 1/3이 잠기고 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댐이다. 자연은 늘 변덕스러우므로, 때로는 유량이 적어 가뭄이 될 수 있고 때론 유량이 과해 홍수가 날 수 있다. 따라서, 물이 과할 때는 그것을 저장해 두고, 물이 부족할 때에는 저장한 물을 흘려보내 완충buffering해 줄 수 있는 댐은 훌륭한 대안이 되었다. 이러한 댐 건설은 첨단 토목 건설 기술의 집합체인데, 공사 이전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수십에서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양의 콘크리트를 운송하여 타설하고 굳힌 후에 다시 물길을 돌려놓는 어려운 일을 몇 년에 걸쳐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그림 4). 그럼에도, 이러한 대규모의 댐을 한 번 지어 두면 유량 조절 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수력 발전 단지를 조설할 수 있고, 물을 공급하기 위한 취수장으로 사용하는 등 여러 이득이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주도적으로 댐을 건설하여 물의 흐름을 통제하고 있다(미주 3).
그림 4.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건설된 후버 댐. 아래부터 콘크리트를 붓고, 냉각수 파이프로 식혀 가며 200미터의 거대한 콘크리트 아치를 만들었다.
이에 더해, 인간이 물길을 만드는 또 다른 사례는 운하이다. 이전 글에서도 다루었듯이, 거대한 양의 물류는 배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이 뱃길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단은 모두가 꿈꾸던 운하의 개통이었다. 남미와 북미를 잇는 작은 지역인 파나마에 짧은 수로를 판다면, 대서양과 태평양을 이어 무려 2만 km 를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결국 인간의 집념은 10년에 걸쳐 80킬로미터를 파내어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해 냈고, 파나마는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배 한 척 지나가는 데 비싸면 수억 수준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물론 운하를 이용함으로써 아끼는 시간과 연료가 이용료를 상회하기에, 며칠에서 몇 주를 기다려 서라도 운하를 이용하게 된다; 미주 4). 파나마는 산악 지형이라서, 여기선 수문을 이용해 배를 26미터까지 들어 올렸다가 내리면서 넘어가게 된다(그림 5). 심지어 이러한 운하를 이용할 수 있고 없고는 지대한 차이를 갖게 되므로, 운하의 허용 최대 크기에 맞추어 배의 크기를 설계하게 됐다. 이것이 파나막스Panamax 다.
그림 5. 파나마 운하의 수문. 높이 차이를 볼 수 있다. 산을 넘어가기 위해 저 수문에 물을 채워 배를 올린다.
막대한 물을 공급하다
이러한 물의 중요성은 현대 사회에서 작아지기는커녕 점점 커지고 있다. 현대인은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한다. 먹고 마시는 일 따위로 우리의 생명 존속을 위해 필요한 물은 3-4 리터 정도이지만, 현대 도시의 가족은 하루에 1천 100리터의 물을 사용한다. 샤워하고, 손을 씻고, 옷을 세탁하고, 수세식 변기를 이용할 때 우리가 미처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막대한 물이 쏟아지고 또 사라져가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화된 농업과 공업은 끊임없는 다량의 물을 필요로 한다. 우리 나라에서만 연간 160억 톤의 물이 농업에 이용되고 있으니 그 양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이다(이 양이 어느 정도냐 하면, 한강을 지나는 물을 그대로 모두 퍼다 사용하는 양이다). 국가를 지탱하는 산업들과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물 없이 존재할 수 없고, 따라서 이러한 수자원의 관리는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심지어 이 물을 두고서 정치적인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는데, 수많은 사례가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중국과 티베트의 갈등을 예시로 들어볼 수 있다. 티베트 고원에는 남극과 북극 다음으로 많은 빙하와 영구 동토층이 위치하고 있어, 이곳은 흔히 지구의 3번째 극pole 이라고도 불리는데, 여기에 위치하는 빙하에서 녹아나온 물은 흘러 내려가며 황허, 양쯔, 인더스와 갠지스 강을 형성하며, 긴 길을 흘러가며 땅과 흙에서 유기물을 녹여내 비옥한 풍토를 형성한다. 따라서 티베트의 수원지에 대한 지배권은 안 그래도 물 부족에 허덕이는 중국에게는 놓칠 수 없는 요소가 된다. 티베트가 독립된 국가가 되고, 다른 경쟁 국가의 영향 하에 놓이게 되면 물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국가 대 국가 뿐 아니라 (라스베이거스의 물 공급을 담당하는 후버 댐에 의해 생겨난 미드 호는 얼마 전 최저 수위를 기록하였다;그림 6).
그림 6. 미드 호의 수위 변화. 제일 좌측은 23년 전이고, 우측은 작년이다. 이상 고온으로 바싹 말라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국가의 상수도 시설은 군사적 보호 지역이기도 한데, 외부의 사보타주로 기반 시설을 무너뜨리기 아주 쉬운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온 국가에 물을 공급하는 취수원이 방사능이나 독소에 오염되기라도 한다면 큰 혼란이 찾아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우리 나라도, 서울시의 가장 중요한 취수원 중 하나인 팔당댐에 가면 군사 초소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경계 중인 댐과 저수지를 볼 수 있다.
몸 속 곳곳이, 도시 곳곳이
이러한 상하수도는 우리 몸에서 혈액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생명체는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섭취하고, 또 결과적으로 생겨나는 노폐물을 배출해야만 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도 예외는 아니며, 구석구석 뻗은 모세혈관을 통해 세포들은 영양분을 공급받고 생성한 노폐물을 배출한다(그림 7). 시간을 되감아 보면, 까마득하게 먼 옛날, 세포들이 단독적으로 살았을 때에는 혈액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포는 이미 물로 둘러싸여 있었고, 여기서 자유롭게 영양분을 취하고 노폐물을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포 수백, 수천, 그리고 수십 조 개가 모여 살게 되면서 더 이상은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다. 거대한 몸뚱이 안에 들어간 세포들은 더 이상 외부와 물질을 교환할 수 없게 되었고, 바로 옆에 노폐물을 버리는 것은 옆자리 세포를 공격함으로써 전체 생명 시스템을 위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세포들은 자신을 대신해 물질을 싣고 날라 줄 물길을 필요로 했고, 그것이 혈관과 혈액이 되었다.
그림 7. 폴리머를 이용한 플라스티네이션 기법을 통해 보존한 인체의 실제 혈관. 매끈해 보이는 인체 아래는 복잡한 시스템이 우리를 지탱하고 있다. 도시도 그렇다.
우리 인간의 문명도 다를 바 없다. 인구 밀도가 충분히 낮은 시절에는, 우리는 주변의 강과 하천에서 충분한 물을 얻을 수 있었고, 인간이 필연적으로 만들어 내는 더러운 물, 즉 하수를 주변에 방류해도 괜찮았다. 그 양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거대한 강에 비하면 별 것 아니었으며, 주변의 흙과 토양에 사는 무수한 생명들이 하수를 정화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명이 시작되고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높은 밀도로 모임에 따라서 물의 공급(상수도 시스템)과 하수의 배출(하수도 시스템) 모두 자연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따라서 문명은 풍부한 수자원이 있는 외부에서 도관을 통해 물을 끌어 와 공급하기 시작했고, 하수를 아무 데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마련된 도관을 통해 모아서 멀리에 배출하기 시작했다.
그림 8. 로마 수도교aqueduct. 로마인은 거대한 아치형 구조를 가진 수도교를 통해 백만 시민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했으며, 이는 거대한 도시를 유지하는 필수 조건이었다.
이러한 관과 거(간단히 말해 위가 뚫린 관, ㄷ 자 모양을 왼쪽으로 90도 돌리면 된다) 를 통한 물의 흐름 조절은 상하수도의 시작이었으며, 거대한 인류가 모여 살기 시작한 초기 문명에서 살펴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고대 로마는 100만 명 이상이 모여 사는 거대한 도시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10개 이상의 중력으로 작동하는 아치형 수도교를 400km 에 달하는 길이로 지어 깨끗한 물을 목욕탕, 공공 시설, 그리고 개인에게 공급하였고(그림 8), 인더스 강 유역의 모헨조다로에서는 4천 5백 년 전부터 풍부한 물을 통해 욕실과 수세식 화장실을 운용했다. 이 수도 시설은 너무나도 훌륭해서 현대인이 사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양의 물을 100만 명의 시민에게 공급했다고 하며, 현재도 이 수도교 중 일부는 보수와 현대적 개량을 거쳐 사용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1906년 서울에 지어진 근대적 취수시설의 건설 이후로 한강물을 깨끗히 소독하고 정화하여 각 가정과 시설에 보급하는 상수도망이 건설되었다(미주 5). 이렇게 취수되고 정수되어 공급되는 수돗물의 양은 서울에서만 연간 10억 톤에 달하며, 이것은 석촌호수 약 160개 분량의 물이다.
그림 9. 하수처리장의 모습. 대개 우리가 보지 못하는 외곽에 설치된 하수처리장이지만, 이 장소가 없다면 도시는 곧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하수를 처리하는 일이다.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 더 이상 희석과 자연적 처리만으로는 오염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이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데, 오염된 물의 악취가 사람들을 괴롭게 할 뿐만 아니라(미주 6) 우리를 감염시키고 아프게 하는 세균들이 물 속에서 빠르게 증식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됨에 따라 미흡한 하수처리 시설은 수인성 전염병을 낳았다. 대표적인 것이 콜레라와 장티푸스인데, 원인을 깨닫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전까지 주기적으로 수만 명을 괴롭히고 사망에 이르게 했다(이것은 깨끗한 물을 접하기 힘든 개발도상국에선 여전히 그렇다). 따라서 현대 도시는 별도로 마련한 하수관을 통해 하수를 모으고, 생물학적 활성을 이용하여(즉, 세균을 넣어 하수를 분해시키고-이 과정에서 요즘은 더 효율적으로 분해시키기 위한 미생물학적 지식이 동원되기도 한다) 하수를 정화한 후 침전과 여과를 거쳐 방류하고 있다(그림 9).
그림 10. 고전 보드게임 <앤티쿼티>. 이 게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발전 뿐 아니라 오염(검은 원) 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늘 문명의 밝은 면만 본다.
그에 더불어,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포장된 도시는 흙바닥과는 달리 빗물을 자연적으로 흡수하지 못하기에, 쏟아지는 빗물을 제거하기 위한 우수관도 별개로 운용되고 있다. 이것을 잘 볼 수 있는 요소로 맨홀이 있다. 주변의 맨홀을 잘 살펴보면 구멍이 뚫린 뚜껑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데, 대개 구멍이 뚫린 것은 빗물을 받아들여 강물로 흘려보내는 우수관이고(뚜껑에 '우수' 라고 적혀 있다), 구멍이 없는 뚜껑은 악취를 방지하고 우수가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한 하수관거용 맨홀이다(마찬가지로 '하수' 라고 적혀 있다).
물 흐르듯
이와 같은 시설들은 늘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작동하고 있기에 우리는 그 고마움을 알지 못하지만, 짧은 단수나 하수관의 역류를 겪을 때면 문명의 기초를 우리는 깨닫게 된다. 잘 관리되지 않은 우수관거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얼마 전 있었던 강남 침수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현대인은 말 그대로 물을 물처럼 쓴다. 가끔은 우리에게 도달한 이 물이 어떤 역사를 흘러, 어떻게 우리에게 도달해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 보자.
미주 Endnote
미주 1. 물이 흘러가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무언가가 물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퍼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렇게 하나? 태양이다. 막대한 양의 태양열은 지구의 71% 를 덮는 광활한 바다와 강, 그리고 호수에서 "매일" 1500세제곱킬로미터, 그러니까 1.5 조 톤의 물을 증발시킨다(만일 이렇게 증발한 물이 다시 내리지 않는다면, 지구의 바닷물은 2400년 만에 바싹 말라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이렇게 증발한 물, 그러니까 수증기는 대류하고 바람에 따라 흐르다가 높은 산이나 내륙을 마주하게 되면 응축되어 다시 액체가 되어 내리고(강수), 다시 바다를 향해 흐른다. 즉 이러한 물의 순환은 궁극적으로 태양에 의한 것이다.
미주 2. 똑같은 원리로, 물이 아니라 바람의 흐름을 회전 운동으로 바꾸면 그것은 수차가 아닌 풍차가 된다. 풍차는 특히 네덜란드에서 유명한데, 이는 네덜란드는 지리적으로 평지여서 강한 해풍을 그대로 받아 풍차가 이용되기 좋았기 때문이다. 국토의 30% 가 해수면 밑에 있고 따라서 끊임없이 물을 퍼내며 싸워야 했던 네덜란드는 바람의 힘을 빌려 이러한 배수 작업을 해 왔다. 산업 시대가 되기 전에는 1만 대가 넘는 풍차가 네덜란드 전역에서 돌아가고 있었다고 한다.
미주 3. 대표적으로 옆 나라인 중국은 세계 최대 수준의 전력생산량을 갖는 다목적 댐인 싼샤 댬을 지었는데, 이 댐 하나만으로 중국 전체 발전량의 최대 10% 를 담당하고 있다. 이 댐이 파괴되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대홍수가 쏟아질 것이므로, 중국의 적대국들은 전쟁 시 미사일을 통해 이 댐을 파괴하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 댐은 워낙 많은 물을 저장해 두어서,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의해 지구의 자전이 느려질 정도다. 댐 건설 때문에 지구의 자전은 60나노초 늦어졌으며, 지구의 자전축이 2cm 가량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주 4. 잘 알겠지만 파나마와 수에즈 운하 이 두 곳이 지구의 물류 운송에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 얼마 전에 있었다. 2021년 3월 21일 일어난 에버기븐 호 수에즈 운하 좌초 사건이 그것인데, 사고 때문에 폭 200미터의 이 작은 운하 하나가 막히면서 전 세계 물류의 12% 가 옴짝달싹 못하게 되고 수십조 수준의 손해가 발생했다.
미주 5. 앞서 적은 것처럼, 이러한 상수도를 위한 물을 긷는 원천을 취수원이라고 한다. 1900년대 초에는 뚝섬취수원에서 물을 길었지만, 점차 인구 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하류는 오염되기 시작했고 취수원은 점점 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노량진, 잠실을 거쳐 팔당과 남양주까지 도달했다. 이러한 상수도원의 선택 기준은 꼼꼼한 점검을 통해 정해지는데, 이는 고대 로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로마인들은 물을 긷는 수도교를 건설하기 전, 물에서 냄새가 나거나 금방 썩지는 않는지, 물을 장기간 섭취한 사람들에게서 의학적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등을 꼼꼼히 따졌다.
미주 6. 대표적인 것이 1858년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대악취 사건The great stink 로, 부족한 지식과 안일한 생각으로 생활 하수와 공업 폐기물을 쏟아부어 끔찍한 수준으로 오염된 템즈 강이 뜨거운 기온에 부패하며 런던 전체를 악취로 뒤덮은 사건이다. 이 냄새는 공평하게도 시민들의 집뿐만 아니라 의회나 궁정도 뒤덮었고, 심각성을 깨달은 당국은 조세프 베젤게트Joseph Bazalgette 를 파견해 현대적인 하수도 시설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게 했다.